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L 페트병 폭행 ‘전치 2주’ 나왔는데… 특수상해 아니라는 법원, 왜?

문지연 기자 2023. 9. 12.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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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정다운

페트병으로 연인을 폭행해 전치 2주 상해를 입혀 특수상해 유죄가 인정됐던 40대 남성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빈 페트병은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2심 판단을 대법원이 확정하면서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특수상해와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앞서 A씨는 2021년 8월 부산 자택에서 연인 B씨와 연락 문제로 다투던 중 물이 든 2L짜리 페트병으로 B씨 눈 부위를 내려쳐 전치 2주의 상해를 가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폭행 사건 이후 B씨가 이별을 통보하고 연락도 받지 않자 “만나고 싶다”는 이메일을 네 차례 보내는 등 지속해 연락을 시도했다. 또 B씨 직장 근처로 찾아가 기다리거나 B씨가 오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반복적으로 스토킹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페트병에 담긴 물을 뿌린 것일 뿐 폭행한 사실이 없으며 만일 때렸더라도 페트병은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스토킹 행위에 대해서도 사과하기 위한 것이었고 피해자에게 불안감이나 공포감을 일으키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1심은 모든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A씨가 사용한 페트병이 형법이 규정한 ‘위험한 물건’에 부합하며 폭행 직후 촬영된 B씨 얼굴 사진에서도 페트병으로 맞은 상처가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스토킹 혐의를 두고도 “피해자가 A씨 사과 요청에 응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반전은 2심이었다. 스토킹 혐의는 유죄가 유지됐지만 특수상해 대신 상해 혐의만 인정돼, 형량이 벌금 300만원으로 크게 줄어든 것이다. 2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가 생수가 가득 찬 페트병으로 폭행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빈 페트병이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줄 수 있는 물건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후 대법원도 이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형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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