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두고 사과 가격 2배 이상 폭등…최대 주산지 경북서 이상기온 피해 커

김현수 기자 2023. 9. 1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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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저병에 걸린 사과. 경북도 제공

추석을 앞두고 사과 가격이 지난해보다 2~3배 폭등하고 있다. 봄철 저온 피해와 여름철 집중호우·폭염 등 이상기후로 상품 가치가 있는 사과 수확량이 급감한 탓이다.

12일 청송사과유통센터에 따르면, 지난 4일 2023년산 첫 사과 공판에서 20㎏ 상자당 평균 낙찰가격(홍로 기준)은 11만7000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평균 4만원대)보다 2배 이상 높은 금액이다. 공판장 경매가격이 11만원 정도면 소매가격은 20만원선에서 형성된다. 이날 센터에서 유통된 사과는 3800상자(76t)로 품종은 홍로가 주종을 이뤘다.

홍로는 8월 하순부터 9월 중순까지 주로 수확하는 품종으로 추석 선물용으로 많이 쓰인다. 전국 사과 생산량의 70% 이상인 부사 계열은 10월부터 본격 수확한다.

하루평균 2만~3만 상자가 출하되는 국내 최대 사과 공판장인 안동농협농산물공판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가장 많이 출하되는 홍로 특4·5등급은 지난 11일 각각 평균 15만6714원, 13만2109원에 거래됐다. 최고가는 23만9000원·17만100원이다. 지난해(5만342원·5만4990원)보다 최대 3배가량 오른 셈이다.

청송사과유통센터 관계자는 “공급량이 크게 감소한 데 비해 수요량은 많아져 지난해보다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전국적으로 사과값이 금값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북 영주시 봉현면의 한 사과농장에 지름 0.5∼15㎜ 크기 우박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독자제공

사과 가격이 폭등한 것은 올해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 4월 낮 기온이 30도 가까이 오르는 이상고온 현상이 발생한 뒤 갑자기 영하로 떨어지면서 농작물 저온 피해가 컸다.

전국 사과 재배 면적의 60%를 차지하는 경북에서는 1만3850ha의 사과밭이 냉해 피해를 입었다. 6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집중호우로 5530㏊, 태풍 카눈 피해(잠정)도 1200㏊나 된다. 사과 농가가 모여있는 경북 북부지역은 하루평균 23~27도의 고온과 강우일수가 20일 이상 되면서 고온 다습할 때 주로 나타나는 탄저병도 예년보다 10일가량 빨리 기승을 부렸다.

농촌경제연구원도 올해 사과 생산량은 46만t으로 지난해보다 19%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연구원이 지난 5월 표본 농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후지품종 사과의 개화 상태는 56.1%가 평년 대비 ‘나쁨’으로 평가했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29.8%였던 나쁨 비중이 올 들어 2배 가까이 치솟은 것이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올해 개화일은 봄철 평균 기온 상승으로 전년·평년 대비 최대 7일가량 빨랐다”며 “이후 4월 8~9일 급격한 기온 하강으로 저지대 과수원에서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경북지역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는 김성훈씨(59)는 “사과 가격이 올라도 상품으로 팔만한 사과가 없어 손에 쥐는 돈은 절반으로 줄었다”며 “냉해와 수해, 태풍에 병충해까지 최악의 한 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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