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1세대 여성미술가 재조명…'여성, 추상, 실험'展

김일창 기자 2023. 9. 12.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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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비갤러리는 오는 10월14일까지 이향미, 이정지, 이명미 작가의 단체전 '여성, 추상, 실험'(Women, Abstract, Experimentation)을 연다.

세 명의 작가는 단색화가 주류를 이루던 1970년대 한국 화단의 미학적 관습과 남성 중심의 화단 분위기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표현과 실험으로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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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미·이정지·이명미 단체전, 피비갤러리서 10월14일까지
이향미, 색자체color7810, 1978, Acrylic on canvas, 162x130.3cm (피비갤러리 제공)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피비갤러리는 오는 10월14일까지 이향미, 이정지, 이명미 작가의 단체전 '여성, 추상, 실험'(Women, Abstract, Experimentation)을 연다.

세 명의 작가는 단색화가 주류를 이루던 1970년대 한국 화단의 미학적 관습과 남성 중심의 화단 분위기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표현과 실험으로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이번 전시는 전후 한국현대미술의 형성기를 지나 제1세대 여성의 추상미술, 혹은 추상과 실험미술을 오가는 여성미술가들의 미술사적 위치를 재조명한다.

세 명의 작가가 화단에 첫발을 들여놓았던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 중반 한국 미술계는 앵포르멜 계열의 추상 이후 단색조 추상이 주류미술로 형성되기 시작한 동시에 전위적 성격의 한국 실험미술이 태동한 시기이다.

1967년 한국 실험미술의 시작을 알린 '한국청년작가연립전'이 개최됐고, 이듬해인 1969년에 한국 최초의 전위예술그룹인 'AG' 결성에 이어 실험미술 경향의 모임인 'ST'가 미술연구모임으로 출범했다.

1970년에는 서울대 미대 동문이 주축이 된 '신체제'(新體制)와 행위 미술 단체인 '제 4집단'이 결성됐다. 당시 홍익대 서양화과에는 단색화의 주역인 박서보와 하종현, 최명영 등이 교수진으로 있었고 추상의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미술대학에 다녔던 이향미, 이명미 등은 대학에 입학한 후 추상 작업을 선보이며 '앙데팡당'전 또는 '에꼴 드 서울' 등 실험적인 작업을 하는 젊은 작가들의 전시나 단색화 중심의 단체전에 남성작가들과 함께 참여하며 전위적이고 독자적인 자기 예술을 실천했다.

이정지는 여성작가로는 드물게 단색조회화를 고수해 온 작가로 1970년대 후반부터 오랜 기간 화면의 깊이와 행위의 표현에서 오는 시각적 세계와 초월적 세계에 몰두했다. 이정지는 정신과 물질, 표면과 내면, 의식적인 것과 무의식적인 것, 생성과 붕괴 등 서로 다른 세계를 조율해 가는 과정을 묵시적이고 관념적인 회화로 이어 왔다.

이향미는 '흘림'과 '반복'으로 단순하고도 명료한 화면을 완성한다. 이번에 전시되는 1970~1980년대 발표했던 연작 '색자체'는 당시 주류미술이었던 단색화의 경향에 반해 '색'을 전면에 내세운 작업이다.

이명미는 1974년 대구현대미술제 발기인으로 참여하며 단색화가 주류를 이루던 1970년대 한국 화단의 미학적 관습에서 벗어나 밝고 자유로운 원색의 구사, 구상과 추상을 아우르는 회화로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했다. 초기 회화는 개념적이고 미니멀한 경향을 보였으나, 이후 당시의 금욕적인 분위기에 저항하는 컬러풀하고 유쾌한 작업으로 전환한다.

이정지, 이향미 작가는 작고했다. 갤러리 관계자는 "학계와 기관에서 여성작가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시작되고 있지만 여전히 남성 작가들의 활동 그늘이 너무 넓다는 생각"이라며 "작은 시작이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소외되어 온 한국현대미술 1세대 여성작가들의 실험과 도전을 많은 분이 만나보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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