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대 맞수' 유기상·박무빈…KBL 선배 전성현·두경민 닮고파
고려대 박무빈 "프로 어느 팀서도 살아남아야…주희정 감독님 가르침 실천"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지난 8일 열린 2023 정기 농구 고연전(짝수 해는 연고전)의 승자는 고려대였다.
고려대 주장 박무빈은 포효했고, 연세대의 에이스 유기상은 고개를 숙였다.
희비가 갈린 둘은 나흘 만에 '취업준비생' 신분으로 다시 만났다.
12일 서울 강남구 KBL 센터에서 열린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 콤바인에서는 마침 두 선수의 순번이 나란히 붙었다.
코트에서 으르렁대던 모습과 달리 담소를 나누며 콤바인을 소화한 둘은 취재진과 만나 "같은 '취준생'으로서 서로 결과가 잘 나오기를 응원한다"고 입을 모았다.
고교 시절 슈터, 가드 포지션에서 최고 유망주로 꼽힌 둘은 마침 연세대, 고려대로 진학해 자연스럽게 라이벌 관계가 형성됐다.
각자 위치에서 기량을 갈고닦아 양 팀의 에이스로 자리 잡은 둘은 어느덧 프로 진출을 앞두고 있다.
두 선수는 신인 드래프트 1순위를 다툰다. 둘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일원으로 대한민국농구협회의 요청에 따라 이날 불참한 문정현(고려대)이 이번 드래프트 '빅3'로 꼽힌다.
정작 유기상, 박무빈은 1순위 지명에 대한 욕심이 없다고 한다.
유기상이 "둘 다 열심히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할 뿐"이라고 하자 박무빈도 "(순위는) 선수가 선택할 수 없는 부분이고, 어느 팀에 가든 살아남는 게 우리가 할 일"이라고 거들었다.
'선의의 경쟁' 덕에 농구 선수로서 성장할 수 있었다며 서로에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유기상은 "무빈이는 (고등학교 때부터) 연령별 대표팀에서 많이 뛰었다. 워낙 잘하는 선수고, 대학에서 많이 맞붙으면서 배운다. 서로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무빈도 "앞으로 농구하면서 기상이의 장점을 받고 좋은 관계를 끝까지 이어가고 싶다"고 칭찬했다.
둘은 포지션, 플레이스타일이 전혀 다르다.
188㎝의 유기상은 대형 슈터 재목으로 주목받는다.
3점 라인 뒤에서도 높게 도약한 후 던지는 타점 높은 외곽포가 장점인데, 이는 국내 선수에게서는 흔히 찾아볼 수 없는 기술이다.
반면 184.4㎝의 박무빈은 유기상보다 공을 오래 소유하는 포인트가드로, 상대 수비를 헤집는 공격력과 경기 운영 능력이 장점이다.
그런 만큼 둘의 롤모델도 확연히 달랐다.
유기상은 우리나라 현역 최고 슈터인 전성현(소노)을 닮고 싶다고 했다.
유기상은 "전성현 형은 슈터 중에서 단신이라고 하면 단신이다. 내게 희망이 되는 존재"라고 말했다.
유기상처럼 190㎝가 안 되는 전성현은 같은 포지션에서 체격 우위를 보유하지는 못했지만, 거리를 가리지 않고 몰아치는 외곽포를 앞세워 '최고 슈터' 칭호를 따냈다.
박무빈은 원주 DB의 공격형 가드 두경민을 골랐다.
박무빈은 "내가 DB 유소년 선수 출신이라 어릴 때부터 두경민 형의 플레이를 감명 깊게 봤다"며 "그 플레이를 따라 하며 농구를 시작했다. 내 롤모델"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 우리 학교 감독님이 프로에서 오래 뛰셨고, 레전드로 남아 있다. 그 가르침을 프로에서도 실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무빈의 소속팀 고려대를 이끄는 지도자는 주희정 감독이다. 박무빈과 같은 포인트가드 출신인 주 감독은 최다 출전(1천 29경기), 최다 어시스트(5천381개), 최다 스틸(1천505개) 기록을 세우며 한국 프로농구사에 족적을 남겼다.
신인 드래프트는 오는 21일 오후 3시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다.
사실 둘이 관심을 떼지 못하는 건 드래프트보다 앞서 열리는 2023시즌 대학리그 결승전이다.
오는 14일 열리는 대학리그 결승전도 연세대와 고려대의 경기다.
정기전에서 패한 유기상은 설욕을 벼른다.
유기상은 "최근에 우리가 고려대에 졌다. 마지막 경기인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고 투지를 불태웠다.
박무빈은 "마지막 경기까지 라이벌이자 친구인 연세대와 맞붙게 됐다"며 "1, 2학년 때는 연세대에 줄곧 졌다가 이제는 상황이 바뀌기도 했지만, 라이벌답게 팬들의 기대만큼 좋은 결과로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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