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AI로 토종 OTT 경쟁력 살린다
정부가 토종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 국내 미디어·콘텐츠 업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콘텐츠 제작부터 유통까지, 모든 과정에 AI(인공지능) 기술 도입을 지원한다.
1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 16차 정보통신전략위원회에서 ‘AI와 디지털 기반의 미래 미디어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글로벌 미디어 강국 실현’을 위한 맞춤형 전략으로,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와의 경쟁 속에서 토종 OTT 등 국내 미디어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취지로 마련됐다.
먼저 제작 과정에서 정부는 미디어·콘텐츠 기업과 초거대 AI 기업들의 협력을 통해 콘텐츠 기획, 촬영, 편집 등 모든 과정에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서비스 모델의 개발을 지원한다. 생성형 AI를 통해 대본을 작성하고, 영상을 빠르게 편집하는 서비스를 상용화하겠다는 것이다. 소수의 전문 인력이 수작업으로 만드는 각종 특수효과를 AI로 자동 생성하는 국제 연구도 추진할 계획이다.
더불어 글로벌 대기업들이 LED 화면으로 다양한 배경을 구현해 촬영할 수 있게 해주는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도 구축한다. 과기정통부는 내년까지 60억원을 투입해 스튜디오를 만들고, 우리나라 명소, 자연경관 등 10곳을 배경영상으로 제작해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국내 중소 제작사들도 콘텐츠 품질을 높이면서 비용을 아낄 수 있게 하는 목적이다. 이외에도 디지털로 구현한 ‘가상 인간’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내년까지 5~10개)을 지원하고, AI를 활용한 번역·자막·더빙 기술을 개발해 해외 진출을 도울 계획이다.
유통 단계에서 정부는 넷플릭스가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8만개의 장르로 세분화해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하고, 디즈니플러스가 관객의 표정을 분석해 흥행 여부를 예측하는 것처럼, 국내 기업들의 데이터 분석 기술 개발도 지원한다. TV나 VOD 등 방송 외에도 스마트폰, 태블릿 등 다양한 기기의 시청 데이터를 결합하는 식이다. 특히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불법 콘텐츠 유통 사이트인 ‘누누티비’의 차단 경험을 바탕으로, AI 기술을 활용해 불법 콘텐츠를 자동 검색하고 탐지하는 기술도 개발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미디어·콘텐츠 분야의 AI 활용 정도는 미국의 89.1%에 그친다. 1년 반 가량의 기술 격차가 벌어져 있는 셈이다. 게다가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전문 인력이 3554명인데 반해, 토종 OTT 1등인 티빙은 71명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OTT업계에서 경쟁 심화 및 제작비 급증으로, 토종 OTT기업들은 매년 적자가 불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3년간 1500명 이상의 디지털 미디어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미디어 디지털 전환(DX) 아카데미’를 신설하고, 학생은 물론 현직자를 대상으로 현장 실습 교육 및 인턴십 지원 등에 나선다. 동시에 미디어-콘텐츠-기술전문 기업간 컨소시엄을 구성해 유관 사업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과제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번 계획은 AI와 디지털 역량으로 경쟁이 확정되는 글로벌 미디어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수많은 고민 끝에 마련한 전략”이라며 “향후 수년간이 골든 타임인 만큼, 혁신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미디어와 콘텐츠의 AI 접목, 디지털 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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