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간·대정원·스파 갖춘 프랑스 호화저택 머물다 지진 늑장대응…모로코 국왕에 비판 확산
3000명 가까이 숨진 모로코 강진이 발생했을 당시 모하메드 6세 국왕이 프랑스 파리의 호화로운 사저에 머물렀던 것이 알려지면서 해외에서 호화 생활을 했던 그의 행각이 다시 비판을 받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지진이 일어난 지난 8일 모하메드 6세는 에펠탑이 위치한 프랑스 파리 7구의 저택에 머물고 있었다. 1912년에 지어진 이 저택은 침실 10개를 갖췄으며, 수영장·게임장·스파·300㎡ 정원 등과 파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테라스를 구비했다. 모하메드 6세는 이 저택을 2020년 칼리드 빈 술탄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자에게서 최소 8000만유로(약 1142억원)를 주고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모하메드 6세는 파리에서 북동부로 56㎞가량 떨어진 우아즈 지역의 베츠 성을 소유하고 있다. 18세기에 지어진 이 성은 그의 부친 하산 2세가 1972년 구입한 것으로,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꼽히는 공원과 정원을 보유한다. 모하메드 6세는 성의 마구간에서 기르는 자신 소유의 순종 말을 프랑스 샹티 지역 경주에 출전시키기도 하는 등 호화로운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인들은 모하메드 6세가 매년 여러 차례 이곳을 찾는다고 전했다.
모하메드 6세가 해외에 머물렀던 탓에 지시와 결정이 늦어졌고, 결과적으로 구조가 지체되며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그는 지진 발생 다음날인 지난 9일에야 귀국해 성명을 발표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따르면 국왕 측은 지진이 일어날 때 파리 저택에 머물고 있던 것이 ‘건강상의 이유’라고 해명했다.
또한 그는 프랑스 생활을 즐기는 것과 대조적으로 프랑스와의 외교 관계에는 소홀한 모습이다. 프랑스는 지진 발생 이후 즉각 모로코에 구조 활동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으나, 모로코가 공식 지원 요청을 하지 않은 탓에 아직까지 구호물자와 구조인력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무장관이 이날 지원 요청이 없는 건 양국 관계 탓이 아니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프랑스는 한때 모로코의 식민지배국이었으며, 현재도 프랑스에는 모로코 출신 이주민이 많다.
더타임스는 “모로코 국왕의 프랑스 체류에도 불구하고 모로코와 프랑스의 불편한 관계는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주재 모로코 대사는 수개월째 공석이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모로코 방문도 여러 차례 연기된 바 있다고 더타임스는 덧붙였다.
모로코에서는 8일 규모 6.8 강진이 발생해 이날 오후 기준 2862명이 숨지고 2562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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