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당선엔 못 쓰는데…” 서울 ‘6만5천원 카드’ 셈법 갸우뚱
“광역버스·신분당선을 못 쓰니 서울 근교 출퇴근자에게는 이점이 없네요.”
내년 1월 한 달 6만5000원으로 서울 시내 대중교통을 무제한 탈 수 있는 정기권(기후동행카드)이 도입될 예정인 가운데 서울과 수도권을 오가며 통학·통근하는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11일 내년 1월부터 5월까지 한 달 6만5000원으로 서울 시내 지하철, 시내·마을버스, 공공자전거 따릉이까지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를 시범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르면 내년 7월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할인·환급 방식이 아닌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 이용권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의 지하철 정기권은 5만5000원짜리(현재 기본요금 1250원 기준 44회 이용)를 구입하면 30일 안에 60회까지 사용할 수 있다.
기후동행카드는 이른바 49유로 티켓으로 불리는 독일의 도이칠란트 티켓과 같은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 이용권이지만, 수도권으로 통학·통근하거나, 수도권에서 서울로 통학·통근하는 이용자들은 대체로 아쉽다는 반응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경기·인천에서 서울로 통학·통근하는 인구는 141만9800명에 이른다.
서울 시내에서 승·하차 하는 지하철 1~9호선과 경의·중앙선, 분당선, 경춘선, 우이신설선, 신림선까지 이용할 수 있지만 기본요금이 다른 신분당선은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신분당선은 경기도 수원 광교역에서 판교를 거쳐 서울 강남구 신사역까지 운행하는 노선으로 서울과 수도권을 오가는 직장인과 학생들이 많이 이용한다. 국토교통부 철도 통계를 보면, 신분당선은 올해 7월까지 월 평균 약 93만8000명의 승객을 실어나른다. 이에 엑스(옛 트위터)에는 12일 ‘신분당선’이 실시간 트렌드 열쇳말로 오르기도 했다.
또 서울에서 승차해 경기, 인천 등 다른 지역에 내릴 경우에는 이용할 수 있지만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탈 경우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없다. 예를 들어 4호선 오이도역에서 승차해 서울역에서 내리면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없다. 반대로 4호선 서울역에서 출발해 오이도역에서 내릴 경우에는 가능하다.
버스 역시 경기·인천 등 다른 지역 버스나 기본요금이 다른 광역버스는 서울시내를 지나도 이용할 수 없다. 윤종장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11일 기자설명회에서 “광역버스 요금이 경기는 2800원, 서울은 3000원으로, 6만5000원짜리 기후동행카드를 광역버스에 적용하면 10회만 타도 금액이 꽉 찬다”며 “독일의 도이칠란트 티켓도 광역자치단체 간 운송수단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중교통 이용자들의 손익계산도 분주하다. 한 누리꾼은 ‘서울 시내라도 출퇴근 외 대중교통 안 쓰고 ‘집콕’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손해일 상황이라서 서울 시내를 잘 돌아다닌다 싶은 분들이 취사선택해 구매하면 될 듯하다. (환승하지 않고, 기본 운임 거리 10㎞도 초과하지 않고) 한 구간 통근만 하는 사람은 알뜰교통(카드) 마일리지까지 고려하면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알뜰교통카드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이용금액과 보행 또는 자전거 이동 거리에 따라 적립되는 마일리지까지 고려하면 기후동행카드 이점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서울 지하철은 다음달 7일부터 1250원에서 1400원으로, 150원 인상되고 내년 하반기에는 150원 더 오르는 만큼 이용금액, 횟수 등에 따른 손익계산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서울시는 내년 하반기까지 오를 지하철 요금을 고려했을 때 평일 대중교통으로 통학·통근할 경우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하면 한 달에 많게는 3만원 정도를 절약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례를 보면, 여의도역에서 고속버스터미널역까지 9호선을 타고 출·퇴근할 경우 평일 대중교통비가 6만8200원(내년 하반기 기본요금 1550원 기준 44회 이용) 정도 나온다. 기후동행카드를 사용하면 3200원을 아낄 수 있다. 윤 실장은 “6만5000원의 손익분기점은 40회 이용”이라며 “40회를 넘게 이용하면 경제적 이득을 볼 수 있다. 서울 시내 대중교통 한 달 평균 이용이 50회 정도”라고 말했다. 매월 6만5000원 이상의 대중교통비를 지불한 서울시민은 90만명 이상이다.
사실상 같은 생활권으로 묶인 수도권의 특성을 고려한 통합형 교통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 (인천 등 다른 지역) 탑승 불가라거나 신분당선이나 광역버스같이 기본요금이 다른 운송수단을 제외하면 서울 시내에서 하루에도 엄청 타는 사람이 아닌 이상 크게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 ‘신분당선 제외라서 내 출근길에는 쓸모가 없다’ 등의 반응이다.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 시범 운영 발표에 인천시는 11일 “서울시의 통합 환승 정기권 기후동행카드 운영 취지에는 공감하나 일방적인 발표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고 경기도도 “서울, 인천, 경기 등 3개 지자체가 참여하는 실무협의체를 구성하고 협의체를 통해 도입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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