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잇지오, 아시아송으로 가을을 열다
무대 위에 안개 기둥이 솟았다. 청중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불꽃이 피어오르자, 함성은 더 커졌다. 지난 9월 8일부터 3일 동안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광장에서는 세계 문화체험 축제 ‘문화잇지오 x 아시아송 페스티벌’이 펼쳐졌다. 첫날인 8일 저녁엔 ‘2023 아시아송 페스티벌’이 열려 열기를 한층 더 달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주관하는 아시아송 페스티벌은 2004년부터 시작, 아시아 각국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음악 콘서트이다. 또 문화잇지오는 한국에서 대상국 문화를 체감하는 축제로 올해는 아랍에미리트와 인도가 선정됐다.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된 아랍에미리트 및 올해 수교 50주년을 맞은 인도와 서로 친밀히 알아가자는 취지도 담고 있다.
문화잇지오
9월 8일 한강의 오후는 더웠다. 가을이 맞나 싶을 만큼. 그럼에도 그들의 열정은 막지 못했다.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 하얀색 의상(칸두라와 구트라)을 말끔하게 입은 아랍 남성들이 열심히 노래 연습을 하고 있었다. 한강에서 듣는 아랍 노래라니. 생각보다 세계가 가깝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행사는 아랍에미리트와 인도 구역을 나눠 진행했다. 곳곳마다 통역을 두어 소통을 도왔다.
UAE(아랍에미리트)
“난 향만 맡아도 알겠어. 아랍 향은 참 그윽하더라.”
지나가는 사람들 대화가 들려왔다. 아랍 향수 체험 부스였다. 장인이 설탕과 향료 등을 섞어 동그랗게 인센스를 빚고 있었다.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올 듯한 버너에서 인센스를 태우자 연기와 향이 물씬 올라왔다. 장인은 그 연기를 사람들 목 뒤와 옷 사이로 몰았다. 귀한 손님을 맞는 의미라고 했다. 격하게 환영해 준 장인은 정성껏 빚은 인센스를 건네줬다. 그 이국적인 향기에 이미 두바이에 있는 듯했다.
“아랍에서 아름다운 걸 장미라고 표현하거든요. 그래서 작가님이 연필로 장미를 만들었대요.” 통역사가 내 질문에 대한 답을 들려줬다.
그동안 아랍 작가의 손에선 장미가 피어났다. 그 연필로 난 한국어를 쓰게 되리라. 그와 나의 소망처럼 아랍과 한국이 아름답게 이어지겠지. 더듬거리며 앞서 배운 아랍어, ‘슈크란(고맙습니다)’이라고 말하자, 그가 살포시 웃었다.
부스에서는 아랍 음식과 커피, 초콜릿 음료를 맛볼 수 있었다. 초콜릿 음료는 달콤하다 못해 좀 더 깊고 오묘한 맛이었다. 쌉싸름하게 입안을 감돌아 한 컵을 더 청했다. ‘이러다 중독되는 거 아냐?’라는 말을 삼키면서.
아랍 음식은 신기했다. 아랍 아침 식사와 아랍 커리가 준비됐다. 망설이는 나를 본 아랍 여성은 두 가지 모두 건넸다. 아침 식사는 계란과 밥, 국수 등을 볶았다는데 달짝지근한 맛이 났다. 치킨커리도 인도나 동남아 커리와는 좀 달랐다. 아랍의 맛이었다.
인도
인도 부스 앞에는 조화로 된 메리골드 꽃이 놓여 있었다.
인도 측 행사 기획자는 “인도라는 나라가 IT의 강국이면서 오랜 문화가 있는 국가라 여러 가지를 알리고 싶었다”라며 “메리골드는 인도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며, 인도의 문화와 종교에서 활용하는 꽃”이라고 덧붙였다.
조화로 액세서리를 만들며 타투 체험을 했다. 인도 민속 악기가 내는 소리를 들으며 요가를 구경했다. 인도에 대한 관심은 한층 더 커졌다.
인도홍보관에서는 인도어로 이름을 써주고 있었다. 글씨를 쓰는 여성은 획 하나하나에 혼을 담는 듯했다. 그렇게 적어 준 이름을 받았다. 정성 어린 기운을 받아선지 기분도 한결 상쾌했다. 알고 있는 힌디어 ‘나마스떼(안녕하세요)~’를 건네니 방긋 웃었다.
2023 아시아송 페스티벌
한강에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강물 위로 석양이 뉘엿뉘엿 저물었다. 그림 같았다. 어둠 속에 불이 켜져 멋진 야경을 연출했다. ‘2023 아시아송 페스티벌’ 시간이 다가왔다. 어디서 왔는지 많은 사람이 모여있었다. 저마다 입장 팔찌와 야광 팔찌를 받아 들고는 입장했다.
2023 아시아송 페스티벌에선 한국, 베트남, 아랍에미리트,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태국 등 7개국 9팀의 아티스트들이 무대를 장식했다.
먼저 일본의 인디 아티스트 사라사가 행사의 문을 열었다. 이어 일본 밴드 CHAI가 발랄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CHAI는 한국 래퍼 빈지노와 협업한 적이 있는 밴드다. 멤버 중에 쌍둥이가 있다는 말에는 모두 눈을 크게 떴다. 이어 태국의 파이콧걸이 안무와 동시에 멋진 노래를 선사했다.
‘For I can’t help falling in love with you(전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귀에 익은 노랫말이 들렸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아닌 아랍에미리트 대표가수 라시드 알누아이미의 목소리였다. 감미로운 노래를 또 다른 음색으로 듣는 것도 색다른 느낌이었다.
인도네시아 그룹 스타비가 등장하자, 사람들의 함성은 더욱 커졌다. 스타비는 한국에서 K-팝 연수를 받는 그룹이다. 뒤이어 인도 R&B가수 카얀과 베트남 파오, 한국의 케플러와 에이비식스(AB6IX)의 공연이 진행됐다.
노래가 끝나면 터지는 환호 소리에 귀가 얼얼했다. 오랜만에 듣는 기분 좋은 함성이었다. 객석에서는 다국어가 섞여 들렸다. 내용은 몰라도 감격에 찬 모습인 건 알 수 있었다. 팬들은 야광봉과 한국 가수의 닉네임(별칭)이 쓰인 부채를 흔들었다. 옆에 앉은 한 남성은 스마트폰을 통해 아시아송 페스티벌 스트리밍 방송과 동시에 보고 있었다. 몇몇 아티스트들은 무대를 내려가며 ‘한국 사랑해요’라고 인사했다. 마지막 무대는 모든 아티스트가 함께 노래를 부르며 대미를 장식했다.
지난 9월 7, 8일 전주에서 한중일 문화장관회의가 개최됐다. 3국 장관이 한자리에 모인 건, 무려 4년 만이라고 한다. 회의에서는 문화 관련 3국의 협력과 연대를 강화하는 ‘2023 전주 선언문’을 공동 채택 발표했다. 또한, 9월 5일부터 11일까지 윤석열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와 인도를 방문, 아세안 정상회의 및 동아시아 정상회의와 G20에 참석했다.
다음 날도 행사장을 찾았다. 함께 간 아이가 더 원했기 때문이었다. 어제 연습하던 아랍에미리트 남성들이 무대에 서 있었다. 난 그새 익숙해진 듯 아랍 커피를 한 잔 마셨다. 문화로 만난 두 나라가 어제보다 한층 친근하게 느껴졌다.
‘Like a peace in my heart(내 마음속 평화처럼)’
아이의 팔에는 아직 인도 부스에서 체험한 일회용 타투가 남아있다. 내 맘속에는 무엇이 남았을까. 아시아에서 왔다는 사람들은 한국에 관한 어떤 걸 기억할까. 문득 아빠 품에 안겨 재밌게 바라보던 아랍에미리트 꼬마 아이의 신기한 표정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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