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혁신 걸림돌 없앤다..'땅' 면적기준 폐지-교사·교원 요건도 완화
앞으로 대학 운영 요건 중 교지(땅) 면적 기준이 폐지된다. 여러 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이 초·중등과 대학 등 학교급별 특성에 따라 법인을 분리 운영할 수 있는 기준도 생긴다. 학령인구 감소와 원격수업 활성화 등 사회 변화에 대학이 역동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다.
교육부는 1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대학설립·운영 규정' 일부개정령안이 심의·의결됐다고 밝혔다. '대학설립·운영 규정'은 대학 설립을 위해 교지·교사(건물)·교원·수익용기본재산 등 4대 요건을 갖추도록 정하고 있다. 이 요건들은 대학 설립 이후 학교(법인)의 실적을 평가하고 학과 신설과 정원의 증원, 통·폐합, 재산처분 등 대학의 운영 활동 시 적용돼왔는데 1996년 제정 후 45차례 개정되고도 급변하는 교육환경에 대학이 융통성 있게 대응하기 역부족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교육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대학 설립 기준을 이전과 같이 4개 항목을 적용하면서도 이미 운영 중인 대학이 충족해야 하는 요건을 대폭 완화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교지는 건폐율·용적률에 관한 규정 등 건축관계법령 요건만 갖추도록 하고 별도의 면적 기준이 폐지된다. 그간 학생 정원이 401~999명인 대학은 교사기준면적에 해당하는 교지를 갖추도록 하고, 1000명 이상일 경우 2배 이상 갖추도록 했는데 이를 없앤 것이다.
교사(대학 시설)도 원격수업과 대학간 자원 공유 등의 추세에 맞춰 자연과학·공학·예체능·의학계열 '학생 1인당 교사기준면적'을 14㎡로 통일·완화된다. 교사 확보율을 100% 이상 충족하는 대학이 추가로 교지·교사를 갖추고자 할 경우 이를 임차해 활용할 수도 있게 된다. 종전에는 대학이 기존 캠퍼스와 새로 조성되는 캠퍼스 모두 교지와 교사 확보율을 100% 이상 갖춰야만 이전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새로 조성되는 캠퍼스의 시설 여건만 갖추면 이전할 수 있게 된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가운데 '재학생 수'가 학생정원보다 적으면 정원 대신 재학생 수를 기준으로 교사·교원 확보 기준을 산정할 수 있게 된다. 또 교원 1인당 학생수 기준은 유지하되 일반대학의 겸임·초빙교원 활용 가능 비율을 5분의 1에서 3분의 1까지 늘려 다양한 강좌를 개설하고 산업계 등의 우수 전문인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학교의 수익용기본재산도 학교법인이 수익을 창출해 대학에 투자를 하는 경우 수익용기본재산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하기로 했다. 확보 기준을 연간 학교회계 '운영수익총액'에서 연간 '등록금·수강료 수입액'으로 완화해 법인이 '연간 등록금·수강료 수입액'의 2.8% 이상을 대학에 지원하는 경우 수익용기본재산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렇듯 교지·교사·수익용기본재산 기준을 낮춤으로써 대학이 유휴 재산을 활용해 수익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이번 개정을 통해 여러 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이 학교급별 특성에 따라 법인을 분리 운영할 수 있도록 기준이 마련된다. 법인을 분리할 경우 기존 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수익용기본재산 가액을 학교별 재학생 수에 따라 나누면 된다. 학령인구가 급감해 여러 학교를 운영하는 법인의 재정여건이 악화될 경우 소속 학교 전체에 끼칠 영향과 폐교 등의 문제가 같은 법인에 소속되어 있는 다른 학교의 정상적 운영을 방해할 위험을 차단해야 할 필요성을 고려한 것이다.
대학 간 통·폐합 시 일률적으로 입학정원을 감축하도록 한 종전의 조건도 없앤다. 교사·교원·수익용기본재산 확보율을 전년도 이상으로 유지한다면 정원 감축 없이 통·폐합이 가능해진다. 통·폐합 대상도 전공대학과 비수도권 사이버대학까지 확대된다. 다만 수도권 대학이 통·폐합 시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적용된다.
학부와 대학원 간 학생정원 조정 시 학부생 충원율과 학부 정원 감축 요건을 폐지하고, 박사과정을 신설하는 경우 교원 연구실적에 대한 획일적인 기준을 없애 대학이 학칙을 통해 정하도록 했다. 전문대학원을 신설할 경우 교원 확보 기준을 일반대학원 수준으로 완화(학부 정원의 2배→1.5배로 산출)하고, 다른 학부(대학원) 소속 교원과 시설을 공동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방안도 마련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규정 개정을 통해 대학이 학령인구 감소, 디지털 전환 등의 시대·사회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대학의 자율적 혁신에 걸림돌이 되는 현장의 규제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규제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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