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폭격에 월미도 주민 100명 희생·73년간 실향민”…인천상륙작전에 숨겨진 진실
정부와 인천시가 한국전쟁의 판도를 바꾼 인천상륙작전에 대해 기념주간(9월 8~19일)을 마련하고 대대적인 재연 행사를 열 예정인 가운데 미군의 폭격에 희생된 100명의 월미도 희생자의 넋을 기리기 위한 추모제가 열렸다.
월미도 원주민 귀향대책위원회는 12일 중구 월미공원에서 ‘제73주기 인천상륙작전 월미도 원주민 희생자 추모‘ 행사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희생자에 대한 추모 공연과 묵념, 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한국전쟁에서 월미도는 연합군의 교두보로 선정돼 1950년 9월 10일과 12일 미군은 월미도를 폭격했다.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쟁의 판도는 바꿨지만, 이로 인해 월미도 원주민 100명(신원확인 10명)이 희생됐다. 1953년 휴전이 이뤄졌지만, 실향민들은 고향으로 귀환하지 못했다. 월미도가 미군기지와 한국 해군기지로 활용됐고, 지금은 월미공원이 됐다.
2008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인천상륙작전 때 월미도 폭격으로 원주민들이 희생됐고, 재산상의 피해를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는 2021년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월미도에 원주민 희생자 위령비도 건립했다. 위령비에는 ‘1950년 한국전쟁 인천상륙작전 당시 유엔군 소속 미군 폭격으로 월미도에서 무고하게 희생된 원주민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건립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생활 터전을 잃은 월미도 실향민들은 1997년 귀향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2004년부터 고향을 돌려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정부와 미군은 73년 동안 월미도 희생자에 대해 공식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인천시는 2020년부터 인천에 거주하는 실향민 24명에게 생활안정자금으로 매월 24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귀향대책위는 정부와 미군의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당시 내쫓긴 원주민들이 빨리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국방부와 인천시가 나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인덕 월미도 원주민 귀향대책위원장(80)은 “한국을 지키기 위해 희생이 불가피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고향에서 쫓겨난지 73년이 됐다”며 “정부와 미군의 공식적인 사과와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고향에서 보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인천시는 인천상륙작전 기념일인 오는 15일 미국 상륙함과 캐나다 호위함 등 함정 25척과 항공기 15여대, 장병 3300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연합상륙작전을 재연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해군참모총장과 해병대사령관, 유정복 인천시장 등이 월미도 원주민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할 예정이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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