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인의 `樂樂한 콘텐츠`] 대사 안 들리고 주위는 시끄럽고… 자막 없으면 집중 못해요
플랫폼마다 다른 표준 음량 기준에 배경음악·대사 소리 묻히기도
공공장소서 감상할땐 음향보다 중요·1.5배속 감상늘어 의존도 ↑
"잘 안 들리는데, 자막 없나요?"
순수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도 자막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자막이 청각 장애인을 위한 '배리어 프리' 서비스가 아니라 일반 시청자를 위한 보편적인 서비스로 바뀌고 있다. 1927년 워너브라더스의 '재즈싱어'가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의 시대를 연 데 이어 다시 소리 없는 자막의 시대로 회귀하는 걸까.
'넷플릭스'를 비롯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중심으로 한글 자막 서비스가 보편화하면서 이에 익숙해진 이용자는 대사가 잘 안 들리는 것에 대한 참을성이 적어졌다. 발음이 이상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야 했던 부분도 자막이 대신 짚어준다. 한국 예능 특화 자막부터 최근에는 김혜수·염정아 주연의 영화 '밀수'를 비롯해 극장에도 자막이 등장했다.
자막 서비스 활성화에 적극적인 넷플릭스는 2011년부터 대부분의 콘텐츠에 다국적 언어 자막을 적용하고 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시청자들은 전세계 시청시간의 40%에서 자막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넷플릭스는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로서, 현지화와 콘텐츠 이해도 증진을 위한 투자에 신경쓰고 있다. 탄탄한 자막 서비스가 중요한 한 축"이라며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배리어 프리' 관점에서도 중요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막 서비스를 선호하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미국 언어학습 플랫폼 프레플리(preply)가 지난해 5월 미국인 12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8~25세 응답자의 70%와 25~41세 응답자의 53%가 자막을 활성화한 상태로 온라인 콘텐츠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이민자의 나라' 특성상 억양을 이해하기 어려워 자막을 보는 경우가 있지만, Z세대를 중심으로 스트리밍 서비스 위주로 자막 활용도가 높았다.
실제 음량 기준 등의 문제로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방송에서 적용되는 표준 음량 기준(-24 LKFS)이 있는데, OTT 등 온라인 플랫폼은 각사마다 표준 기준이 다르다. LKFS란 사람이 인지하는 소리의 크기를 측정하는 표준 단위다. TV 방송의 경우 음량 기준값에 맞춰 정부가 규제하지만, OTT나 유튜브 등은 강제 규제 없이 자체 기준을 적용한다. 유튜브의 경우 자체적으로 -14LUFS,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는 -27KFS를 권장값으로 갖고 있다.
한 음향 전문가는 "서비스하는 기업마다 음향 규격이 다른데, 제작한 오디오 밸런스를 하려면 규격대로 패키징 작업을 해야 한다"면서 "이를 고려하지 않고 콘텐츠를 업로드하면 사운드 조절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끄러운 배경음악이나 소리에 대사가 묻히기도 하고 일부 배우의 부정확한 발성도 대사를 알아듣지 못하는 걸림돌로 꼽힌다. '아마존 프라임'은 AI(인공지능)를 활용한 '다이얼로그 부스트(Dialogue Boost)' 기능을 도입해 콘텐츠의 오디오를 분석한 후 대사를 듣기 어려운 지점을 식별해 오디오를 강화하는 방법을 쓴다.
음향 문제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 콘텐츠인데도 한글 자막을 보는 이유는 다양하다. 지하철, 버스, 기차와 같은 공공장소에서 소리를 듣지 않고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자막만으로 콘텐츠를 접할 때가 있고, 집에서도 다른 가족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이어폰을 끼고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도 자막이 유용하다. 아이가 있다면 육아 후에 조용하게 콘텐츠를 감상하는 경우에 자막을 활용하기도 한다.
특히 Z세대를 중심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1.5~2배속으로 빨리 감기를 하며 시청하면서 자막 의존도가 커졌다. 소비할 콘텐츠가 많아 천천히 감상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기도 하고 쇼츠 등 숏폼 콘텐츠에 익숙해져 몇 시간씩 진득하게 앉아서 보는 참을성도 바닥 났다. 심지어 영화를 요약해주는 유튜브 콘텐츠 또한 내레이션과 함께 자막이 들어간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시각화가 강화된 영향도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전화하는 것보다 카카오톡이나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이 편하다는 사람들이 늘었다.
TV의 개인화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있다. 모바일의 경우 개인용 단말이지만, TV는 옛날에는 동네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보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최근까지도 가족과 함께 시청하는 공용 자산에 가까웠다. '1인 1TV'의 보급은 가격과 장소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TV도 휴대폰처럼 개인화를 넘어 초개인화 바람이 불면서 업계의 고민도 깊어지는 상황이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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