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호' 김하성 미쳤다, 亞 2번째 40도루 역사 보인다…SD는 2-7→11-8 대역전 드라마, 다저스 울렸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김하성(28,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시즌 35호 도루에 성공하며 40도루까지 한걸음 더 다가갔다.
김하성은 1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경기에 1번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1삼진 1도루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시즌 타율은 종전 0.271에서 0.270으로 약간 떨어졌다. 샌디에이고는 후안 소토의 결승 스리런 홈런에 힘입어 11-8 대역전승해 2연패에서 탈출했다.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 매직넘버를 7에서 더 줄이지 못했다.
샌디에이고는 이미 가을야구와는 멀어진 상태지만, 타도 다저스에 나섰다. 김하성(2루수)-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우익수)-후안 소토(좌익수)-매니 마차도(지명타자)-잰더 보가츠(유격수)-주릭슨 프로파(1루수)-루이스 캄푸사노(포수)-매튜 배튼(3루수)-트렌트 그리샴(중견수)이 선발 출전해 다저스 선발투수 개빈 스톤에 맞섰다. 스톤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루키로 5경기(선발 3경기)에서 1승, 18이닝, 평균자책점 10.50을 기록하고 있었다.
샌디에이고 선발투수 페드로 아빌라 역시 빅리그 경험이 그리 풍부하지 않았다. 2019년 빅리그에 데뷔해 이날 경기 전까지 통산 14경기(선발 6경기) 등판이 전부였다. 올 시즌은 10경기(선발 4경기)에서 1승2패, 37이닝, 평균자책점 2.19를 기록하고 있었다.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모두 신예급 투수를 선발로 내세운 만큼, 경기 초반 다득점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했다.
# 김하성 첫 타석부터 2G 연속 안타+35호 도루+선취득점 날았다
김하성이 첫 타석부터 펄펄 날았다. 1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좌전 안타를 때렸다. 다저스 선발투수 스톤이 초구와 2구 모두 볼을 던진 가운데 3구째 시속 92.5마일짜리 직구를 받아쳤다.
내친김에 도루도 감행했다. 무사 1루 타티스 주니어 타석 때 김하성은 2루를 훔쳐 시즌 35호 도루를 기록했다. 그는 이미 한국인 메이저리거 최초로 30도루 고지를 밟으며 역사를 썼는데, 40도루 도전도 가능해졌다. 40도루에도 성공하면 한국인 메이저리거에게 더더욱 깨지기 어려운 기록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김하성이 빠른 발로 득점권 상황으로 바꾸면서 선취 득점까지 이어졌다. 후안 소토가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적시타를 날렸는데, 김하성의 발을 의식한 다저스 좌익수 크리스 테일러가 한 차례 포구 실수를 저질렀다. 덕분에 김하성은 여유 있게 홈을 밟을 수 있었고, 2루를 노리던 소토만 테일러의 강한 송구에 아웃됐다.
그러나 샌디에이고의 미소는 오래가지 않았다. 선발투수 아빌라가 1회말 선두타자 무키 베츠에게 좌월 솔로포를 얻어맞아 순식간에 1-1 동점이 됐다. 아빌라의 위기는 2회말에도 계속됐다. 1사 만루 위기에서 미구엘 로하스에게 밀어내기 사구를 허용해 1-2로 뒤집혔다.
# 김하성 3G 만에 타점 생산…그러나 아빌라 붕괴, 관중 수비 방해 뒤 도망 촌극까지
김하성은 3회초 2번째 타석에서 귀중한 타점을 올렸다. 선두타자 배튼이 볼넷을 얻고, 그리샴이 우익수 방면 2루타를 쳐 무사 2, 3루 기회를 잡은 뒤였다. 김하성은 2루수 땅볼을 쳐 3루주자 배튼을 불러들이고 2-2 균형을 맞췄다. 김하성은 지난 9일 휴스턴전 이후 3경기 만에 타점을 올렸다.
하지만 또 아빌라가 무너졌다. 3회말 1사 후 맥스 먼시에게 우중월 솔로포를 얻어맞아 2-3이 됐다. 이후 JD 마르티네스, 제이슨 헤이워드, 테일러까지 3타자 연속 안타를 허용하면서 실점해 2-4가 됐고, 2사 2, 3루 위기에서 로하스를 볼넷으로 내보내 또 만루 위기를 만든 뒤 레이 커로 마운드가 교체됐다.
커는 등판하자마자 베츠에게 장타를 허용했다. 베츠의 타구가 좌중간 담장을 향해 뻗어갔고, 샌디에이고 중견수 그리샴이 펜스 플레이를 하려고 기다리던 차에 글러브를 낀 관중이 노골적으로 펜스 안으로 팔을 뻗어 타구를 낚아챘다. 엄연히 경기를 방해하는 행위였고, 퇴장 조치는 당연했다. 이 팬은 다 알고 한 행동이라는 듯 곧장 짐을 챙겨 경기장을 빠져나가면서 지켜보는 이들을 황당하게 했다.
관중 개입으로 심판진이 판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고, 회의 끝에 베츠의 싹쓸이 3타점 적시 2루타로 인정했다. 2아웃 상황이었기에 1루주자까지 득점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밥 멜빈 샌디에이고 감독에게 설명했다. 관중 개입 촌극 속에 2-7로 벌어진 순간이었다.
# 마차도 홈런 2방…경기는 다시 원점으로
샌디에이고는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4회초 선두타자 마차도가 좌중월 솔로포를 터트려 3-7로 쫓아갔다. 다저스 팬들은 마차도의 홈런에 야유를 보내고, 외야 관중석에서는 곧장 홈런 타구를 그라운드로 던져 넣으며 반감을 표현했다.
보가츠가 오른쪽 담장 앞에 타구가 떨어졌다가 튀어 관중석으로 들어가는 인정 2루타를 쳐 무사 2루 기회를 이어 갔고, 프로파의 유격수 땅볼 때 3루를 밟았다. 이어 캄푸사노가 3루수 땅볼로 물러날 때 보가츠가 득점해 4-7까지 좁혔다.
6회초 마차도가 한번 더 홈런포를 가동했다. 선두타자 소토가 안타로 출루한 가운데 우월 투런포를 터트려 6-7 턱밑까지 추격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그런데도 선발 스톤을 더 끌고 갔고, 1사 후 프로파와 캄푸사노의 연속 안타로 1, 2루가 되자 칼렙 퍼거슨으로 마운드를 바꿨다.
배튼이 경기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바뀐 투수 퍼거슨에게 중견수 머리 위로 넘어가는 적시 2루타를 뺏어 7-7 균형을 맞췄다. 김하성은 2사 2, 3루 기회에서 타석에 들어서 경기를 뒤집을 수도 있었는데, 공격적으로 나서다 3구 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 다저스 2실책 무슨 일이야…김하성은 희생번트, 소토가 일 냈다
샌디에이고는 9회초 선두타자 그리샴이 다저스 외야수들의 충돌에 힘입어 출루하면서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샴이 좌익수 뜬공으로 맥없이 물러나나 했는데, 좌익수 테일러 뒤에서 포구하려고 달려오던 중견수 아웃맨이 겹치면서 공을 놓쳤다.
김하성은 무사 1루에서 1루주자 그리샴을 2루로 보내는 임무를 맡았고, 벤치의 작전대로 희생번트를 잘 수행했다. 그리고 또 다저스의 실책이 나왔다. 타티스 주니어가 투수 땅볼로 물러나면서 찬물을 끼얹나 싶었는데, 투수 에반 필립스가 포구 실책을 저질러 1사 1, 3루 기회로 연결됐다.
결정타가 필요한 순간 소토가 일을 냈다. 볼카운트 1-2로 몰린 상황에서 필립스의 스위퍼를 받아쳐 우중월 역전 3점 홈런을 터트렸다. 10-7로 달아나면서 대역전극의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2사 후에는 보가츠가 우월 홈런을 쳐 11-7로 거리를 벌려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샌디에이고 마무리투수 조시 헤이더가 JD 마르티네스에게 적시타를 얻어맞아 11-8로 쫓기긴 했으나 더는 추격을 허용하지 않고 승리를 지켰다.
# 40도루까지 5개…김하성, '亞 대도' 이치로 뒤따를까
김하성은 앞으로 도루 5개를 더하면 아시아를 대표하는 '대도' 스즈키 이치로(은퇴)에 뒤를 잇는다. 이치로는 전성기였던 시애틀 매리너스 시절 아시아 메이저리거 최다 도루 기록을 세웠다. 2001년 56개로 그해 도루왕과 MVP, 신인상을 휩쓸었고, 2006년(45도루) 2008년(43도루) 2010년(42도루) 2011년(40도루)까지 포함해 40도루를 넘긴 시즌이 5차례나 됐다.
김하성은 이제 이치로에 이어 아시아 메이저리거 역대 2번째로 40도루 고지를 점령할 준비를 한다. 김하성은 아직 현역이고, 올 시즌 중반부터 맡았던 리드오프 임무를 내년에도 이어 가면 더 많은 도루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김하성은 올해 일단 40도루의 벽을 깨고, 내년에 이치로의 전설적 기록에 도전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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