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K-콘텐츠 극본·연출 돕는다…국산 OTT·초거대AI '연합군' 출범

변휘 기자 2023. 9. 12.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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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AI와 디지털 기반의 미래 미디어 계획' 공개
기획-제작-마케팅·유통 미디어·콘텐츠 산업 경쟁력 제고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CJ ENM 스튜디오센터를 방문해 버추얼프로덕션 스튜디오 설명을 듣고 있다. 2023.06.07./사진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내 방송사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초거대AI(인공지능) 기업이 힘을 합쳐 세계인을 홀릴 '텐트폴' K-콘텐츠 제작에 나선다. 생성형AI가 작품의 기획 단계부터 스토리 아이디어를 제시하거나 연출과 특수효과를 돕고, 이용자 데이터를 학습해 글로벌 마케팅까지 지원하는 등 국내 미디어·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2일 이종호 장관 주재로 서울 중구 그랜드센트럴에서 열린 '제16차 정보통신전략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AI와 디지털 기반의 미래 미디어 계획'을 발표했다.

넷플릭스·디즈니·아마존 등 글로벌 OTT는 제작과 마케팅 측면에서 신기술을 활발하게 활용한다. 반면 국내 미디어 업계는 제작비 급증으로 신기술 투자 여력이 부족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에 국내 미디어·콘텐츠 산업의 AI 접목과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목표로 이번 계획을 수립했다고 과기정통부는 설명했다.
콘텐츠·미디어 기업, AI 회사 손잡고 '글로벌 대작' 만든다
정부는 우선 생성형AI를 활용한 콘텐츠 창작을 추진한다. 과기정통부는 미국에서 챗GPT가 각본·연출을 맡아 올해 초 공개한 단편영화 '세이프존(The Safe Zone)'을 예로 들면서 "AI가 작가처럼 스토리 아이디어를 쓰고 감독처럼 카메라와 배우의 위치 등을 제시하는 경우에서 보듯, AI·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콘텐츠 기획과 생성형 AI를 활용한 창작·연출 관련 서비스 모델을 발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내 방송·OTT·제작사 등의 주요 미디어·콘텐츠 기업과 국산 초거대AI 기업이 협력해 생성형AI를 작품의 기획은 물론 대본 작성, 촬영·편집 등 미디어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서비스 모델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예컨대 시각 자료를 스토리 생성엔진에 제공하면 시나리오·대본을 영상·사진으로 구현하거나, AI가 텍스트를 이해해 3차원 동영상·그래픽으로 자동 생성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또 초거대 AI를 활용해 스토리, 프롬프트, 초벌 또는 예고편 영상을 빠르게 생성하는 기술, 실사 촬영본에 들어가는 특수효과를 생성형 AI가 담당하는 솔루션 개발 등을 추진한다.

내년부터는 신기술을 활용해 글로벌 대작을 만드는 '기술 특화 미디어·콘텐츠 플래그십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방송사 또는 OTT, 제작사, AI기업이 힘을 합쳐 세계시장에서 통할 히트작을 만들면서 '기술개발-인력양성-투자유치-제작-수출'까지 경험하는 모범 사례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과기정통부는 우선 개별 지원사업을 연계해 자금을 통합 지원하고, 성과를 검토해 2025년 이후 신규 대형사업을 추진한다.
중소기업 위한 '버추얼 프로덕션' 구축
정부는 또 '버추얼 프로덕션'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중대형 스튜디오 구축을 추진한다. 버추얼 프로덕션은 'LED월(Wall)'에 영상을 틀어놓고 촬영하는 기법인데, 막대한 투자비용과 비싼 이용료(일 3000만~8000만원 수준)로 인해 중소 제작사에는 문턱이 높다. 이에 정부는 내년부터 직접 버추얼 프로덕션을 구축하고, LED 스크린 배경 영상으로 국내 명소나 자연경관을 제공한다. 또 중소 제작사가 민간 버추얼 프로덕션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바우처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아울러 내년에 5~10개의 디지털 휴먼 활용 콘텐츠를 제작하고, 얼굴과 전신을 동시 캡처해 AI로 고품질 동작을 자동 생성하는 국제 공동연구를 추진한다. 국내 콘텐츠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번역·자막·더빙에 AI를 접목해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의 개발을 지원하고, 번역 등 정확성 제고를 목표로 미디어·콘텐츠 분야 학습용 데이터를 확충한다.

전 세계가 무대인 글로벌 OTT에 비해 국내 기업이 수집한 이용자 데이터는 제한적이다. 실제로 국내 OTT는 넷플릭스 대비 이용자가 2% 수준에 불과하고, 데이터 품질도 떨어진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적은 이용자 데이터로부터 그 수를 늘리는 이용자 데이터 자가 증식 기술 △TV·VoD 등 실시간 방송 외 스마트폰·태플릿 등을 통한 시청데이터와 통계데이터 등을 결합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아울러 △AI와 클라우드 컴퓨팅을 기반으로 화질을 개선하고 △TV·스마트폰 등 단말에 맞게 화면비를 자동으로 전환하며 △지난해 말 '누누티비' 차단처럼 AI가 저작권 침해 의심사이트를 자동 탐지·채증(증거수집)하는 기술 개발에도 나선다.
'미디어 기술인력' 1500명 양성
정부는 앞으로 3년간 약 1500여명 규모의 미디어 분야 AI·디지털 전문 인력을 양성, 국내 미디어·콘텐츠 기업의 기술 인력 부족을 해결한다. 이를 위해 미디어·콘텐츠 및 AI 기업과의 협약을 통해 청년 대상 장기 교육을 하는 '미디어 DX 아카데미'를 신설하고, 인턴십을 운영한다. 또 현직자 대상의 기획·제작·유통 단계별 AI·디지털 전문교육 과정을 운영하며, 온라인 교육도 함께 제공한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계획의 효율적 추진을 목표로 'AI·디지털 미디어 협의체'(가칭)를 구성·운영할 계획이다. 협의체에는 미디어·콘텐츠 업계, AI·디지털 기술 전문기업, 학계, 유관기관, 관련 전문가 등이 폭넓게 참여해 주요 정책 방향에 대해 소통한다. 또 계획의 총괄 기관은 NIPA(정보통신산업진흥원)가 맡는다.

일각에선 AI의 콘텐츠 제작 참여가 관련 업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실제 미국 헐리우드 작가·배우 조합은 권리 침해를 우려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부작용의 우려는 제도적으로 해법을 찾거나 별도의 협의체에서 논의돼야 할 사항"이라며 "그와 별개로 AI·디지털 기술의 미디어 산업 활용이 현실화한 만큼 기술 개발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호 장관은 "이번 계획은 글로벌 미디어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고민한 끝에 마련한 전략"이라며 "앞으로 몇 년이 골든 타임인 만큼, 미디어와 콘텐츠의 AI 접목과 디지털 전환 정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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