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아픔 미술로 승화”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 미술작품 3천점 전시

김보람 기자 2023. 9. 1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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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수원시 조원동 ‘평화의 모후원’에서 노애미 수녀가 치매미술치료 수업을 하고 있다. 김보람기자

 

“어르신들, 좋아하는 색으로 고향을 생각하면서 해바라기를 그려보세요.”

지난 7일 오전 9시께 수원시 조원동의 양로시설 ‘평화의 모후원’. 10여명의 어르신들이 오순도순 둘러 앉아 ‘가을’을 주제로 해바라기를 그린다. 신중하게 밑그림을 그려넣던 어르신들은 고향 집 주변에 해바라기가 많았던 기억 등을 서로 나누며 얼굴에 웃음이 가득해졌다. 크레파스를 들고 어르신들 사이를 누비던 신현옥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장은 어르신들 그림에 해바라기 줄기와 잎사귀를 그려넣거나, 독특한 색을 띠는 해바라기를 보며 이유를 묻기도 한다.

‘평화의 모후원’은 프랑스에서 설립된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 수녀회가 운영하는 곳으로, 기초생활수급자나 형편이 어려운 70세 이상의 노인들을 임종 때까지 모시고 있다. 신 회장은 10여년 간 매주 이곳을 찾아 어르신들의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미술 치료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매주 수업에는 프랑스 국적의 노애미 수녀가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 그는 1957년 3월 선교활동을 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가 한센병 환자와 6·25전쟁으로 생겨난 고아들을 돌보는 등 소외된 이웃을 보듬으며 일생을 보냈다. 지난 2008년부터는 평화의 모후원에서 지내고 있다.

노애미 수녀는 “전쟁을 겪은 뒤 한국이 무척 가난하고 어려웠는데, 이웃 속에서 지내며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어 행복했다. 그것이 나의 사명이었다고 생각한다”며 “프랑스 상파뉴가 그리울 때 고향 모습을 그리다 보면 정신이 또렷해지고 마음은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7일 오전 수원시 조원동 ‘평화의 모후원’에서 어르신들이 치매미술치료 수업을 하고 있다. 김보람기자

한국치매미술치료협회는 지난 10여년 동안 이들 어르신들이 그린 3천점의 크레파스화를 모아 ‘고맙다, 대한민국!’ 전시를 연다. 전시는 제16회 ‘치매극복의 날’을 맞아 오는 21일부터 11일간 서울 용산구의 전쟁기념관 호국공원 내에서 펼쳐진다. 전시는 6·25전쟁을 겪은 어르신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동시에 전쟁의 아픈 상처를 예술로 승화한 이들의 그림을 공유하며 호국보훈을 되새기는 의미를 담았다. 이번 전시에는 노애미 수녀의 작품 365점을 비롯해 일반 치매어르신 작품 700점, 대한민국상이군경회 작품 500점, 보훈복지타운·수원보훈요양원 어르신 작품 1천점 등이 공개될 예정이다.

신 회장은 “그림을 통해 어르신들이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며 희망을 갖게 되면서 인생의 새로운 장을 열기도 한다”며 “추석 연휴 기간 진행되는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정전 7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고, 가족과 더욱 소통하는 시간을 보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보람 기자 kbr1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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