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사령탑 김주성의 담대한 약속 “DB 부활 믿어주세요”

황민국 기자 2023. 9. 1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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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DB 김주성 감독이 12일 일본 이바라키현 미토시 미토 아레나에서 열린 이바라키 로보츠와 연습 경기를 앞두고 기자와 만나 포부를 밝히고 있다. 미토 | 황민국 기자



“DB의 부활이 숙제입니다.”

전지훈련지인 일본 가와사키현에서 만난 프로농구 원주 DB 김주성 감독(44)의 눈가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DB의 살아있는 전설인 그는 감독대행 꼬리표를 떼면서 옛 영광을 되살리는 중책을 떠맡았다. 계약 기간은 3년. 무너졌던 DB 산성이 다시 살아나길 팬들은 기대한다.

김 감독은 12일 일본 B리그 이바라키 로보츠와 연습경기를 앞두고 기자와 만나 “팬들을 실망시킬 수 없다는 생각에 하루 하루가 전쟁”이라면서 “초보 지도자로 부족한 게 많지만 선수들을 믿고 개막전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말했다.

■살아있는 전설에게 내려진 중책…DB를 살려라

부산 태생인 김 감독은 자신의 고향이 원주라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원주에서 보낸 세월이 더 길다. 그도 그럴 것이 2002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DB 전신인 원주 TG삼보에서 데뷔한 이래 2018년 은퇴할 때까지 줄곧 한 팀에서만 뛰었다.

DB의 황금기는 김 감독이 코트를 누빈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데뷔 첫해부터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기여한 그는 정규리그 우승 6회와 챔피언결정전 우승 3회를 경험했다. 또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도 각각 2회씩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현역 시절을 떠올린 김 감독은 “은퇴식에선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후회가 없을 정도로 마음껏 뛰었다. 이제 막 시작하는 지도자 생활이지만 마지막은 똑같은 마음이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DB를 둘러싼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다. 성적 부진과 건강 문제로 사퇴한 이상범 전 감독의 뒤를 이어 무너진 DB를 되살려야 한다. DB는 코로나19로 시즌이 중단됐던 2019~2020시즌 정규리그 1위로 마감한 이래 줄곧 내리막(9위→8위→7위)을 걷고 있다. 진나 시즌 감독대행으로 맡았던 25경기 성적표도 11승14패에 그쳤다.

김 감독은 “어느 팀이나 좋을 때가 있으면,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며 “선수들과 함께 다시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간다. 첫해는 봄 농구로 시작해 다시 정상에 도전해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초보 사령탑의 의욕적인 첫 출발은 비시즌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달렸다. 선수 구성부터 훈련 그리고 전술 마련까지 빈 틈이 있으면 안 된다.

김 감독은 “왜 감독님들이 하나 같이 피곤한 얼굴인지 이제 이해가 간다”면서 “사소한 부분까지 모두 책임지기에 감독이더라. 심지어 선수들의 숙소 문제까지 내가 결정을 내려야 했다”고 말했다. 전력분석원으로 시작해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한상민 수석코치와 이광재 코치가 뒤에서 받쳐주기에 버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감독은 “지도자로 시작인 사람이니 코치들 뿐만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나도 배우고, 선수들도 배우면서 (다시) 위로 가는 시즌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DB산성 시즌3 예고…김종규를 믿으세요

김 감독이 꿈꾸는 농구는 선수들이 흘리는 땀방울의 양에 따라 하루 하루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DB 특유의 트리플 타워가 조금씩 부활의 기미를 보이는 것이 반갑다. 주장을 맡은 강상재와 바닥을 찍고 올라선 국가대표 센터 김종규가 어떤 활약상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

김 감독은 “(강)상재는 올해 MVP를 노려도 될 정도로 기량에 물이 올랐고, (김)종규는 이제 위만 바라볼 때가 됐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돌아오면 내가 직접 돕겠다”면서 “두 선수 모두 내년이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동기부여도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을 더욱 든든하게 만드는 건 KBL 경력자 디드릭 로슨의 합류다. 임금 체불 등의 문제로 해체한 고양 데이원(현 소노)의 봄 농구 진출을 이끌었던 로슨이 합류하면서 볼 핸들러 부족을 해결하는 동시에 골밑 운영에도 여유가 생겼다.

김 감독은 “원래 우리는 정통 센터를 찾고 있었지만 로슨이 시장에 나왔다는 소식에 고민도 없이 질렀다. 첫 훈련부터 남다르더라”고 웃었다.

또 다른 외국 선수 게리슨 브룩스까지 빠르게 녹아든다면 봄 농구를 위협할 다크호스로 자리잡을 수 있다. 빅 라인업과 스몰 라인업의 혼용도 가능해졌다. 재활 중인 베테랑 두경민이 건강하게 돌아오면 DB의 전력도 정상 궤도에 올라설 전망이다.

김 감독은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가지 공약을 남기고 싶다고 했다. “DB가 영광의 시대를 걸을 때 DB 산성이 두 번 완성됐죠. 이번엔 세 번째 DB 산성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면 6강이 아니라 그 위를 바라볼 수 있을 겁니다. 팬들이 자랑할 만한 DB로 돌아오겠습니다.”

가와사키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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