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임대인 상환능력 따져 전세보증보험 요율 차등 적용해야”

최하얀 2023. 9. 1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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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인이 가입하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의 보증료율을 임대인의 보증금 미반환 위험 정도에 따라 차등화하자는 국책연구기관의 제안이 나왔다.

임대인의 상환 능력을 고려한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을 전세계약의 필수요건으로 확대함으로써, 임차인은 위험매물을 선별할 수 있게 하고 임대인은 전세보증보험을 등에 업은 '무자본 갭투자'에 나서지 못하게 하자는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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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윤상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이 1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제도 개선방안과 관련한 주제 발표에 앞서 영상보고서를 게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차인이 가입하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의 보증료율을 임대인의 보증금 미반환 위험 정도에 따라 차등화하자는 국책연구기관의 제안이 나왔다. 임대인의 상환 능력을 고려한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을 전세계약의 필수요건으로 확대함으로써, 임차인은 위험매물을 선별할 수 있게 하고 임대인은 전세보증보험을 등에 업은 ‘무자본 갭투자’에 나서지 못하게 하자는 제안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2일 펴낸 ‘케이디아이 포커스’에서 문유상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임대인의 부채비율 등 상환능력을 반영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제도를 운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금처럼 임대인의 상환능력과 무관하게 가입이 가능하고 보증료율이 결정되면 보증금을 활용한 임대인의 갭투자를 제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전세보증금 보증 가입 기준은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이 90% 이하이고, 주택 시세가 공시가격의 140% 이하인 경우다. 앞서 지난 4월까지는 전세가율은 100%, 시세는 공시가의 150%까지도 가입됐지만, 과도하게 넉넉한 가입요건이 무자본 갭투기 방식의 ‘전세사기’ 확산 배경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며 5월1일부터 현재 기준으로 조정된 바 있다.

문 연구위원은 전세보증금 보증료율이 보증사고율보다 낮은 점도 보증료율 책정 방식의 변화가 필요한 이유로 제시했다. 현재 임차인이 가입하는 전세보증금 보증제도의 보증료율은 0.115∼0.154%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보증사고율 1.55%(2021년 말 기준 보증잔액 85조원 대비 지난해 보증사고금액 1조3211억원)에 견줘 크게 낮다. 문 연구위원은 “물론 보증사고 후 보증기관이 임대인을 대신해 보증금채무를 변제하고 구상권을 행사한 뒤의 실제 보증손실률은 1.55%보다 낮을 것”이라며 “실제 손실률을 고려해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료율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

임차인이 가입하는 전세보증금 보증제도와 달리, 등록임대사업자가 의무가입하는 임대보증금 반환 보증은 임대인의 신용평가 등급과 부채비율을 반영해 보증료율을 결정하고 있다. 그 결과 임대보증금 반환 보증료율은 개인은 최고 0.438%, 법인은 최고 1.590%로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료율보다 높은 수준이다.

다만 임대인의 상환능력을 고려해 보증료율을 현실화·차등화할 경우 특히 저가 주택의 보증료율이 크게 올라 취약계층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보증금 미반환 위험은 전세가율이 높을수록 크고, 전세가율은 고가 아파트보다 저가 연립·다세대주택에서 더 높은 게 일반적이다. 게다가 현재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의 보증료는 임차인이 100% 부담한다. 문 연구위원은 이에 대해선 “단기적으로 취약계층에 대한 보증료율 할인과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며 “보증료율 일부를 임대인에게 나누어 부과해 임차인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연구위원은 임대인의 상환 능력을 고려한 전세보증금반환 보증 제도로 전세 관련 보증제도를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전세대출 때 보증금반환 보증 가입을 의무화하고, 동시에 전세대출보증 수요는 자연스럽게 축소시켜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세대출 보증을 지원하는 방식의 현재 주거지원 정책이 가계부채 확대와 전세가격 상승의 요인이 되고 있는 점을 고려한 제안이다. 문 연구위원은 “전세대출 지원 대상은 취약계층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세 제도가 유지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에스크로’ 제도(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대여한 보증금을 제3자가 보관)를 도입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로선 전세보증금을 이용한 주택 매수 땐 엘티브이 상한 규제가 무력화되고, 엘티브이를 우회한 갭투기 주택은 집값 하락기에 깡통전세가 되기 십상인 문제가 있다. 문 연구위원은 “ 전세가율이 엘티브이 상한선보다 낮으면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제도에 가입하도록 하고, 전세가율이 엘티브이보다 높은 경우엔 엘티브이 상한선을 넘어선 보증금은 제3자에게 예치하도록 하는 ‘혼합보증제도’를 검토해볼만 하다”며 “ 혼합보증제도로 전세 임대 여부와 관계없이 사실상 엘티브이 규제를 전체 주택에 적용할 수 있게 되는 것 ”이라고 말했다 .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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