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군부쿠데타 50년…여전히 치유는 멀고, 갈등·대립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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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칠레에서 사회주의 아옌데 정부를 무너뜨리고 잔혹한 독재의 문을 열어젖힌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지 11일(현지시각)로 50년이 됐다.
쿠데타 당시 칠레는 1970년 대선에서 승리한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의 사회주의 정부가 집권하고 있었다.
보수정당인 독립민주연합(UDI)은 이날 성명을 내어 당시 쿠데타가 아옌데 사회주의 정부가 초래한 "사회적 정치적 제도적 붕괴" 때문에 "불가피하게" 일어났다며 쿠데타라는 용어 사용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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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칠레에서 사회주의 아옌데 정부를 무너뜨리고 잔혹한 독재의 문을 열어젖힌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지 11일(현지시각)로 50년이 됐다. 여전히 칠레 사회는 당시 상처를 온전히 치유하지 못하고, 분열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36)은 이날 현지 방송에 생중계된 쿠데타 50돌 기념행사에서 “오늘 우리는 50년 전 전투기와 탱크, 총으로 무장한 반역의 오만함에 압도돼 법치가 무너질 때 헌법을 지키려 했던 분들을 기억한다”며 “쿠데타가 일어난 순간부터 칠레 국민의 인권은 유린당했다”고 말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그는 “쿠데타를 일으키고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인권을 유린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쿠데타 당시 칠레는 1970년 대선에서 승리한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의 사회주의 정부가 집권하고 있었다. 그러나 경제난 등을 틈타 군사령관이었던 아우구스토 피노체트는 1973년 9월 11일 쿠데타를 일으켜 군사정권을 수립했다. 이후 군사정부는 1990년까지 17년 동안 반정부 인사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을 벌여 3200명이 숨진 것을 포함해 모두 4만명이 넘는 사람이 납치, 고문, 살해 등으로 고통받았으며, 당시 실종되어 아직 행방을 찾지 못하는 이들도 1천명이 넘는다.
당시 미국은 몰래 쿠데타를 지원했다는 사실이 기밀문서 공개를 통해 속속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최근 관련 문서 공개를 언급하며 “바이든 행정부는 당시 미국의 역할에 대해 투명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는 쿠데타 이후 희생자에게 가장 깊은 존경을 보낸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 루이스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 루이스 라카예 포우 우루과이 대통령 등 중남미 정상들이 자리를 함께했고, 미국에서도 크리스토퍼 도드 대통령특보가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했다.
그러나 이런 역사적인 날의 행사는 진보 정부와 보수 야당의 첨예한 갈등과 깊은 분열의 골도 드러냈다. 많은 보수 우익 정파들은 당시 쿠데타에 대해 “나라를 공산주의에서 구해내기 위한 불가피했던 일”이라는 견해를 나타내며 이날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최근 국민여론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지난 3월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쿠데타가 민주주의를 파괴했다’는 의견이 2013년 63%에서 42%로 떨어진 반면, ‘칠레를 마르크시즘에서 구해냈다’는 의견은 18%에서 36%로 두 배 늘었다. 전날 수도 산티아고에서 열린 독재정권에 희생된 이들에 대한 추모 행사는 이에 반대하는 세력의 습격을 받는 등 폭력이 난무했다.
보수정당인 독립민주연합(UDI)은 이날 성명을 내어 당시 쿠데타가 아옌데 사회주의 정부가 초래한 “사회적 정치적 제도적 붕괴” 때문에 “불가피하게” 일어났다며 쿠데타라는 용어 사용을 거부했다. 당대표 하비에르 마카야는 “살바도르 아옌데 전 대통령 같은 이들에게 존경을 나타낼 수 없어서” 기념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옌데 전 대통령의 딸 이사벨 아옌데 상원의원은 쿠데타 당일 자결한 아버지를 상기하며 “비극의 책임을 아버지에게 돌리려는 시도다. 진짜 범인은 질서를 무너뜨리고 대통령궁을 폭격하고 수천 명을 살해한 자들”이라고 반박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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