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EN:]"사실 검증 부족…뉴스타파 인용 방송사들 '의견진술'하라"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2023. 9. 1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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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방심위 방송소위 '김만배 녹취록' 인용 방송사들 '의견진술' 의결
야권 김유진 '불참'·옥시찬 위원 '심의 거부'…여권 3인이 결정
대선 정국서 '사실 검증 노력' 없이 방송했다는 이유
류희림 신임 방송통신심의위원장 겸 방송소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방송심의소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방송소위가 대장동 사건 관련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를 인터뷰한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했던 지상파 3사와 보도 전문 채널 YTN에 의견 진술을 의결했다. 총 5인으로 구성된 방송소위에서 야권 추천 위원 불참·심의 거부 상태에서 여권 추천 위원 3인이 내린 결정이다.

방심위 방송소위는 12일 오전 10시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제32차 방송심의 소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이 중 뉴스타파의 '김만배 녹취록' 보도(2022년 3월 6일)를 인용한 KBS1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YTN '뉴스Q'와 '뉴스가 있는 저녁' 보도가 유사 안건으로 묶여 '긴급 심의' 대상이 됐다.

뉴스타파 보도는 대장동 개발사업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가 검찰 수사 직전에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과 나눈 대화로, 이후 수많은 언론이 인용 보도했다. 방송소위는 이중 지상파 3사(KBS·MBC·SBS)와 YTN의 보도 내용만을 심의 대상으로 삼았으며, '문제없음' 처리된 '뉴스Q'를 제외한 프로그램에 모두 '의견 진술'을 의결했다.

앞서 '전언'에 불과한 내용을 검증도 없이 방송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공정성) 제1항, 2항과 제13조(대담·토론 프로그램 등) 제14조(객관성) 등을 위반했다는 민원이 다수 제기된 바 있다. '의견 진술' 의결로 해당 방송 편성 혹은 제작 책임자가 방심위에 출석해 보도 경위 등을 설명해야 한다.

류희림 위원장, 허연회 위원, 황성욱 위원 등 방송소위 위원 3인은 방송사에서 뉴스타파의 '김만배 녹취록'을 보도하면서 △녹취록의 진위를 두고 충분한 사실 검증을 하지 않은 점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반론 분량이 부족했던 점 등을 특히 문제 삼았다.

허연회 위원은 KBS '뉴스룸'(2022년 3월 7일) 보도에 관해 "수신료를 받는 국가기간방송 KBS 공영방송이 허위 조작 인터뷰 내용을 팩트체크 등 최소한의 검증도 없이 이렇게 방송한다는 것은 참 정말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굉장히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선거 3일 전에 이런 방송이 나왔다는 것도 저는 상당히 의심스럽다"라고 한 황성욱 위원은 "선거철에 각 선거 진영에서 고소·고발이 진행되지만 (그땐) 중간 결과를 발표하지 않는다. 국민의 투표행사에 방해가 될까 싶어서 검찰도 발표를 자제한다"라며 "방송사에서 이렇게 튼다는 건, 과연 사실 검증에 대해서 얼마나 확신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서 (관계자들에게) 묻고 싶다"라고 말했다.

MBC '뉴스데스크'(2022년 3월 7일) 보도에 관해 허 위원은 "편집 회의를 해 객관적 검증을 했는지 묻고 싶고, 선거 직전에 터진 과거 (보도) 사례를 생각하더라도 더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데, 시간을 보면 민주당 측 의견 방송은 9분 45초, 국민의힘 반론은 58초다. 물어볼 게 많다"라고 전했다. 황 위원 역시 "MBC는 시간이나 아이템을 한쪽으로만 배정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방송사 의견을 들어야 할 것 같다"라고 동의했다.

방심위는 뉴스타파의 '김만배 녹취록'을 인용보도한 KBS, MBC, SBS, YTN에 '의견 진술'을 의결했다. 이때 옥시찬 위원(사진 맨 오른쪽 앞)은 심의를 거부하고 퇴장했다. 황진환 기자

류 위원장은 "MBC 뉴스 관련 보도 네 꼭지를 전부 다 봤다"라며 "그나마 KBS는 (녹취록에 관해) 주장이라는 말을 넣었지만 MBC는 단정적으로 김만배씨의 녹취가 사실인 것처럼 표현했다. 자막 자체도 KBS는 양쪽 주장을 동시에 넣었는데, MBC는 '윤석열이 사건 봐줘'를 자막으로 두었다"라고 지적했다.

JTBC '뉴스룸'의 2022년 2월 21일과 28일 보도도 다음 주 긴급 심의 안건으로 상정됐다. '뉴스룸'은 뉴스타파의 '김만배 녹취록' 보도 전인 그해 2월,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보도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 기록을 바탕으로 검찰이 해당 사건 브로커 조우형씨를 비롯해 관계자들을 '봐준 것 아니냐'는 내용이었다.

류 위원장은 "JTBC 보도가 촉발하고 뉴스타파가 보도한 후 전 언론이 받기 시작했다. JTBC가 사실을 규명해 보니 당시 취재했던 기자가 한쪽의 일방적인 말만 듣고 사실 왜곡·누락됐다고 시인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꼭 관계자 의견 진술을 들어야겠다"라고 강조했다.

JTBC는 지난 6일 '뉴스룸' 방송에서 해당 보도가 어떻게 나가게 됐는지 경위를 설명한 후, "왜곡된 보도를 하게 된 점, 시청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JTBC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과거 어떻게 이런 보도가 나가게 됐는지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알렸다. 당시 기사 작성 과정에 관여한 담당자들을 업무에서 배제했고, 이 시기에 보도된 다른 기사에 문제가 없는지도 검증하겠다고 부연했다.

마지막으로 YTN '뉴스가 있는 저녁'(2022년 3월 7일)을 두고 황 위원은 "제 개인적인 편견일 수도 있지만 앵커와 출연자가 한쪽 성향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다. 이런 분들이 '주장'이라고 하면서 (타사 보도를) 인용했지만, 결과적으로 녹취록이 거짓이라고 밝혀졌으니 (당시) 사실 전제하에서 보도했기 때문에 의견 진술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류 위원장은 "다른 방송사가 메인 뉴스 1꼭지로 다뤘는데 YTN은 MBC와 같이 몇 꼭지로 집중 보도했다. 이것에 대해 의견 진술 듣겠다"라고 덧붙였다.

'김만배 녹취록' 관련해 다른 방송사와 달리 별도 꼭지를 내지 않고 대선 후보 묶음 보도에서 아주 짧게만 다룬 SBS도 의견 진술을 하게 됐다. YTN '뉴스Q'는 비교적 양쪽 의견을 고르게 담았다는 데 위원간 의견이 일치해 '문제없음' 처리됐다. 

한편, 이날 방송소위에는 김유진 위원이 불참했고 옥시찬 위원은 긴급 심의 안건 심의를 거부하고 잠시 퇴장했다. 옥 위원은 "(방심위에) 권력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면서 아름다운 합의 정신이 사라지고 전쟁터가 되었다"라며 "제가 참석하지 못한 지난번 회의에서 숫자 싸움으로 밀어붙인 김만배 긴급안건 상정 건에 대해서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라며 심의를 거부했다. 이후 다른 안건을 다룰 때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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