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흐마니노프로 돌아온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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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34)이 피아노를 치며 손가락을 풀고 있었다.
라흐마니노프 첼로소나타를 피아노곡으로 편곡한 버전.
그에게 라흐마니노프는 "가슴을 들끓게 하는 작곡가"다.
2017년 미국 밴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 당시 결선에서 연주한 곡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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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34)이 피아노를 치며 손가락을 풀고 있었다. 라흐마니노프 첼로소나타를 피아노곡으로 편곡한 버전. 정식 연주회도 아니고 기자간담회에서 일부만 시연하면 되는데도 미리 나와 연습에 몰두하는 모습은 그를 잘 설명해준다. 그는 이날 유니버설 뮤직 산하 ‘데카’ 레이블에서 두 번째 앨범을 발표했다. 첫 스튜디오 앨범 ‘모차르트’(2020)에 이어 이번엔 ‘라흐마니노프’다.
그에게 라흐마니노프는 “가슴을 들끓게 하는 작곡가”다. “15살에 미국 유학을 갔는데 음악을 듣고 표현하는 감정을 느끼기 어려워 고초를 겪었어요. 그 무렵 라흐마니노프를 공부하면서 감정 표현법을 배우게 됐고 음악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죠.”
당시 익힌 라흐마니노프의 ‘코렐리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이번 앨범 첫 곡으로 담았다. 그는 “영재가 아니라 천천히 가는 아이였다”고 그 시절을 돌이켰다. 피아노도 초등학교 2학년에야 시작했다.
올해 탄생 150돌을 맞은 작곡가 라흐마니노프는 그에게 또 다른 각별한 의미가 있다. 2017년 미국 밴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 당시 결선에서 연주한 곡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그가 한국인 최초로 이 대회에서 우승한 지 5년 뒤인 2022년 임윤찬이 똑같은 곡으로 역대 최연소로 우승했다.
음반엔 ‘리플렉션’이란 부제를 달았다. “저를 투영하는 앨범이죠. 거울 보듯 제 본연의 모습을 직면하면서 점검하고 증명하고 싶었어요.” 그는 “애착이 가면서도 가슴 아픈 음반”이라고 했다. 지난 6월 통영국제음악당에서 녹음할 당시 편도선염으로 고열에 시달렸다. 링거 주사를 맞아가며 녹음해야 했다. 미뤄둔 예비군훈련까지 받느라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는 “극한에 몰린 순간에 더 특별한 힘이 나오는 스타일”이라며 “아팠지만, 더 끌어올리려는 마음으로 녹음했고, 최대한 집중해서 쏟을 수 있는 걸 다 쏟아냈다”고 했다.
앨범엔 라흐마니노프의 ‘쇼팽 주제에 의한 변주곡’도 실었다. 그는 “연주가 많은 곡은 아니지만 라흐마니노프 본인의 특징을 잘 담아낸 곡”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피아노곡으로 편곡한 첼로 소나타 3악장, 전주곡 등 소품들에 대해선 “멜로디가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작품들”이라고 했다.
“그의 곡을 들으면 넓은 바다를 저공 비행하는 느낌이 들어요. 길게 호흡하는 부분이 곡선을 이루는 게 아니라, 선율 안에서 힘의 완급 조절이 이뤄지는 게 특징적이죠. 그 힘의 밸런스를 찾는 게 중요해요.” 그는 “라흐마니노프는 물감으로 다양하게 색칠할 수 있도록 (연주자에게) 재료를 남겨뒀다”며 “그만큼 연주자가 고충을 겪을 수밖에 없는 작곡가”라고 말했다.
선우예권은 음반 발매를 기념해 전국 11개 지역을 돌며 투어 리사이틀도 진행한다. 오는 23일부터 10월20일까지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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