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보다 끔찍한 '강제키스' 사퇴" 라리가 회장 발언에 美 뿔났다

이현호 기자 2023. 9. 1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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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알레스 축구협회장과 스페인 여자선수 포옹/게티이미지코리아
루비알레스 축구협회장/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이데일리 = 이현호 기자] "9.11 테러보다 더 충격적인 일이다."

지난 10일 스페인 축구협회장이 강제 키스 논란으로 사퇴한 가운데 뜬금없이 9·11 테러가 거론됐다. 축구계 해프닝을 국제적인 참사에 빗댔다.

하비에르 테바스 스페인 라리가 회장은 12일(한국시간)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 축구협회장이 강제 키스 논란으로 사임하자 "내가 걱정하는 건 따로 있다. 스페인 축구 평판이 나빠질까봐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모두 스페인 축구 평판을 끌어올리기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한다. 정말 끔찍한 일이지만 이게 현실이다. 우리가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루비알레스 회장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이미 알려진 그의 상황에 대해서는 추가 언급을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테바스 회장은 "스페인 축구계 이미지가 심각하게 손상됐다. 지금처럼 디지털 미디어가 발전한 세상에서 벌어진 가장 큰 일이다. 9.11 테러보다 더 충격적인 이슈"라고 말했다.

9.11 테러/게티이미지코리아
9.11 테러/게티이미지코리아

9.11 테러는 지난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 맨하탄의 쌍둥이 빌딩(세계무역센터)이 항공기 충돌로 무너진 사건이다.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 테러 단체 알카에다가 비행기 납치 사건을 주도했으며, 이 테러로 3천 명 가까이 사망했다. 아직도 신원 확인이 안 된 사망자가 1,100여 명에 달한다.

테바스 회장의 마지막 표현이 방점을 찍었다. 스페인 축구협회장이 자국 여자선수와 입을 맞춰 직장에서 쫓겨난 이슈를 9.11 테러와 연관지어 비판받는다. 건드려서는 안 될 이슈를 건드린 셈이다.

스페인 축구협회는 11일 “루비알레스 회장이 오늘 스페인 축구협회장 사임 의사를 밝혔다. 또한 기존에 맡고 있던 유럽축구연맹(UEFA) 부회장직에서도 사임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강제 키스' 논란이 불거진 지 3주 만에 스스로 물러났다.

지난달 20일,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결승전이 호주 시드니에서 열렸다. 결승전에서 스페인이 잉글랜드를 1-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스페인 선수단이 시상대에 올라 메달을 건네받을 때 루비알레스 회장이 모든 선수들과 포옹하며 우승을 자축했다.

루비알레스 축구협회장과 스페인 여자선수 포옹/게티이미지코리아
루비알레스 축구협회장과 스페인 여자선수 포옹/게티이미지코리아

이때 큰 문제가 발생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이 스페인 여자선수 헤니페르 에르모소와 포옹한 후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갖다 댄 것. 해당 장면은 중계카메라에 찍혀 전 세계에 송출됐다. 모두가 경악한 일이다. 각국 모든 축구인들이 루비알레스 회장의 기행을 비판했다.

피해자 에르모소는 라커룸으로 들어가 “(축구협회장의 기습 입맞춤 때문에) 기분이 언짢았다”고 말했다. 에르모소가 소속되어 있는 축구선수 노동조합 ‘풋프로’는 루비알레스 회장을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FIFA도 나섰다. FIFA는 루비알레스 회장에게 90일 직무 정지 징계를 내렸고, 추가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코칭스태프도 루비알레스 회장이 사퇴할 때까지 일을 하지 않겠다며 항의했다. 스페인 축구협회 임원들도 "용납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고 목소리 높였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루비알레스 회장 퇴진 촉구 운동이 벌어졌다. 수백 명이 광장으로 뛰쳐나와 "루비알레스 회장은 사퇴하라!"고 소리쳤다. 루비알레스 회장의 모친이 단식투쟁을 벌이며 아들을 감쌌지만, 결국 루비알레스 회장은 협회장에서 사임했다.

테바스 라리가 회장/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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