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리 87위’ 단타자서 ‘비거리 7위’ 장타자로 대변신 … ‘가을 여왕’ 김수지의 힘은 ‘노력’ [오태식의 골프이야기]

2023. 9. 1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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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지. <사진 KLPGA 제공>
김수지(27)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는 짧은 두 단어가 적혀 있다. ‘노력’과 ‘능력’이다. 노력을 하면 능력이 생긴다는 의미일 것이다. 김수지는 노력을 많이 할수록 능력도 그에 비례해서 커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선수다.

그의 노력이 능력이 된 사례가 바로 비거리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점프투어와 드림투어를 거쳐 2017년 정규투어에 입성한 김수지는 원래 드라이브 거리가 긴 편이 아니었다.

2017년 36위(247.35야드)로 시작한 드라이브 평균 거리는 2018년 69위(237.84야드), 2019년 86위(232.11야드), 그리고 2020년 87위(226.75야드)까지 점점 떨어졌다.

김수지. <사진 KLPGA 제공>
거리는 짧았지만 페어웨이 안착률 10위 이내에 드는 정교함으로 무난한 선수 생활을 이어가던 김수지에게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2020년 상금랭킹이 84위까지 처지면서 시드전을 치러야 하는 궁지로 몰린 것이다. 다행히 시드 순위전에서 6위에 올라 정규 투어에 남게 됐지만 이대로 가면 자신의 미래도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김수지는 자신에게 대변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해 겨울 혹독한 동계 훈련을 거쳐 새로운 김수지로 거듭났다. 바로 ‘장타자 김수지’다.

2021년 김수지의 드라이브 거리 순위는 22위(243.21야드)로 껑충 뛰었다. 드라이브 거리가 늘어나면서 더불어 변화된 것 중 하나가 그린적중률이다. 2020년 90위(66.41%)였던 그린적중률 순위가 2021년 9위(76.97%)로 대도약을 한 것이다. 2021년 115번째 출전 대회 만에 생애 첫 승을 거둔 것이나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것 모두 그의 노력이 능력이 된 결과였다.

2승을 거두며 대상을 수상한 2022년, 김수지의 드라이브 거리는 더 늘었다. 시즌을 마쳤을 때 순위는 16위(245.67야드)였다. 그린적중률도 4위(77.26%)로 더 날카로워졌다. 나이가 들면서 거리가 줄어드는 것이 보통이지만 김수지는 거꾸로 거리가 더 늘어나는 반전을 이뤄냈다.

김수지. <사진 KLPGA 제공>
2023년 김수지의 드라이브 거리 순위는 현재 7위(253.40야드)다. 지난 동계 훈련 기간에도 노력의 노력을 더한 결과다. 그린적중률은 현재 당당히 1위(78.37%)에 올라 있다.

올 시즌 상반기 김수지는 잠시나마 마음고생을 했다. 지난 겨울 노력한 만큼 결과가 쉽게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승이 잡힐 듯 잡힐듯하면서도 그의 손에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찬바람이 불면서 가을여왕도 깨어났다. 하반기 첫 메이저대회인 한화클래식에서 시즌 첫 우승에 성공한 것이다.

9월이 왔지만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마지막 더위가 물러나고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되면 김수지의 샷도 더 날카로워질 것이다.

김수지는 작년 가을 정말 무서운 샷을 쏘아댔다. 작년 하반기 13개 대회에 출전해 2승을 포함해 10차례나 ‘톱10’에 올랐다. 김수지는 이번 주부터 2주 연속으로 2승을 거둔 대회 타이틀 방어에 나선다. 15일부터 사흘간 클럽72 하늘코스에서 열리는 OK금융그룹 읏맨 오픈과 21일부터 나흘간 베어즈베스트 청라에서 열리는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이다.

김수지의 노력이 능력이 될 무대가 파란 가을 하늘 아래 이제 곧 펼쳐진다.

오태식기자(ots@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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