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DA 진척 없는데 100억대 예산부터 집행…수십억 기자재 방치

한혜원 2023. 9. 12.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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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처들이 개발도상국 경제 발전 등을 돕기 위해 진행하는 무상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과정에서 무단 계획 변경과 예산 우선 집행으로 수십억원 예산을 낭비한 사례가 감사원 감사에서 다수 적발됐다.

감사원은 "무상 ODA 사업에 개별 부처 참여가 많이 증가하고 있으나, 관련 제도·절차 등 체계적 사업 추진을 위한 기반은 미흡하다"며 외교부 등에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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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ODA 추진실태' 감사…위법·부당 사항 21건 적발에 KIAT 직원 5명 징계요구
감사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한혜원 기자 = 정부 부처들이 개발도상국 경제 발전 등을 돕기 위해 진행하는 무상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과정에서 무단 계획 변경과 예산 우선 집행으로 수십억원 예산을 낭비한 사례가 감사원 감사에서 다수 적발됐다.

감사원은 국무조정실과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부처와 ODA 전담 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을 감사한 결과 위법·부당사항 21건을 적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산업부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에 위탁해 진행하는 사업의 경우 예산 낭비 등이 적발돼 KIAT 직원 5명이 징계 요구를 받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KIAT는 2020년부터 진행한 콜롬비아 대상 '보고타 USME지역 하이브리드 전원공급 구축지원사업'과 관련, '협의의사록'조차 체결되지 않았는데도 2년간 사업비 77억원을 모두 나눠준 것으로 드러났다.

협의의사록은 ODA 사업 대상국의 협력 기관과 사업 목적, 기간, 대상, 지원사항 등을 협의한 내용으로 ODA 사업의 기초가 된다.

이 사업에 쓰일 61억원어치 발전 설비는 국내 창고에 수년째 보관돼 있다.

KIAT가 역시 콜롬비아에서 진행한 '노후 디젤 상용차량 배출가스 저감장치 개량 보급화 지원사업'에도 협의의사록 없이 2년간 사업비 74억원이 지급됐고, 배출가스 저감장치 190대(22억원)가 구입돼 187대가 국내 창고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KIAT는 6개 사업에서 총 108억원을 협의의사록 체결 전 기자재 구입 비용으로 나눠준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 돈은 앞으로 협의가 실제로 체결되는지에 따라 낭비 우려가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국무조정실이 중단 통보한 사업을 마음대로 추진한 사례도 확인됐다.

KIAT가 2019년부터 추진한 '미얀마 에너지자립형 마을 구축사업'은 2021년 2월 미얀마 내 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국무조정실로부터 사업 중단 방침을 통보받았다.

그런데도 KIAT는 관련 사업비 9억5천만원을 기자재 구매에 써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미얀마 정세는 작년까지도 호전되지 않았고, 기자재는 국내 창고에 남아 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감사에서는 이 외에도 무단 사업계획 변경, 현지 ODA 사무소 부실 운영 등이 지적됐다.

농림부는 2015년 라오스 쌍통군 농촌개발 사업에서 당초 계획에 없던 옹벽 난간 설치 등을 추가하는 변경 내용을 심의 없이 승인해 당초 계약금액 39억원이 아닌 50억원에 사업을 진행했다.

농촌진흥청은 해외 컨설팅 사업인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KOPIA)을 하면서 23개국에 현지 센터를 만들었는데 이 중 7곳이 사무소 운영비 등 행정 경비에 예산의 30% 이상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이 일부 센터 소장의 근무 현황을 조사해보니 2021년 한 해 동안 몽골 KOPIA 센터 소장은 261일 중 협력과제 수행 등 실제 업무를 수행한 날이 29일에 그치는 등 근무 태만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포착됐다.

법원행정처는 베트남 인민법원 재판절차 투명성 강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현지 책임자가 자신의 마이너스 통장 계좌에 사업비 4억2천만원을 입금해 혼용한 사실이 적발돼 주의 요구를 받았다.

한국의 ODA 예산은 2010년 1조3천억원에서 작년 약 4조원으로 3배 이상이 됐다. 내년도 예산안에는 역대 최대인 6조5천억원이 반영됐다.

감사원은 "무상 ODA 사업에 개별 부처 참여가 많이 증가하고 있으나, 관련 제도·절차 등 체계적 사업 추진을 위한 기반은 미흡하다"며 외교부 등에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hy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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