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미스터리'와 실패로 끝난 日의 '한국 때리기' [박한신의 산업이야기]
중국 화웨이가 내놓은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가 세계 산업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가 첨단 반도체로 꼽히는 7나노미터(nm·1nm=10억분의 1m) 공정에서 생산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의 ‘중국 산업 봉쇄전략’이 효과가 있는 것인지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도 고민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은 올 들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이 잇따라 중국을 찾았다. 말로는 날선 대중 메시지를 보냈지만 한편으로는 고위급 대화를 이어나간 것이다.
중국의 첨단산업 굴기는 막고 싶지만 수십년 간 이어진 경제적 협력 체제를 '무 자르듯' 단절할 수 없는 미국의 고민이 묻어나는 행보였다.
현재 미국이 중국에 가하고 있는 수출통제는 경쟁국 산업에 타격을 주고 싶을 때 종종 볼 수 있는 전략이다. 문제는 이 전략이 항상 통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경쟁국의 역량이 생각보다 뛰어나면 봉쇄한 기술이나 제품을 스스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이 경우 오히려 경쟁국에 새로운 경쟁력과 내성을 안겨줘 부메랑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이 2019년 한국에 행했던 수출규제다. 일본 정부는 한국과의 외교적 분쟁이 커지자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을 겨냥해 감광액, 필름, 불화수소 등 소재 수출을 통제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한국 경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반도체 산업을 때리면 한국 정부가 열흘 안에 두 손을 들고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수출통제를 어느 정도 예상해 대비하고 있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 공급망에 대한 체크가 이뤄졌던 것이 기반이 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 또한 이미 ‘플랜 B’를 준비해 수출규제 즉시 적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일본 정부의 예상과 달리 수출규제는 한국 반도체 밸류체인과 소부장 산업에 내성을 안겨주는 결과만 초래한 채 끝났다.
이번 ‘화웨이 미스터리’가 미묘한 것은 바로 이 지점에서다. 미국의 중국 봉쇄가 중국 산업의 내성을 길러준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의 역량을 과소평가했고, 궁지에 몰린 중국이 스스로 밸류체인을 만들어 내는 최악의 경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다.
물론 이 또한 중국 정부와 화웨이, SMIC(중국의 파운드리 기업)가 합작해 내놓은 ‘블러핑’(허풍)일 수 있다. 무리를 해서라도 첨단 양산 제품을 내놓고, 중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과대평가하게 만들어 반대편의 공조 또는 정책 일관성에 혼란을 주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실제 화웨이의 발표 이후 반도체 전문가들은 ‘메이트 60 프로’는 수익성이 없으며, 양산에 돈을 쏟아부어봤자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정도 수준의 기술은 이미 미국의 봉쇄전략 이전에 구축해 놓은 것일 뿐 미국의 수출통제가 이어질수록 중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은 점점 더 한계에 부딪힐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첨단산업 규제 고삐를 늦춰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7nm 칩으로 알려진 것의 특성과 구성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 미국이 어떤 결론과 방향성을 내놓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미국의 대중 반도체 통제가 중국에 무섭게 추격을 당하고 있던 한국 반도체 산업 입장에서는 '단비'와 같은 조치였다는 점이다. 단기적으로는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한국 산업의 근간인 반도체 경쟁력을 지킬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국, 미국의 중국 봉쇄로 시간을 번 한국 반도체 산업이 살 길은 수 많은 변수에 흔들리지 않도록 '초격차'에 더욱 가속도를 붙이는 일이라는 얘기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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