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약세 속 환율 방어 위해 투기 단속 강화…“달러 사재기 안 돼”

이종섭 기자 2023. 9. 1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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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위안 짜리 중국 위안화와 100달러 짜리 미국 달러 지폐. EPA연합뉴스

중국이 위안화 약세가 지속되자 환율 방어를 위해 투기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1일(현지시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국내 기업들의 달러 대량 구매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최근 시중 은행들과의 회의에서 기업들이 5000만달러 이상의 달러 매입할 경우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위안화 약세 속에서 기업들이 추가적인 가치 하락을 예상해 달러를 대량으로 사들이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소식통들은 “최근 위안화 가치 하락이 심하고 달러 대비 환율이 7.5위안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며 “인민은행은 일부 대출 기관들에게도 기업 고객을 위한 대규모 달러 매입에 대해 경고했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중국 당국은 이에 앞서 기업들의 달러 사재기를 막기 위해 달러 예금의 금리를 대폭 인하한 바 있다. 중국 국유은행들은 지난 7월 5만달러 이상의 달러 예금에 적용했던 1년 만기 우대 금리를 4.3%에서 2.8%로 낮췄다. 달러 예금 금리를 위안화 예금 금리 수준으로 낮춰 위안화 약세에 따른 달러 사재기 수요를 억제하고 환율 안정을 꾀하기 위한 조치다.

인민은행은 11일에도 외환시장 자율 메커니즘에 관한 특별회의를 열어 강력한 투기 단속 방침을 밝혔다. 인민은행은 회의에서 “위안화 환율의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금융 관리 부서와 외환 시장 구성원, 대다수 기업과 주민의 공통된 바람”이라며 “일방적인 시장의 움직임을 단호히 시정하고 환율의 과도한 상승을 피하기 위해 필요시 주저없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외환 시장 참여자들은 자발적으로 안정적인 시장을 유지해야 하며 투기 거래 같은 시장 질서 교란 행위를 단호히 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를 두고 위안화 약세가 지속되자 인민은행이 투기 행위에 대한 강력한 경고로 환율 방어를 위한 시장 개입 의지를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위안화 가치는 최근 하락세를 이어오면서 지난 8일 달러 대비 환율이 7.351위안까지 올라 16년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인민은행의 투기 단속 방침이 나온 당일 역외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7.293위안까지 떨어졌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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