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경쟁자가 된 K-방산, 그리고 한화그룹의 미션 [EDITOR's LETTER]

2023. 9. 12.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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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성에는 인종이 없고, 강인함에는 남녀가 없고, 용기에는 한계가 없다."어디서 들어본 문구지요? '히든 피겨스'란 영화 포스터에 붙어 있던 문장입니다.

1960년대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있던 흑인 여성들의 활약상을 다룬 영화입니다.

주류인 백인 남성들이 틀에 박힌 사고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때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흑인 여성들이 등장합니다.

반면 흑인 여성들은 노란색·보라색·연두색·파란색·녹색 등 다양한 옷을 입고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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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성에는 인종이 없고, 강인함에는 남녀가 없고, 용기에는 한계가 없다.”

어디서 들어본 문구지요? ‘히든 피겨스’란 영화 포스터에 붙어 있던 문장입니다. 1960년대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있던 흑인 여성들의 활약상을 다룬 영화입니다. 주류인 백인 남성들이 틀에 박힌 사고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때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흑인 여성들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창의적 방식으로 궤도를 계산해 냅니다.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옷 색깔이었습니다. 백인 남성들은 모두 짙은 색 바지에 와이셔츠, 마치 유니폼 같은 옷을 입었습니다. 흑백이었습니다. 반면 흑인 여성들은 노란색·보라색·연두색·파란색·녹색 등 다양한 옷을 입고 등장합니다. 감독이 이를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다양성은 빛을 발하게 하고 획일성은 어둠을 드리운다.”

기업 문화를 얘기할 때 가끔 인용하는 사례입니다. 다양성과 창의성의 관계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10여 년 전 기업을 취재할 때가 생각납니다. 먼저 서초동 삼성전자 홍보실. 갈 때마다 뭔가 소란스럽고 북적거렸습니다. 수많은 대화가 오갔고 복장 자율화로 옷차림은 더 다양해졌습니다. 다음은 네이버. 여기는 대학 캠퍼스인 줄 알았습니다. 곳곳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웃음소리도 들리고 밝은 에너지가 넘쳤습니다. 두 회사는 이후 급성장했습니다.

강북으로 건너오면 달랐습니다. 어느 날 시내 한복판에 있는 한화빌딩에 들렀습니다. 분위기는 축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조명은 침침했고 침묵이 흘렀습니다. 임원 뒤쪽에 ‘의리(義理)’라고 쓰인 큰 액자가 걸려 있었습니다. 직원들의 복장은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그로부터 10년 후. 같은 건물에 강의하러 갔습니다. 오, 다른 회사였습니다. 리모델링해 깔끔해진 건물, 자유로운 가구 배치 등은 스타트업을 연상케 했습니다. 강의를 들으러 온 직원들의 복장은 화려해졌고 활기가 넘쳤습니다. ‘한화가 변했구나’라고 느낀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느낌만으로 기업을 판단하는 것은 과도하겠지요. 하지만 한화가 어느 순간부터 급속히 변하기 시작한 것은 사실입니다. 기업 문화도, 사업 포트폴리오도 말이지요.

이번 주 한경비즈니스는 한화의 변신을 다뤘습니다. 최근 3년간 가장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준 대기업을 꼽으라면 단연 한화입니다. 승계 과정에서도 물려받는 사람이 스스로 사업을 확장하는 역동성을 보여 줬습니다. 한화의 변신과 경쟁력을 정리해 봤습니다. 인수·합병(M&A)에 보수적인 한국 대기업들과 달리 한화의 성장사는 M&A의 역사라는 점도 한 번쯤 들여다볼 포인트입니다.

또 다른 명분은 한화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플레이어로 올라섰다는 것입니다. 현재 한국 경제에는 좋은 일이 거의 없습니다. 성장·수출·투자는 모두 꺾이고 물가·환율은 불안하고 가계 부채 문제는 곪아 가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한국의 방위 산업은 세계 최강 독일의 경쟁자로 부상했습니다. ‘K-방산으로 불리며 수출 효자로 변모했습니다. 그 선두에는 한화가 있습니다. 한화의 변신은 2014년 삼성의 방산 화학 계열사 인수 후 본격화됐습니다. 올해는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까지 인수, 육·해·공을 아우르는 방위 산업체의 모습을 완성했습니다. 다이너마이트 국산화에 성공한 지 65년, 한화는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세계를 지키는 방산 기업으로 변신을 준비 중입니다.

한국 국민들의 눈높이는 엄청나게 높습니다. 그 사업이 무엇이든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지 않는 대기업은 그다지 높게 쳐주지 않습니다. 대체 불가능한 사업을 해야 한다는 인식도 팽배합니다. 한화가 삼성·현대·LG·포스코 등에 이어 그 대열에 안착할지 관심있게 지켜볼 것입니다.



김용준 한경비즈니스 편집장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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