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6개월 늘린다지만...중소·중견기업에는 ‘그림의 떡’ 육아휴직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광주의 한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중인 30대 여성 A씨는 얼마 전 둘째 아이를 출산했다.
육아휴직 없이 아이 둘을 키우기는 어렵겠다 싶어 회사 사장을 찾아 간 그는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육아휴직을 쓰지 말고 차라리 회사를 떠나라는 뜻을 간접적으로 전한 것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근로자 수 많은 대기업 전유물이란 인식 강해
“기업문화 안 바꾸면 육아휴직 기간은 무의미”
광주의 한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중인 30대 여성 A씨는 얼마 전 둘째 아이를 출산했다. 육아휴직 없이 아이 둘을 키우기는 어렵겠다 싶어 회사 사장을 찾아 간 그는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육아휴직을 얼마 동안 쓸 거냐는 물음 대신 사장은 느닷없이 실업급여와 퇴직금 이야기를 꺼냈다. 육아휴직을 쓰지 말고 차라리 회사를 떠나라는 뜻을 간접적으로 전한 것이다. A씨는 “한국에서 애 낳기 힘들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올해 2분기 합계 출산율이 0.7로 곤두박질쳤음에도 중소·중견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에게 육아휴직은 여전히 ‘그림의 떡’인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육아휴직 기간을 12개월에서 18개월로 늘릴 필요가 있다 강조하고 있으나 곳곳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육아휴직을 쓰는 것부터가 어려운데 기간을 늘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이다.
12일 임의자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육아휴직 관련 신고사건은 지난 5년간 꾸준히 늘어났다.
육아휴직 미부여, 육아휴직 중 해고, 육아휴직 이후 임금 수준이 같은 직무에 복귀하지 못한 것과 같은 불리한 처우에 대한 신고 건수가 2017년 99건에서 2022년 223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올해 7월까지 접수된 신고는 193건으로 2021년 전체 신고 건수인 189건을 이미 넘어섰다.
정부도 마냥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지난 8월 말 기획재정부(기재부)는 28년간 12개월이었던 육아휴직 급여기간을 내년 하반기부터 18개월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일·육아 병행 예산은 올해 1조8000억원보다 약 3500억원 증액해 2조1500억원 수준으로 확정했다.
그러나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기간을 늘리는 건 무의미한 조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021년 고용노동부가 전국의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 중 5070개의 표본사업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해당 연도에 육아휴직을 활용한 실적이 있는 회사는 11.4%에 불과했다. 100개 중 89개 회사에서는 육아휴직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신청할 수 없는 이유 1순위는 ‘근로자 수가 매우 적어서’(38.3%)였다. 그 뒤를 동료 근로자 업무 부담 증가(24.7%), ‘대체인력 채용 어려움(11.6%), 사내눈치 등 조직문화(8.1%) 등이 이었다. 육아휴직은 근로자 수가 많은 소수 대기업의 전유물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 탓에 자녀를 갖길 원하지만 임신을 고민 중인 부부들도 있다.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 근무 중인 30대 여성 B씨는 “회사에서 육아휴직은 3개월까지만 가능하다고 으름장을 놓은 상태”라며 “남편과 자녀 계획을 다 세워놓은 상태였는데 육아휴직을 보장받지 못할 것을 생각하면 고민이 되는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법적 제도를 조직 문화가 뒷받침하지 못한다면 육아휴직 기간과 예산을 늘리는 조치는 무의미할 수 있다 말한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 시점에서 육아휴직 기간을 늘려도 출산율 증가 효과는 없을 수 있다”며 “육아휴직이 1년인지 1년 6개월인지보다는 1년짜리도 왜 쓰이지 못하는지 그 문화적 이유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증시한담] 증권가가 전하는 후일담... “백종원 대표, 그래도 다르긴 합디다”
- ‘혁신 속 혁신’의 저주?… 中 폴더블폰 철수설 나오는 이유는
- [주간코인시황] 美 가상자산 패권 선점… 이더리움 기대되는 이유
- [당신의 생각은] 교통혼잡 1위 롯데월드타워 가는 길 ‘10차로→8차로’ 축소 논란
- 중국이 가져온 1.935㎏ 토양 샘플, 달의 비밀을 밝히다
- “GTX 못지 않은 효과”… 철도개통 수혜보는 구리·남양주
- 李 ‘대권가도’ 최대 위기… 434억 반환시 黨도 존립 기로
- 정부효율부 구인 나선 머스크 “주 80시간 근무에 무보수, 초고지능이어야”
- TSMC, 美 공장 ‘미국인 차별’로 고소 당해… 가동 전부터 파열음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