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그바, 다짐도 무색해졌다..."포기하지 않겠다" 인터뷰 공개 직후 도핑 양성 반응 발표
[포포투=김환]
폴 포그바의 다짐이 무색해졌다.
유벤투스는 12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유벤투스는 오늘 축구선수인 폴 포그바가 2023년 8월 20일에 실시된 테스트 결과에 따라 국가 반도핑 재판소(NADO)로부터 자격 정지 명령을 받았다는 걸 발표한다. 구단은 다음 절차에 대해 알아볼 예정이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포그바의 도핑 양성 반응 소식에 이탈리아와 프랑스 축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복수의 이탈리아 매체들과 프랑스 매체들은 일제히 포그바가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포그바의 다짐이 무색해졌다. 포그바는 유벤투스의 공식 발표에 앞서 이탈리아 매체 ‘스포르트 메디아셋’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나를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약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그들은 나에 대해 나쁘게 말할 수 있지만, 나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포그바의 인터뷰가 공개되고 하루 만에 이런 일이 터지고 말았다.
이탈리아 통신사인 ‘안사(ANSA)’는 포그바가 지난달 20일 열린 유벤투스와 우디네세의 홈 개막전이 3-0 승리로 끝난 뒤 도핑 테스트를 받았고, 이 검사에서 금지 약물 성분 중 하나인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포그바는 경기에 나서지 않았지만 검사 대상이 되어 약물 검사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테스토스테론은 흔히 말하는 남성 호르몬으로, 운동선수들의 지구력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축구를 포함한 스포츠계에서는 엄연히 금지되는 약물의 일종이다. NADO는 이번 검사에서 검출된 테스토스테론 대사산물이 반도핑 규정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포그바는 최대 4년 자격 정지라는 징계를 받을 수도 있다. 영국 ‘BBC’는 “포그바는 당시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약물 테스트를 위해 무작위로 선출됐다. 도핑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포그바는 2년에서 4년 사이 출전 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라며 포그바의 혐의가 인정된다면 포그바가 최대 4년 동안 선수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포그바의 현재 나이는 30세다. 4년 동안 선수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사실상 은퇴 수순에 접어드는 셈이다. 게다가 포그바는 이미 전성기에 비해 기량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실전 감각이 더 떨어진다면 출전 정지 기간을 떠나 그라운드에 복귀하기 힘들어 보인다.
포그바가 현 상황을 뒤집기 위해서는 새로운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BBC’는 “포그바는 결과에 대한 반론을 위해 결과를 NADO에 제출하기까지 3일의 시간이 주어진다”라며 포그바가 3일 내에 새로운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약물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선수들은 몇몇 있었으나, 포그바처럼 이름값이 높았던 선수는 없었다. 가장 유명한 사례로는 현재 맨유에서 뛰고 있는 안드레 오나나가 있고, 과거 영국 ‘데일리 메일’은 프리미어리그(PL)에서 뛰는 몇몇 선수들이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결과가 나왔지만 여전히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단 포그바 측은 부정하고 있다. 포그바의 에이전트인 라파엘라 피멘타는 “포그바는 규정을 어길 의도가 없었다. 우리는 다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포그바가 규정을 어길 생각이 없었다는 건 확실하다”라며 이번 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렇게 몰락한 월드 클래스는 처음이다. 포그바는 어린 시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자 유벤투스로 이적해 세계적인 미드필더로 성장했다. 유벤투스 시절 포그바는 뛰어난 볼 컨트롤 능력과 발목 힘에서 나오는 중장거리 패스 및 중거리 슈팅으로 이름을 날렸다. 당시 포그바의 나이가 20대 초반이었기 때문에 포그바에 대한 기대가 상당했다.
맨유가 포그바 재영입을 시도할 정도였다. 맨유는 자유 계약(FA) 신분으로 떠났던 포그바를 영입하기 위해 유벤투스에 거액의 이적료를 지불했다. 그 정도로 당시 포그바의 입지는 대단했다.
그러나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포그바는 다른 사람처럼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포그바가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는 날은 며칠 되지 않았고, 대부분의 경기에서는 이적료 값을 하지 못하는 그저 그런 미드필더처럼 뛰었다.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조국 프랑스와 함께 우승을 차지한 게 반등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맨유에서의 포그바는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외부에서 잡음을 만들며 팬들의 미움을 샀다. 포그바는 맨유에서 뛰는 내내 사생활 논란으로 비판을 받았다.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이 부상을 입길 바란다고 말하거나, 자신과 불화설이 나왔던 조세 무리뉴 감독이 경질된 이후 의미심장한 사진을 개인 SNS에 게재했다.
포그바의 기행은 맨유의 팀 분위기를 흔들었다. 많은 맨유 팬들은 저조한 활약 속에 팀 분위기만 해치는 포그바가 하루빨리 팀을 떠나길 바랐다. 그러나 유벤투스 시절과 달리 포그바에게 관심을 보이는 클럽들은 많지 않았다. 맨유가 포그바를 영입할 때 많은 이적료를 지불했고, 포그바가 맨유에서 높은 주급을 수령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까지 좋지 않았다. 포그바는 자신의 고별전이 됐던 경기에서 부사응로 이른 시간 교체되어 나갔는데, 이 과정에서 자신을 향해 야유를 보낸 팬들에게 웃음을 지으며 팬들을 분노하게 했다. 마지막까지 팬들에게 좋지 않은 모습으로 기억된 포그바다.
그렇게 포그바는 다시 FA가 되어 유벤투스로 향했다. 전성기를 보냈던 유벤투스에서 재기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포그바는 훈련 도중 축구선수에게 치명적인 반월판 부상을 입어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그 와중에도 포그바는 많은 논란을 만들며 팬들의 신뢰를 아예 잃었다. 반월판 부상이라는 심각한 부상을 당했음에도 SNS에 무릎을 과도하게 사용해 춤을 추는 영상을 게재했고, 친형과 폭로전을 벌이며 경기를 뛰지 않는 상황에서도 팀 분위기를 흐렸다.
특히 친형과의 싸움이 심각했다. 시작은 포그바의 형인 마티아스였다. 당시 마티아스는 자신의 SNS 계정에 한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마티아스는 “전 세계에 있는 내 동생(포그바)의 팬들은 물론 폴의 팀 동료들과 유벤투스, 그리고 폴을 후원해주는 사람들도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폴이 대중의 존경과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또한 프랑스 국가대표팀과 유벤투스에서 선발로 뛸 자격이 있는지도 말이다. 만약 그가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면, 어떤 선수라도 폴처럼 될 수 있다”라며 입을 열었다.
형의 폭탄 발언에 대한 동생의 반박이 나왔다. 자신이 협박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매체 ‘프랑스 인포’는 “포그바는 어린 시절 소꿉친구와 자신의 형으로부터 협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들이 있는 갱단은 포그바에게 1,300만 유로(약 185억)를 요구하며 토리노에 있는 유벤투스의 훈련장에도 찾아왔다. 이 외에도 갱단은 지난 4월 포그바가 맨체스터에 있을 때에도 포그바를 찾기 위해 왔었다”라고 했다.
형 마티아스가 동생 폴에게 이런 행동을 한 이유에 대한 추측이 나왔다. 돈을 가장 많이 버는 포그바가 자신들을 신경 쓰지 않아 포그바과 음바페와 관련해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내 동생을 협박한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한 공식 성명을 발표한 포그바는 “최근 SNS에서 형이 했던 발언은 놀랍지도 않다. 이는 갱단이 날 협박하고 갈취하려는 시도 이후에 나온 것이다”라고 했다.
마티아스는 다시 한번 SNS에 게시글을 올리며 “동생이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폴은 경찰에 거짓말을 했다. 폴, 네가 거짓말로 날 감옥에 보내려고 했다. 난 네가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과 내 말이 진실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난 너 때문에 죽을 위기까지 갔었다. 나를 구덩이 빠트리고 무고한 사람인 척 연기하고 싶어하는 걸 안다. 모든 진실이 밝혀지면 사람들은 네가 세상에서 가장 겁쟁이고, 배신자고, 위선자라는 걸 알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갱단까지 동원됐을 정도로 분위기가 심각했던 두 형제의 싸움이었다.
이런 사생활 논란에 대해 포그바는 ‘스포르트 메디아셋’을 통해 “돈은 사람을 변화시키고 가족을 파괴할 수 있으며, 전쟁도 일으킬 수 있다. 때로는 혼자 있을 때 돈을 벌고 싶지 않고 축구를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다. 가끔은 힘들 때도 있다”라고 말했다.
논란만 만들던 포그바는 지난 시즌 막바지가 되어서야 유벤투스 복귀전을 치렀다. 지난 3월 포그바는 토리노와의 경기에서 후반 23분경 교체로 출전했다. 맨유를 떠나 유벤투스로 이적한 뒤 315일 만에 처음으로 유벤투스 유니폼을 입고 뛴 포그바다. 하지만 포그바는 복귀한 이후에도 이전과 같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부진으로 인해 이적설이 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유벤투스가 출전하지 못하는 포그바를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등 다른 리그에 매각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여름에도 포그바가 튀르키예 리그의 갈라타사라이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받았지만 부상 전력으로 인해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거짓 보도였지만, 그만큼 포그바의 이적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이런 예상들에도 불구하고 유벤투스는 다시 한번 포그바에게 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 지난 시즌 분식 회계 등 보드진의 부정부패로 인해 징계를 받으며 승점이 삭감된 유벤투스는 시즌을 7위로 마감했기 때문에 이번 시즌 반등이 필요했다. 이탈리아 세리에A 명가로 불리는 유벤투스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 나가지 못하게 된 것도 상당히 오랜만이었다. 유벤투스는 이번 시즌 반드시 성적을 내야 했다. 유벤투스가 논란이 많은 포그바와 이번 시즌에도 동행을 이어갈 수밖에 없던 이유다.
유벤투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포그바는 이제 완전히 몰락한 선수가 됐다. 아직 최종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현 상황이 유지된다면 포그바는 자격 정지 징계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벤투스와 프랑스 국가대표팀 소속으로 세계적인 미드필더 반열까지 올랐던 포그바였지만, 이제는 이전의 명성을 되찾기 어려워 보인다.
김환 기자 hwankim14@fourfourtwo.co.kr
ⓒ 포포투(http://www.fourfourtwo.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포포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