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슥한 야산에 올라 흙속에 숨긴 이들...무려 80억원치 들여왔다

박나은 기자(nasilver@mk.co.kr) 2023. 9. 1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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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로폰 7만명 투약분에 합성대마까지
미국인 밀수책 가방 격벽에 숨겨 반입
땅에 묻어 전달하는 신종 던지기 수법
밀수·유통책 8명 검거…총책 2명 수배
<사진제공=서울경찰청>
해외에서 마약을 밀수입해온 뒤 땅에 묻어 전달하는 ‘신종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유통해온 국제 조직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12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수십억원어치의 필로폰을 숨겨 한국에 들어오고 공원 인근 야산 땅속에 이를 파묻어 공범들에게 전달한 일당 8명을 검거했다. 이중 6명은 구속됐으며 총책 2명은 적색수배된 상태다.

경찰은 피의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시가 약 76억원 상당의 7만6000명분의 필로폰 2.3kg, 시가 약 3억4000만원 상당의 합성대마 1355ml(카트리지 약2258개 분량) 등 약 80억원 어치의 마약을 압수했다.

검거된 피의자 중에는 태국 마약조직 살인사건에 가담한 이도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미국인 A씨(29)는 지난 8월 2일 관광객인 것처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진공 포장된 필로폰 1.95kg을 몰래 들여와 국내 유통하려고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2015년 11월 태국에서 마약 범죄조직원으로 활동하다 조직 두목을 살해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

이번 사건은 경찰이 지난 7월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판매하는 조직에 대한 첩보를 입수해 국내 유통책 6명을 검거하고 이중 4명을 구속하면서 시작됐다. 국내에서 합성대마 3천800ml를 제조한 베트남인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이후 대량의 필로폰이 추가 거래된다는 정보를 입수해 거래현장에서 A씨를 긴급체포했다.

구속된 유통책 중 한 명은 야산에 묻어두고 찾아가게 하는 수법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아파트 우편함 등에 마약을 넣어놓고 찾아가도록 하는 기존의 이른바 ‘던지기’ 수법에서 도난 사건이 자주 발생하자 야산을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남성신 마약범죄수사대 1계장은 “마약 구매자가 ‘던지기’ 된 마약을 찾으러 갈 때 자신이 구매한 것이 아닌 다른 마약도 인근에 있을 것을 알고 주변을 샅샅이 뒤져서 찾아가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책들이 국내에 판매한 마약은 필로폰 310g과 합성대마 약 1천355ml, 대마 87g이었다.

또한 A씨에게 필로폰 밀수를 지시한 중국인 총책 B(29)씨와 밀수를 도운 미국인 공범에 대해서도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B씨는 2021년 1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해외에서 항공특송화물로 시가 255억원 상당의 마약류를 자전거나 야구 배트에 숨겨 한국에 들여온 사건에도 연루된 것으로 전해졌다. 동남아시아, 미국 등 여러 나라에 걸쳐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밀수입 범죄 등을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B씨는 경제적으로 궁핍한 상황에서 마약류를 구매하던 유통책들에게 자신의 일을 도와주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제안을 해 유통책들이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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