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가 영화 만들고 자동번역···신기술로 토종 OTT 경쟁력 키운다
제작서 유통까지 맞춤형 기술 지원
3년간 전문 기술인재 1500명 양성
산학연 협의체도 만들어 정책 보완
정부가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포함해 미디어·콘텐츠 산업 육성에 나선다. AI를 이용해 효율적으로 콘텐츠를 창작하고 불법 유통을 막도록 지원하며 전담 기구도 만들어 관련 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2일 열린 제16차 정보통신전략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AI와 디지털 기반의 미래 미디어 계획’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27번 ‘글로벌 미디어 강국 실현’을 위해 AI와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국내 미디어·콘텐츠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내 미디어·콘텐츠 업계는 글로벌 OTT와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제작비가 급증하고 적자가 심화해 신기술에 대한 투자 여력이 부족해진 상황이다. 일례로 국내 미디어·콘텐츠 업계의 AI 기술 수준은 미국의 89.1%에 불과하며 1.3년의 기술 격차가 난다. 대표 OTT 기업인 티빙의 정보통신기술(ICT) 인력은 71명으로 넷플릭스(3554명)에 크게 못 미친다.
과기정통부는 미디어·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해 크게 기술 지원과 인재 양성, 대형 정부 사업 추진을 진행한다. 우선 기획, 제작, 마케팅·유통으로 이어지는 미디어·콘텐츠 작업 절차별로 맞춤형 기술 적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기획과 제작 단계에서는 미디어·콘텐츠 기업과 초거대 AI 기업을 연결해 기획·창작·촬영·편집 등에 생성형AI를 활용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상용화할 수 있도록 한다.
단편영화 ‘더 세이프 존(The Safe Zone)’에서 AI가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의 역할과 카메라와 배우 위치 등을 제시하는 감독의 역할을 해냈듯 토종 콘텐츠도 AI가 스토리와 영상을 빠르게 구현하고 실사 촬영본에 특수 효과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국제 공동 연구를 추진한다. 최근 LG유플러스가 텍스트·이미지·영상 등에 특화한 여러 생성형AI를 조합해 업계 최초로 자동 광고 제작을 해낸 바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 같은 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콘텐츠 제작 비용을 기존의 3분의 1 수준까지 낮췄다고 과기정통부는 전했다.
아울러 전용 스튜디오에서 컴퓨터그래픽 등으로 실사에 가까운 장면을 만드는 ‘버추얼 프로덕션’과 디지털 휴먼(가상 인간)을 포함한 다양한 기술도 업계에 적극 지원될 예정이다. 버추얼 프로덕션 지원을 위해 얼굴과 전신을 동시에 캡처해 정교한 동작으로 자동 생성하는 국제 공동 연구를 2025년 착수하고 각종 관련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특히 중소기업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중대형 스튜디오를 구축하며 우리나라 명소나 자연경관을 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에서 구현되는 배경 영상으로 제공하고 비용 지원도 검토한다.
마케팅 단계에서는 AI가 자동으로 번역·자막·더빙 작업을 해주는 기술을 개발해 토종 콘텐츠의 해외 진출 확대를 지원하고 ‘누누티비’ 같은 불법 유통 사이트 탐지와 차단에도 AI를 적극 활용한다. 또 기업들이 AI로 OTT 등 콘텐츠 채널의 이용자 데이터를 분석해 마케팅을 고도화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이 같은 계획을 나머지 두 과제인 인재 양성과 대형 정부 사업 추진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다. 향후 3년간 1500명 규모의 미디어 분야 AI·디지털 전문 기술 인재를 키우기 위해 청년 대상 장기 교육기관 ‘미디어 DX 아카데미’ 신설, 재직자 대상 AI·디지털 전문교육 과정 운영 등을 추진한다. 기업들이 신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유통 경험을 축적할 수 있도록 미디어·콘텐츠와 기술 기업이 컨소시엄을 이뤄 진행하는 정부 사업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내년부터 실시하고 2025년부터는 대형 사업으로 키울 예정이다.
미디어·콘텐츠 산업 육성 전담 기구도 설치한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총괄하고 미디어·콘텐츠와 AI·디지털 업계, 학계, 기관 등이 참여하는 ‘AI·디지털 미디어 협의체’를 구성해 관련 사업 추진과 정책 보완을 전담시킬 계획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AI와 디지털 역량으로 경쟁 원천이 확장되고 있는 글로벌 미디어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수많은 고민과 논의 끝에 마련한 전략”이라며 “향후 수년간이 미디어 산업의 성패를 좌우할 ‘골든타임’인 만큼 혁신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윤수 기자 sooki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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