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 손이 친구 뺨에 맞았다” 교사 가해 학부모 입장문에 허지웅 '일침'
대전의 초등학교 교사가 4년 가까이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가 결국 세상을 등진 가운데 가해 학부모의 입장문을 향해 작가 겸 방송인 허지웅이 직격탄을 날렸다.
12일 허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들 손이 친구 뺨에 맞았다’, 악성 민원으로 시달리다 결국 세상을 떠난 대전의 초등학교 교사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가 입장문에서 밝힌 내용 중 한 구절”이라며 “대체 어떤 상식적인 사람이 이 입장문 속의 행동들을 정상이라 생각할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물론 자식의 일이라는 게 그렇다. 상식을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선이라는 게 있다”며 “사람으로서 스스로 지켜야 할 선이 일단 있을 것이고 그런 선을 지키지 않는 자들을 막고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법과 제도가 강제하는 선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씨는 “지금 우리나라에 저 두 번째 선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아들이 친구의 뺨을 때렸다는 사실이 아들의 손이 친구의 뺨에 맞았다는 입장으로 바뀌는 동안, 그게 부모의 마음이라는 수사로 포장되는 동안 교사의 기본권도, 그렇게 자라난 아이들이 만들어갈 우리 공동체의 미래도 함께 무너지고 있다”고 질타했다.
한편 교사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가해 학부모 중 한 명인 B씨는 이날 오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입장문을 올렸다. 그는 잘못된 소문을 바로잡는다는 취지로 이 글을 게재했지만 네티즌들의 거센 반발만 불렀다.
B씨는 “2019년 1학기 초부터 아이 행동이 이상했다. 2학기가 끝나갈 무렵 틱 장애 증상이 있는 걸 알게 됐다”며 “같은 반 친구와 놀다 손이 친구 뺨에 맞았고 선생님이 제 아이와 뺨을 맞은 친구를 반 아이들 앞에 서게 해 사과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또 교사가 학생들 앞에 아이를 홀로 세워두고 어떤 벌을 받으면 좋을지 한 사람씩 의견을 물었다고 B씨는 덧붙였다.
이어 “아이가 힘들어 손으로 귀를 막고 있어도 선생님은 손을 내리라 하셨고 교장실로 보냈다”며 “면담에 앞서 선생님께 아이 잘못을 인정했고 아이에게도 선생님께 사과하라고 지도했는데 선생님은 면담 다음 날부터 학기가 끝나는 내내 병가를 썼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아이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선생님도 약속을 지키지 않아 정서적 아동학대 신고를 결정했다”며 “학폭위를 열어 선생님 담임 배제와 아이와 다른 층 배정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선생님의 명복을 빈다”면서도 “숨진 교사가 지난해 아들의 옆 교실에 배정되자 대전교육청에 민원을 넣은 것 외에 개인적 연락이나 면담은 일절 없었다. 반말하거나 퇴근길에 기다렸다, 괴롭히거나 길거리에 못 돌아다니게 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입장문 올린 지 1시간도 안 돼 누리꾼 항의가 쇄도하자 게시글은 곧 사라졌다.
B씨는 그러나 곧이어 다시 추가 글을 올려 "내가 삭제하지 않았다. 왜 삭제됐는지 모르겠다. 뺨 내용은 싸우던 것이 아니고 놀다 그런 것이라 그렇게 표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변호사 없이 제가 쓴 것이고, 댓글을 고소하려는 의도로 쓴 글도 아니고 악플은 이해하고 있다. 제가 하지 않은 행동이 많아 그걸 표현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에 누리꾼들은 "본인만 이게 갑질인지 모른다", "불쌍한 우리 선생님", "악성 민원이 사실이었다"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앞서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가 지난 5일 유성구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틀 뒤인 7일 숨졌다. 대전교사노조와 동료 교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A씨는 2019년에 친구를 폭행한 학생을 교장실에 보냈다는 이유로 해당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고소를 당하고 수년간 악성 민원을 받았다. 아동학대 사건은 무혐의로 종결됐고 A씨는 다른 학교로 근무지를 옮겼으나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원 기자 revival@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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