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사의 표명에···민주당, 탄핵 보류하고 숨 고르기
더불어민주당은 12일 사의를 표명한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당론 추진을 보류하고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 장관 사표를 수리하면 민주당의 탄핵소추 카드는 물 건너가게 된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었으나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 방침을 당론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의원총회 도중 이 장관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논의를 오는 14일로 미뤘다. 윤 대통령이 그 전에 사표를 수리하면 이 장관 탄핵소추는 불가능해진다.
민주당은 채모 해병대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책임자로 이 장관과 윤 대통령을 지목하고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국방부 장관 탄핵은 국민의 명령”이라면서 “(윤 대통령이) 장관을 해임하지 않은 것은 수사 외압이 대통령 지시였음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장관이 이날 사의를 표명하면서 국면이 바뀌었다. 윤 대통령이 민주당 의원총회가 예정된 오는 14일 전에 이 장관 사표를 수리하면 민주당의 탄핵 논의는 무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윤 대통령이 이 장관 거취를 그대로 두고 개각을 발표하면 민주당의 탄핵소추 카드는 다시 살아나게 된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직후 “탄핵안이 반드시 추구해야 하는 절차는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후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끝나기 전까지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직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탄핵 절차를 진행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 장관의 사의 표명을 “수사 외압의 몸통을 감추기 위한 은폐 작전”으로 규정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이 장관은 사의를 표명하는 순간까지 수사 개입에 대해서는 한마디 사과도 없었다”며 “공정한 수사를 방해한 수사 외압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하였음이 탄핵 절차에서 확인되기 전에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 해병대원 사망사건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는 입장문을 통해 “이 장관은 각종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아야 하는 사람”이라며 “이 장관의 사의를 대통령이 곧장 재가한다면 대통령 스스로 진실 은폐에 앞장서고 있다고 자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탄핵소추가 무산되더라도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진실은 특별검사(특검) 도입법안을 통해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변인은 “국방부 장관이 교체되더라도 특검법을 통해 (교체된) 국방부 장관을 포함한 외압에 관련된 분들의 책임을 확인하고 추궁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 8일 당론으로 채택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도입 법안’에 대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 지도부가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이 장관 탄핵소추를 서둘렀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개각을 앞둔 장관에 대한 탄핵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차라리 우리가 해임을 요구하고 대통령이 수용해서 개각을 했다면 우리의 요구가 정치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으로 볼 수도 있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지도부는 장관 탄핵소추를 빨리하고 싶어 했지만 탄핵에 반대하는 의원들도 있다”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국방부 장관을 탄핵시켜서 사퇴도 못하게 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나올 때까지 최대 6개월간 안보 공백을 두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채 상병 수사 외압은 대통령이 개입했냐가 핵심인데, 장관 탄핵을 하면 ‘탄핵이냐 아니냐’로 전선이 흩어져버린다”고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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