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고 뛰고 막고' 존재감 대폭발 김하성…'17홈런-35도루' 남은 경기는 17G, 亞 최초의 '위업' 보인다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이 '라이벌' LA 다저스를 무너뜨리는데 큰 힘을 보탰다. 안타를 치고 출루한 뒤 시즌 35번째 도루를 성공, 팀에 선취점을 안기고, 동점타를 치며 종횡무진 활약했다.
김하성은 1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원정 맞대결에 2루수,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 1볼넷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시즌 타율은 0.271에서 0.270으로 소폭 하락했다.
한창 타격 페이스가 '절정'에 달했을 때에 비해서 타격감이 떨어져 있다. 특히 9월이 시작된 후 김하성의 멀티히트 경기는 단 두 차례. 이날 경기 전까지 월간 성적은 9경기에서 타율은 0.189에 불과, 특히 장타 생산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장타율 또한 0.189에 불과했다. 지난 7월 21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전 이후 이날까지 48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는 '강행군' 속에 체력적으로 부침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김하성은 전날(11일) 휴스턴 애스토스와 맞대결에서 4타수 1안타를 기록한데 이어 두 경기 연속 안타를 터뜨린데 이어 시즌 35번째 도루를 기록하게 됐다. 이로써 김하성은 향후 17경기에서 3홈런과 5도루를 보탤 경우 아시아 메이저리거 역대 '최초'로 20홈런-40도루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다.
# 경기 초반 '장군멍군'의 진수를 보여준 '리드오프'
이날 경기의 볼거리는 '리드오프' 김하성과 무키 베츠의 활약이었다. 그야말로 양 팀의 공격을 주도했다. 먼저 김하성은 1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첫 번째 타석에서 다저스 선발 개빈 스톤과 맞붙었다. 김하성은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 높게 형성되는 스톤의 1~2구째를 걸러낸 후 3구째 낮게 떨어지는 92.5마일(약 148.9km) 커터를 공략, 좌익수 방면에 안타를 뽑아내며 기분 좋게 경기를 출발했다.
김하성은 안타 이후에도 빛났다. 김하성은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 2루 베이스를 훔치며 득점권 찬스를 마련했다. 시즌 35번째 도루. 이후 타티스 주니어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후안 소토가 좌익수 쪽으로 안타를 뽑아냈다. 이때 2루 주자였던 김하성은 3루 베이스를 지나 홈을 향해 질주했고, 샌디에이고의 선취점을 만들어냈다.
샌디에이고는 이날 경기가 끝난 시점에서 2023년 정규시즌이 종료될 때까지 17경기만을 남겨두게 됐고, 김하성은 141경기에서 17홈런 35도루를 기록하게 됐다. 도루와 달리 치고싶다고 칠 수 없는 '홈런'이 가장 큰 걸림돌이지만, 김하성은 남은 17경기에서 홈런 3개와 도루 5개를 보탤 경우 아시아 메이저리거 '최초' 20홈런-40도루라는 '위업'의 달성 가능성을 드높이게 됐다.
그러자 베츠도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베츠는 1회말 첫 타석에서 샌디에이고 선발 페드로 아빌라의 4구째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존 높은 쪽으로 향하자 이를 놓치지 않았다. 베츠의 타구는 방망이를 떠남과 동시에 담장 밖으로 향했음을 직감할 수 있었고, 좌월 솔로홈런으로 연결됐다. 시즌 39호 홈런. 여기서 베츠는 한 가지 기록을 만들어냈다. 베츠는 역대 메이저리거 '세 번째'이자, 다저스 선수 '최초'로 1번 타자 100타점을 달성하게 됐다.
두 번째 타석에서 직선타로 물러났던 베츠와 달리 김하성은 1-2로 뒤진 2회말에도 제 몫을 해냈다. 김하성은 매튜 배튼과 트렌트 그리샴의 2루타로 만들어진 무사 2, 3루 찬스에서 다시 한번 타석에 들어섰고, 이번에는 스톤의 몸쪽 싱커에 빗맞은 타구를 만들어내며, 2루수 땅볼을 기록했다. 이때 3루 주자가 홈을 밟았고, 김하성은 자신의 아웃카운트와 한 점을 맞바꾸며 팽팽한 흐름을 이어갈 수 있게 만들었다.
베츠도 펄펄 날았다. 베츠는 다저스가 2-4로 앞선 3회초 2사 만루 찬스에서 다시 한번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베츠는 샌디에이고의 바뀐 투수 레이 커의 6구째 커브를 통타했고, 이번엔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듯한 타구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때 타구가 담장을 넘어가기도 전에 관중이 낚아채면서 베츠는 '1번 타자 최초' 40홈런-100타점 대신 3타점 2루타에 만족하게 됐다.
# 가장 중요한 순간에서의 침묵 만회한 수비와 작전
두 번째 타석까지 만점 활약을 펼치던 김하성은 5회 1사 주자 없는 세 번째 타석에서 2루수 땅볼을 기록한 뒤 7-7로 균형을 맞춘 6회초 2사 2, 3루의 찬스에서 다저스의 바뀐 투수 케일럽 퍼거슨과 맞붙게 됐다. 안타 한 방이면 두 명의 주자를 불러들이고 경기의 흐름을 뒤집을 수 있는 '승부처', 하지만 결과는 아쉬웠다. 김하성은 퍼거슨의 초구에 파울, 2구째를 그대로 흘려보내며 0B-2S의 불리한 카운트에 몰렸다. 그리고 3구째 96마일(약 154.5km) 하이 패스트볼에 방망이를 내밀었지만,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결정적인 찬스를 살리지 못한 아쉬움은 곧바로 수비에서 만회했다. 이날 김하성은 경기 내내 군더더기 없는 수비를 펼쳐왔는데, 가장 중요한 순간에서도 수비력은 빛났다. 7-7로 맞선 6회말 1사 2루의 실점 위기. 다저스의 프레디 프리먼이 친 타구가 2루 베이스 쪽으로 향해 안타로 연결되는 듯했다. 그런데 여기서 김하성이 재빠르게 움직여 프리먼의 타구를 잡아낸 뒤 1루수에게 공을 뿌리면서 아웃카운트를 늘림과 동시에 2루 주자의 발을 3루에서 묶어내는 탄탄한 수비를 선보였다.
작전까지 완벽했다. 김하성은 7-7로 맞선 9회초 선두타자 그리샴이 다저스의 허술한 외야 수비로 출루하자 희생번트를 시도했고, 안전하게 주자를 3루로 보냈다. 그리고 이는 샌디에이고의 승리로 직결됐다. 샌디에이고는 후속타자 타티스 주니어가 투수 땅볼 실책으로 출루하면서 1, 3루 기회가 마련됐고, 소토가 스리런포를 작렬시켰다.
# 시즌 상대전적 2승 8패. 다저스 앞에서 작아지던 샌디에이고의 대역전승
이날 경기는 그야말로 치열한 난타전이었다. 기선제압은 샌디에이고의 몫. 샌디에이고는 1회초 김하성의 안타와 도루로 만들어진 득점권 찬스에서 소토가 선취점을 뽑아내며 1-0으로 앞섰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다저스는 1회말 베츠가 균형을 맞추는 동점 솔로포를 작렬시켰고, 2회말 만루 찬스에서 미겔 카브레라가 밀어내기 몸에 맞는 볼을 얻어내며 1-2로 흐름을 뒤집었다. 그러자 샌디에이고는 3회 2, 3루 찬스에서 김하성이 땅볼로 3루 주자를 불러들이며 다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치열한 공방전 속에서 다저스는 3회말에만 무려 5점을 쌓으며 달아났다. 다저스는 3회말 맥스 먼시가 솔로홈런을 뽑아내며 다시 주도권을 손에 쥐었고, 크리스 테일러와 베츠가 각각 적시타를 쳐 2-7로 도망갔다. 이에 샌디에이고는 4회초 매니 마차도의 홈런과 루이스 캄푸사노의 땅볼 타점으로 다시 조금씩 격차를 좁혀나가며, 양 팀은 화끈한 타격전 양상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야금야금 다저스를 뒤쫓던 샌디에이고는 결국 균형을 맞췄다. 샌디에이고는 6회 소토의 안타로 만들어진 무사 1루에서 마차도가 연타석 아치를 그리며 6-7로 다저스를 턱 밑까지 쫓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1, 2루 찬스에서는 매튜 배튼이 동점 1타점 2루타를 뽑아내면서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다만 여기서 아쉬운 장면이 있었다면, 이어지는 2, 3루 찬스에서 김하성이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역전 찬스를 놓치게 된 것.
하지만 마지막에 웃는 것은 샌디에이고였다. 샌디에이고는 9회초 공격에서 선두타자 그리샴이 다저스의 외야수 실책으로 출루하면서 무사 2루 찬스를 잡았다. 이후 김하성이 희생번트를 성공시켰고, 타티스 주니어가 투수 실책으로 출루하면서 1, 3루 기회가 마련됐다. 여기서 소토가 승기를 잡는 스리런포, 잰더 보가츠가 쐐기 솔로포를 작렬시켰다. 샌디에이고는 9회말 '마무리' 조시 헤이더가 한 점을 내줬지만, 리드를 지켜냈고 11-8로 승리하며 2연패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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