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시나리오 작성·버추얼 프로덕션 확대…AI로 ‘한국형 넷플릭스’ 만든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영화·드라마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각본을 작성한다. 제작사들은 중대형 버추얼 프로덕션에서 촬영하고, 가상인간도 출연한다. 영상 후반 보정과 번역·자막 작업 등에도 AI를 활용한다.
이는 국내 미디어업계가 AI·디지털 혁신에 뒤처지면서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제작비 급증으로 적자가 심화하면서 AI 등 신기술에 대한 투자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반면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기업들은 AI 기술로 이용자 빅데이터를 분석해 킬러 콘텐츠를 제작하고 버추얼 프로덕션에서 촬영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미디어콘텐츠 전 분야에서 AI·디지털 기술 활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기획·제작(후반 제작)·마케팅·유통 등 단계별로 AI 활용하는 서비스 모델을 발굴하고, 응용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AI가 작가처럼 아이디어와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시청자 데이터 기반으로 주제와 타깃을 설정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제작 단계에서는 비용 문제로 해외 기업이나 일부 대기업만 이용하고 있는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를 중소 미디어·제작사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중대형 스튜디오를 구축한다. 현재 민간 스튜디오는 17개가 있지만 수요보다 부족하고, 이용료도 하루 3000만∼8000만원 수준이다.
가상인간 고도화 기술을 개발하고, AI로 고품질 동작을 자동생성하는 국제 공동연구를 추진한다. 현재 가상인간은 실제 사람의 전신·동작을 촬영한 뒤 가상으로 제작한 얼굴을 합성하는 방식이다. 진정한 가상인간이 되려면 얼굴뿐 아니라 전신 움직임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콘텐츠 제작 완성 후 작업에서는 AI가 초벌 및 예고편 영상을 신속하게 구현하고, 실사 촬영본에 대한 특수 효과를 자동 생성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다. 번역·자막·더빙에도 AI를 접목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도록 기술을 개발하고, 번역 등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미디어·콘텐츠 분야 학습용 데이터를 확충할 계획이다.
AI 기반 데이터 분석 기술을 개발한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등은 이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OTT는 이용자수가 해외 OTT보다 작은 만큼, AI를 통해 소량의 이용자 데이터로부터 스스로 그 수를 늘리는 이용자 데이터 자가 증식 기술과 TV·VOD(주문형비디오) 등 실시간 방송 외에 스마트폰·태플릿 등을 통한 시청데이터와 통계데이터 등을 결합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정부는 기획부터 제작까지 AI·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는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미디어·콘텐츠·기술 전문기업이 컨소시엄을 통해 관련 콘텐츠를 제작·유통하는 경험을 쌓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AI가 이용 데이터를 분석해 타깃을 설정하고, 시나리오를 개발하며, 우주 등 가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에서 촬영하고, 가상인간이 배우로 출연하는 콘텐츠가 예를 들 수 있다.
정부는 기술 개발부터 투자 유치, 제작, 해외 진출까지 통합 지원할 예정이다. 우선 내년에는 개별 지원사업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시범 실시하고 2025년 이후 신규 대형사업으로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미디어콘텐츠 분야 AI·디지털 혁신을 위해서는 관련 기술 인력이 필수다. 정부는 향후 3년간 1500명 규모의 전문 기술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미디어·콘텐츠 및 AI 기업과 협약을 맺고 청년 대상으로 장기교육을 하는 ‘미디어 DX 아카데미’를 신설하고, 인턴십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재직자 대상으로도 기획·제작·유통 단계별 AI·디지털 전문교육 과정을 운영한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한국형 넷플릭스’가 나올 수 있도록 AI 접목과 디지털 전환이 시급하다”며 “향후 수년간이 골든 타임인 만큼, 혁신을 통해 아시아, 나아가서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미디어와 콘텐츠의 AI 접목과 디지털 전환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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