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마약류 의약품, 동물병원서도 샜다…“폐업·분실”
[앵커]
하루에 400알씩 마약류 의약품을 셀프 처방한 의사를 포함해, 마약류 의약품 관리 사각지대를 지난주 집중 보도해드렸습니다.
그런데 사각지대가 또 있었습니다.
일부 동물병원이 마약류 의약품을 납품받은 뒤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식약처가 뒤늦게 현장 감독에 나섰습니다.
이승재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수도권의 한 동물병원.
지난해, 사람과 일부 동물에게 식욕 억제용으로 쓰이는 이른바 '나비약' 180개를 납품받았습니다.
주성분은 펜터민으로 마약류 의약품으로 지정돼있습니다.
납품받은 약이 어디에 있는지 묻자, 모른다고 답합니다.
[A 동물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백오십 몇 개가 남아 있을 텐데 그게 솔직히 어디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구석진 데 짱박혀 있을 가능성도 있죠. 대부분 못 찾는 경우도..."]
남은 약이 어딨는지 묻자 이렇게 답합니다.
[A 동물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그냥 쓱, 의료폐기물통에 버리거든요. 그냥 버려버리는 경우들이 많죠."]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마약류 의약품의 사용, 폐기 등 모든 과정을 식약처에 보고해야 하지만, 지키지 않은 겁니다.
또 다른 수도권의 동물병원도 나비약 180개를 납품받았는데, 10여 개 외엔 어디에 썼는지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B 동물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약이 문제가 있다고 그래서 그 약품회사에서 이거는 수거를 해간 거예요. 그 취급한 약품회사에서 다 가져간 거예요."]
KBS 취재 결과 지난 5년간 동물병원 8곳이 나비약 천여 개를 납품받았지만, 90% 가까이는 사용처 파악조차 안 됐습니다.
폐업해 확인할 수 없는 동물병원도 2곳이나 됐습니다.
[김영주/국회 보건복지위원/더불어민주당 : "식약처의 정말 부실한 관리 감독이 이번에 드러났습니다.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거기에 대한 사후 처리를 하지 않고 있는 거죠."]
최근 '나비약'을 불법 거래한 100여 명이 당국에 적발되기도 해, 더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지적입니다.
[이해국/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 : "사라졌다는 것 자체는 그 자체로 너무나 위험한 일이고요. 범죄나 불법적인 유통에 만약에 쓰였다고 하면 이거는 더더구나 심각한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식약처는 KBS 취재 뒤 긴급 현장 조사를 실시해, 동물병원 3곳을 수사 의뢰하고 또 다른 3곳은 행정 처분을 의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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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기자 (sj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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