[기술패권 시대 우리말] ⑤풀어드립니다…SMR·선진원자력시스템
[편집자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기상 재해 등 과학기술과 관련된 이슈가 지속적으로 불거지고 있습니다. 우주개발, 양자컴퓨팅, 챗GPT 등 첨단 과학기술도 어느새 피부로 체감할 정도로 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국가전략기술을 선정하고 과학기술 중심의 패권 경쟁을 선도하겠다고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알려지는 다양한 전문용어는 국민들이 편하게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어렵습니다. 동아사이언스는 국어문화원연합회와 수년째 과학기술, 의학 용어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높이는 방안을 찾는 기획을 진행했습니다. 올해는 정부가 의지를 보이고 있는 국가전략기술 관련 용어들을 들여다보고 국민들의 세금이 투입되는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기획을 진행합니다.
정부는 범부처 민관합동으로 ‘12대 국가전략기술’ 육성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첨단 과학기술 용어를 어렵게 느끼고 있다.(관련기사: "처음 들어봐요"…난해한 전략기술 용어, 육성 걸림돌 우려)
차세대 원자력은 12대 국가전략기술 중 하나로, ‘소형모듈형원자로(SMR)’, ‘선진원자력시스템·폐기물관리’라는 세부 중점기술이 있다. 이 역시 용어가 어려워 과학기술 육성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려면 각 용어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
차세대 원자력은 기존 원자력발전소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원자력을 활용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차세대 원자력이 상용화되려면 안전 수준을 높인 원자로 설계와 운영, 방사성 폐기물 처리 및 관리, 연료 및 비용 효율 등에 대한 혁신이 필요하다.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친환경 에너지로서의 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는 이 기술의 세부 중점기술 내용은 아래와 같다.
● 소형모듈형원자로(SMR)
전기출력이 300MWe(메가와트)급 이하인 작고 모듈화된 형태의 원자로를 의미한다. 전력 생산과 열 공급 등을 포함한 다목적 용도로 활용되며 기존 상업용 경수로 대비 작은 규모로 설계돼 공간 효율성이 높고 경제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필요에 따라 여러 모듈을 연결해 전력 생산 용량을 쉽게 확장할 수도 있다. 규모가 작기 때문에 더 적은 양의 핵연료가 쓰이고 관리가 용이해 그만큼 사고 발생 시 방사능 유출 가능성도 기존 대비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모듈별로 안전장치가 개별 작동하고, 피동냉각계통(동력 없이 자연현상으로 냉각)을 강화했기 때문에 원자로의 안정성이 높다. 지능형 전력망시스템인 ‘스마트 그리드’ 구축으로 기존 상업용 경수로 대비 전력 수급 변동에 보다 유연한 대응 또한 가능해진다.
● 선진원자력시스템·폐기물관리
선진원자력시스템은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원자력 발전을 가동하는 차세대 에너지 이용 패러다임의 핵심 요소다. 새로운 안전 기술을 도입해 운영 중 예상되는 잠재적인 사고 발생을 예방하고, 고온의 열 이용과 수소 생산 등 다목적 활용성을 강화하는 기술이다.
동일 연료를 사용해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하거나 재생에너지 시스템과 연계해 보다 깨끗하면서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발 역량의 집중이 필요한 상황이다.
물이 아닌 냉각재를 사용하는 시스템으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와 같은 사고 발생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도 선진원자력시스템의 중요한 부분이다. 소듐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소듐냉각고속로, 헬륨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고온가스로, 용융된 소금 화합물을 냉각재로 사용하는 용융염원자로 등과 같이 물이 아닌 냉각재를 사용하는 비경수형 원자로는 외부 공기를 이용해 자연대류 냉각 성능을 강화하기 때문에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막는다.
폐기물 관리는 원전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로 안전하게 취급, 포장, 운반해 저장한 후 심층 처분하는 데 필요한 요소 및 연계기술이다. 세부 핵심기술로는 운반·저장 및 연계기술, 부지특성 평가기술, 심층처분기술 등이 있다.
어재혁 한국원자력연구원 선진SMR기술개발부장은 “우리는 그동안 원자력 에너지로부터 인류의 발전과 생존에 꼭 필요한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얻을 수 있었다"며 "이제는 원자력을 보다 친환경적 에너지원으로 발전시켜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원자력의 다목적 활용을 통한 재생에너지원과의 상생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으로서의 위상을 갖추 수 있도록 사용후핵연료 관리 문제에 대한 기술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이에 대한 가장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서 기존의 경직성 전원(電源)인 상업용 대형 경수로와 차별화되는 차세대 선진원자로의 적기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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