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공정유통법안, 재검토 필요하다” 사단법인 전파통신과 법 포럼 세미나 개최

김정환 2023. 9. 1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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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전파통신과 법 포럼(의장 김남)’이 9월 11일(월), ‘콘텐츠 산업 발전과 공정환경 개선에 대한 입법적 제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학계 및 업계 전문가들이 참여해 문화산업공정유통법안의 문제점과 한계를 지적하고, 법안 재검토 필요성에 논의했다. 

▲ “단일법 제정은 콘텐츠 산업을 고려하지 않은 시도”
홍대식 교수(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는 문화산업공정유통법 세분화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전했다. 홍 교수는 “문화산업공정유통법 제안 이유에는 ‘문화산업진흥 기본법’ 및 ‘콘텐츠산업 진흥법’ 등의 공정거래 질서 관련 조항들이 강제력 없는 선언적 규정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있는 단일법을 제정한다고 돼 있으나 문화산업의 타 법률은 문화 상품의 종류, 장르 등에 따라 분야별 특수성을 고려해 세부적인 규제로 분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 관련 법률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음악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로 세분화됐던 사례를 공유했다. 

▲ 금지행위의 ‘정당한 이유’ 입증, 사업자에게는 부담 
홍대식 교수는 또한, “금지행위 규정 제13조 제1항이 '정당한 이유 없이'라는 위법성 요건을 설정하며, 이러한 요건 충족 시 위법성이 추정되는 준당연 규칙을 도입했다”며 “제13조 제2항은 별도의 위법성 요건 없이 일정한 행위가 항상 금지되는 당연 규칙으로 규정됐으며, 열거된 내용이 정책적 판단을 기반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그 논리와 경험칙까지 수용하기 어렵다”고 제언했다. 

이어 최난설헌 교수(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는 “일반적으로 ‘부당하게 하고~’로 법문이 시작하는 경우, 부당성에 대한 입증 책임을 규제당국이 지는 것과 다르게 문화산업공정유통법의 제13조 제1항과 같이 '정당한 이유 없이~'로 시작하는 금지행위 유형은 일반적으로 외형만 있어도 금지행위 위반으로 본다”며 “사업자의 입증 책임 정도가 매우 높고 적용될 여지가 협소해 사실상 규정된 행위를 강력히 처벌하고자 하는 입법자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이해된다”고 말했다. 또한, “경제법 체계에서 부당성의 입증은 중요한 문제로 법원을 통해서 법적 해석이 축적된 것과는 달리, 문화 콘텐츠 산업의 사업자들은 현재의 법체계에 익숙하지 않을 것이므로 규제 위반 사례가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 모호한 표현에 따라 산업 내 혼란은 더 가중돼 
최난설헌 교수는 문화산업공정유통법안 조항의 모호한 표현이 사업자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한다는 것에도 우려를 표했다. 최 교수는 문화상품과 관련된 기술자료 및 정보 제공의 강요나 유용을 금지하는 제13조 제4호가 하도급법과 비슷하게 보이지만, 문화산업공정유통법에는 정보가 추가적으로 포함되므로 적용 범위가 넓어 해당 부분의 한정적인 범위 명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제13조 제8호의 대가 산정 부분에서도 콘텐츠 특성을 감안한 공방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특히, 금지행위 중 13조의 제1항 제5호에 규정된 판매촉진 규정에 대해 “대규모유통업법에서도 판촉비용의 범위, 판촉비용의 거래상 지위에서 우위의 사업자만이 유리한지 여부, 거래상 열위의 자가 판촉행사를 원하는 경우 자발성과 차별성의 기준 등이 아직 적립되지 않은 상황이다”라며 “문화산업공정유통법안은 법문 자체의 모호성까지 존재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 판매촉진 제한은 콘텐츠 산업에 부정적 영향 줘…소비자 효용도 감소 
이어 최 교수는 “판매촉진 비용 또는 합의하지 않은 가격할인이라는 조문의 해석상 가격할인은 합의하면 가능하나 판매촉진 비용은 합의여부에 상관없이 불가능한 것으로 이해된다”며 “대규모유통업법의 심사지침인 ‘온라인쇼핑몰업자의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지침’에는 가격할인도 판매촉진에 해당하기 때문에 법체계의 정합성 위반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콘텐츠 산업은 판촉을 통해 콘텐츠를 알리는 것이 사업의 주요 전략임에도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어떠한 유통업자도 불확실성으로 인해 새로운 콘텐츠의 판매촉진을 위해 노력하지 않게 돼 결과적으로 새로운 제작업자의 등장 그리고 더 나아가 산업 자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대식 교수도 의견을 같이했다. 홍 교수는 “판매촉진(마케팅)은 제작업자에게도 경제적 이익이 존재하는 부분이며, 충분한 합의로 결정될 수 있음에도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제작업자에 부담시킬 수 없다고 명시한 것은 사적자치의 원칙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는 대규모 유통업법과 비교해도 엄격한 규정 방식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문화상품 유통 과정에서 실시되는 판매촉진 비용 부담 문제를 법률로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은 산업 특성에 맞지 않으며, 정당한 판매촉진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나아가 홍 교수는 “본 법안으로 인해 혜택 제공을 위한 비용을 유통업자가 과도하게 부담하게 될 경우, 혜택 제공 자체가 감소할 가능성이 크고, 이로 인해 이용자는 문화상품의 다양한 경험 기회를 잃게 된다”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문화상품 시장에서 수익 창출 기회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관 수석전문위원(법무법인 세종)은 “판매촉진 비용에는 묵시적으로 리스크테이킹(Risk taking), 인큐베이팅(Incubating) 비용이 포함돼 있는데, 만약 유통 사업자가 이를 모두 부담하게 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자선사업을 하라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볼 때 유통 사업자 입장에서 흥행 가능한 작품만을 수용하게 될 것이며, 새롭게 작품을 개발할 가능성과 유인이 충분히 생길지는 의문이다”라고 전했다. 

전성민 교수(가천대 경영학부)는 디지털 콘텐츠 사업에서 신규 비즈니스 모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 교수는 “카카오페이지의 '기다리면 무료' 메커니즘 같은 경우 유료 전환에 큰 효과가 있다”며 “이를 제한하는 것은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지금의 콘텐츠 환경은 독과점이 아니며, 멀티호밍이 가능하므로 작가가 여러 플랫폼을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지를 공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개별 콘텐츠를 프로모션 하는 것이 되는지 안되는지를 규정하는 것 자체가 산업 관련 이해가 부족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김영규 실장(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플랫폼 내에서는 가격할인 및 판매촉진 등 다양한 마케팅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당사자들 사이에서 정하는 것이 적절하며 금지행위로 정하는 것은 사업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어 “마케팅 등은 시급하게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일일이 유통 사업자가 합의 내지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도 유통 사업자의 정책 결정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지연 사무총장(한국소비자연맹)은 “콘텐츠는 경험재로, 미리보기나 무료 이용, 가격할인 등 다양한 프로모션이 소비자들에게 경험을 제공하며 이러한 경험을 통해 소비자는 콘텐츠의 선택 여부를 판단한다”며 “이를 제한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 문화산업공정유통법안, 법리적, 산업적, 소비자 측면에서 다시 검토돼야 
이날 토론의 좌장을 맡은 오병철 교수(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는 “콘텐츠 산업이 후퇴하면 소비자 효용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며 “문화산업공정유통법안의 획일적 규율, 입증책임 관련 문제, 금지행위와 관련한 모호한 규정, 중복규제 등 산적된 문제를 해결하고 비즈니스 측면과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검증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나 해당 법안은 이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따라서 “법안을 그대로 진행해서는 안되며, 신중하게 검토하고 정치권 내에서 정리를 한 후에 다시 법 제정과 통과를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정환 기자 hwani8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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