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예권이 수액 맞으며 녹음한 라흐마니노프 음반
스타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변주곡·소품 앨범 내고
전국 11개 도시 독주회
그에게 남은 일말의 아쉬움은 녹음 당시 혹독한 일정과 고갈된 체력 탓이다. 나흘 연속 예비군 훈련과 곧바로 미국 뉴욕으로 출국해야 하는 상황에서 단 이틀 만에 녹음을 마쳐야 했단다. 그는 “관리를 소홀히 한 제 탓이지만 많이 아팠다”며 “녹음 후 피드백을 해야 하는데도 연주를 다시 듣기가 어려워 잠수를 탔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지나온 시간은 이젠 ‘성장통의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앨범 제목 ‘리플렉션’은 자신의 본연을 직면하고자 하는 마음을 의미한다. 녹음을 위해 찾았던 경남 통영에서 본 달빛을 비유하기도 한다. “연습 후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통영 밤 바다의 잔잔한 수면에 꽉 찬 달이 비쳤어요. 제가 그런 달빛을 참 좋아하거든요. 달빛을 보며 간절한 소망을 되새겼습니다.” 그 소망은 앨범 내지에 그의 자필로 적혀있다. ‘지금 이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한 최대한으로 더 끌어올릴 수 있기를…’
라흐마니노프는 선우예권에겐 “가슴을 들끓게 만드는 작곡가”다. “광활한 바다를 저공비행하는 느낌을 주고, 대자연의 풍경을 상상하게 만드는 음악”을 남겼다. 그에겐 2017년 한국인 최초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의 영예도 그의 곡과 함께였다.
특히나 코렐리 변주곡은 그가 만15세에 떠난 미국에서 스승 세이무어 립킨에게서 처음 배운 곡이다. “피아노를 초2가 돼서야 시작한 후 음악을 어떻게 느끼고 표현해야 하는지 몰라 굉장한 고충을 겪었죠. 몇 년의 시간을 지나 17~18세 무렵에 코렐리 변주곡을 배웠는데, 지금도 립킨 선생님이 그 선율을 연주하는 소리가 귓가에 남아있어요. 그러면서 표현력을 키우고 성장했습니다.”
선우예권은 시골 마을에서 피아노 연주를 선보이는 등 야외 이색 무대 공연 경험도 잦다. 2년 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유튜브 채널 ‘오느른’을 통해 공개된 이 영상은 지금도 가끔씩 찾아보곤 한단다. 그는 “예상치 못한 작은 마을이나 야외 무대의 분위기는 애틋하면서도 제게 연주를 더 사랑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가져다준다”며 “댓글에 제가 황송해질 정도로 따뜻한 표현이 많아서 마음이 충전된다. 어떤 곳이든 사람이 있다면 특별하게 찾아가고 싶다”고 했다.
우선은 이달 23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전국 11개 도시를 돌며 리사이틀을 연다. 앞서 2020년 모차르트 음반을 낸 후 연 공연은 팬데믹이 한창일 때라 관객과의 만남이 제한적이었지만 이번엔 사인회 등 대면 접촉을 늘린다. 프로그램으로는 라흐마니노프뿐 아니라 슈베르트·바흐를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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