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균 "'무빙', '응답하라'도 뛰어넘는 가장 큰 도전이었죠" (종합) [인터뷰]
[OSEN=연휘선 기자] '이웃사람'의 살인마, '응답하라' 시리즈의 시골청년, 순수한 아버지에 이어 초능력자 부성애까지 통했다. '무빙'에서 활약 중인 배우 김성균의 이야기다.
김성균은 12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 '무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과거의 아픈 비밀을 숨긴 채 살아온 부모들이 시대와 세대를 넘어 닥치는 거대한 위험에 함께 맞서는 초능력 액션 히어로물이다.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 삼아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이 가운데 김성균은 이재만 역을 맡아 열연했다. 이재만은 강력한 힘과 빠른 스피드를 가지고도 초능력을 숨긴 채 억눌려 살아온 인물이다. 특히 이재만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들 이강훈(김도훈 분)만 기다리며 늘 같은 자리를 지키려 애쓰는 인물이다. 지난주 공개된 14, 15회에서 이재만의 부성애가 드러나며 보는 이들의 뭉클함을 자아냈다.
실제 김성균의 자녀들은 어땠을까. "첫째도 중학교 1학년이라 못 봤다"라고 너스레를 떤 그는 "부모 동반해서 같이 보면 볼 수 있지 않나. 첫째는 관심이 없고 둘째가 초등학교 5학년인데 부모 지도 아래 장면장면 눈을 가리고 봤다. 너무 재미있다고 하더라. 친구들도 재미있게 보는 것 같더라. '너희 아빠 나온다'고 하더라"라며 웃었다.
또한 김성균은 장주원 역을 맡은 류승룡과의 하수도 액션 장면에 대해 "4일에 걸쳐 찍었다. 찍을 땐 힘들다고 설레발을 했다. 그런데 14회에 그 장면이 나오는데 13회까지 감탄을 하면서 봤다. 류승룡 선배님 촬영 현장을 모르니까. 이 정도까지 재미있게 잘 나올 줄 몰랐다. 보는 내내 심장이 쫄렸다. 11회까지 보고 감독님한테 전화를 했다. '큰 일 났다'고. 이재만 이야기가 14회부터 나올 텐데 회를 거듭할 수록 왜 갱신을 하냐고 했다. 감독님이 걱정하지 말라고 해주셨다. 그런데 12~13회가 더 대박이라 또 강풀 형한테 전화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뒷 순서에 나오니까 죽겠더라"라고 했다.
천장에 붙고 날아다니듯 촬영한 강도 높은 액션에 대해 김성균은 "장면장면 끊어 찍었다. 와이어로 올라갔다가 거꾸로 매달려서 몇 번을 와이어 팀들이랑 합을 맞춰서 내려오는 식으로 반복했다"라고 설명했다.
김성균은 "이걸 하면서 느낀 건 진짜 젊을 때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이런 작품을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어릴 때 해야지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그 느낌을 많이 받았다. 자기 반성을 많이 했다. 평상시에 몸 관리를 똑바로 해야겠다고 느꼈다. 상대적으로 류승룡 선배님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선배님은 아예 술, 담배를 안 하신다. 그런 자극들을 많이 받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무빙'을 하면서 체력이 좋아졌다. 워낙 방대한 내용이라 촬영장을 자주 나가진 않았다. 굉장히 텀이 길었다. 한 씬 찍고 3개월 뒤에 잊혀질 만 하면 가서 두드려 맞았다. 온 몸을 혹사하면서 모든 걸 불태웠다. 그리고 1~2개월 있다가 치고 박고 뛰었다. 장시간을 찍었다. 그 사이에 한 씬 찍고 회복하고, 한 씬 찍고 회복하고"라며 웃었다.
'무빙'이 다루는 청계천 복원 사업 등을 김성균이 직접 겪었을 시기인 바. 김성균은 "사실 제가 서울 사람이 아니라 청계천에 대한 기억은 없다. 그때 제가 아마 군 생활 하고 있을 거다. 월드컵 시기에 입대해서 2003년 청계천 복원 사업 때 상병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뉴스는 거의 차단돼 있었다. 철거민들이 있고 그런 시대상은 '무빙'에서 처음 접했다"라며 "부끄럽지만 크게 관심을 못 가지고 지냈던 나이였다"라고 밝혔다.
실존하지 않는 초능력 연기 부담은 없었을까. 김성균은 "이런 류의 작품들을 워낙 좋아한다. 히어로물, 초능력자들 나오는 걸. 그래서 신났다. 우리가 몸은 어른이지만 우리 안에는 피터팬들이 있지 않나. 그런 느낌으로 동심으로 돌아가서 놀아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른 배역들의 초능력자들이 기대도 됐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현장에서 어떻게 초능력이 구현될지 모르니까 정말 부끄러웠다. 디렉팅을 해주실 때 날아가면 된다고 알려주는 식이었다. 그 전에 배우들끼리 만나면 서로 공유를 했다. '너무 부끄럽다'고. 조인성 씨도 그렇고 날아다니는 캐릭터들이 현자에서 한 번씩 '현타' 올 때가 있었다. 멘 처음 봉석이(이정하 분)가 나오는 걸 보고 기대했던 것 만큼 잘 구현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성균은 "사실은 뒤에 액션이 더 많다"라며 "저는 자면서 꿈에서 날 때도 무섭다. 가뜩이나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높이 올라가는 게 너무 무섭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다만 "재생능력은 부럽다. 너무 좋을 것 같다. 사람이 다 지우고 싶은 흉터가 있지 않나. 그런데 주원은 아플 거 다 아프니까 기왕이면 안 아프게 재생하고 싶더라"라며 웃었다.
그런가 하면 김성균은 "찍을 때도 그랬고, 아빠라는 사람, 이 아이를 구해줄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어른, 때마침 그 장소에 있었을 때 함께 힘을 모았을 때 오는 동질감과 짜릿함 같은 게 있다. 우리 사람들이 그러지 않나. 한번씩 예상치 못한 순간에 힘을 모았을 때 '우리는 같은 인간이다'라고 인류애가 흐르는 지점이 있지 않나. 그런 게 좋은 것 같다. '우리는 한민족이다' 느낄 때가 있다. 고속도로에서 잘 가다가 맨 앞에 브레이크에 막힐 때 비상 깜빡이가 계속해서 뒤로 전달될 때 뭉클함이 있더라"라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좋은 어른'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이 많다. 저도 아들들이 이제 사춘기가 시작됐다. 그 전에는 '나는 어른이고, 너희는 아이니까 말 들어'라고 하면 잘 들었다. 그런데 애들이 어중간해지니까 서로가 조금 과도기다. 그러면 좋은 어른이란 아이에게 맞춰주는 게 어른일까, 그것도 힘들더라. 너무 힘들다고 감독님께 얘기했더니, 어른이 아이를 다 아는 척 하지 말고 아이의 이야기를 존중해주면서 나의 고민을 있는 그대로 대화를 해보면 아이도 자존감이 생기고 나와 분리된 세계가 아니라 느낄 거다. 아이를 어른처럼 동등하게 대하라고 하시더라. 인정할 건 인정하고, 갑을이 없이 아이한테 사과할 것도 사과하고"라고 했다. 다만 그는 "조언을 그저께 들었다. 이제 시도해보려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그는 극 중 아들 이강훈 역의 김도훈과의 호흡에 대해 "아쉽게도 현장에서 자주 보진 못했다. 아예 강훈이 아역과 만나기도 했다. 둘 다 서로 자주 보면 좋았을 것 같다. 자주 보지 못했어도 호흡은 정말 좋았다. 힘든 촬영장에서 내색하지 않고 정말 건강하게 있어줘서 제가 그 기운을 많이 느꼈다. 밝고, 건강한 기운을 많이 받았다. 무뚝뚝한 저는 연락을 잘 안하는 성격인데 촬영 끝나고 늘 장문의 편지 같은 메시지를 보내주더라. 안부도 물어봐주고. 고마웠다. 그러기 쉽지 않았을 텐데. 내용은 상투적이긴 했는데 진심이 느껴졌다. 고마웠다거나 따뜻하게 대해줘서 고마웠다거나. 제가 촬영장에 없어도 '엄마랑 무슨 씬 찍었어요, 아버지 저희 잘 찍었어요'라고 보내줬다"라고 밝혔다.
또한 김성균은 극 중 아내 박보경과의 호흡에 대해 "너무 좋았다. 서로 자식을 키우고 있어서 부모 마음을 너무 잘 알고 긴 얘기 필요 없이 너무 잘 맞았다. 어떤 지점에서 마음이 움직이는지 서로 너무 잘 알았다"라고 했다. 이어 그는 캐릭터들의 만남에 대해 "아마도 재만이 구해줬을 것 같다. 천재지변이나 위기 상황에서 재만이 아내를 구해줬을 거다. 거대한 낙석 같은 걸 막아줬다거나. 그러면서 순수함에 반하지 않았을까"라고 했다.
'이웃사람'의 살인마, '무빙'의 순수한 초능력자, '응답' 시리즈의 삼천포 정팔이 아빠까지. 사랑받았던 다채로운 얼굴들에 대해 김성균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대중들이 기억해주시는 건 '응답'의 아빠인 것 같다. 지금은 제게 '무빙' 밖에 없다"라며 웃었다. 대신 그는 "이번에 맡은 이재만이 도전적인 부분에서는 제일 큰 도전이었다. 만약 우리 제작진이 다음 이야기를 쓴다면 같이 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김성균은 "이재만은 자기 힘을 발휘할 때마다 가족과 헤어지는 아픔을 겪은 사람이다. 더군다나 총 든 사람들을 마주했을 때의 느낌이 강했을 거다. '어쨌든 (총을) 말려야 한다'는 생각. 당시 촬영장에서는 아역 배우가 너무 잘해줬다. 류승룡 선배님도 '쟤가 제일 잘한다. 우리 작품에서 쟤가 짱이다'라고. 그래서 오히려 아역에게 동화돼서 촬영도 했다. 청계천 격투 후 물에 흠뻑 젖은 상태로 자식을 만나러 가야 한다는 점에서 어떤 기운이 많이 느껴졌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해본 작품 중 '무빙'이 액션 수위는 단연히 최고였다. '리얼 베이스'에서 오는 액션들은 때로는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컷들이 꽤나 있다. 그런데 '무빙' 같은 경우는 정말 수많은 사람들과 호흡을 맞춰야 한다. 와이어 액션만 해도 줄 잡아주시는 분들이 5~6명이 붙는다. 그 분들과 내 몸과 이걸 담는 분들이 함께 해야 한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난이도가 가장 높았던 것 같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특히 "물대포 장면 때 겸손해졌다"고. 그는 "그때가 11월이었다. 처음에 비를 맞을 때는 굉장히 건방졌다. 스태프들이 따뜻한 데 들어가서 쉬라고 할 때 '이 정도는 별 거 아니다. 한 겨울에 물 맞고, 비 맞고 다 해봤다'라고 했다. 자꾸 난로 있는 데 가라고 하는데 밖에서 어슬렁 거리고 까불다가 물대포 한 대 맞는 순간 사람이 굉장히 겸손해졌다. 수압이 정말 세더라. 맨살에 맞았다. 목 쪽에 물을 맞는데 수압도 수압인데 정말 너무 차가웠다. 그리고 곧바로 난방 되는 방에 들어갔다. 몸이 좀 녹아서 노곤해질 때 다시 또 맞아야 했다. 인간 과메기 같았다. 얼렸다 말렸다. 그래도 따뜻하게 잘 맞아주셨다. 뜨끈하게 먹여놓고 또 물대포를 뿌리더라"라며 웃었다. 다만 그는 "다른 분들이 이렇게 고생하는지 몰랐다. 배우들도 다 고생했더라. 제가 고생하니까 고윤정씨 17대 1 액션을 보여주더라. 또 겸손해졌다. 그때도 추운 날 찍었다고 하더라"라며 웃었다.
그런 김성균에게 '무빙'은 어떤 의미로 남을까. 김성균은 "'무빙'은 제 필모그래피에서 도전을 했다는 의미다. 여러가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지금 '무빙'이 전 세계적으로 반응이 뜨거운데 그런 작품에 참여했다, 한 발 걸쳤다는 느낌이다. 이런 장르를 너무 좋아하는데 언제 한번 이렇게 건물 사이를 뛰고 덩치 큰 사나이들을 무찌를 수 있겠나. 판타스틱한 작품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크면서 물론 지금은 아이들이 못 보는 작품이지만 아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지점이 많은 것 같다. 다 알더라. 그 전에는 아빠한테 관심도 없었다. 설명해도 못 알아듣고 그랬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여름이 진짜 정신 없었다. 정신 없이 휘몰아쳤다. 행복한 순간이었다. 올 여름은 관객 분들하고 대중과 굉장히 많이 만난 시간이었다. 제가 이렇게 대중하고 많이 만난 적이 있나 생각하면 이번 시즌이 최고인 것 같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시간이었다. 내가 이렇게 사람들한테 뭔가를 보여주고, 그 사람들과 함께 왔다갔다 하고. 휴차 때는 집에서 밥이나 하고 김치나 담그고 사니까 못 느끼고 살다가 오랜만에 느꼈다"라고 했다.
끝으로 김성균은 '무빙'의 후속작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히든'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하진 않았는데, 풀이 형(강풀 작가)이 혹시 모르니까 몸 좀 만들고 있어라. 언제 하자, 언제 했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사람 일 모르는 거니까 건강 잘 챙기라고 하시더라"라고 기대감을 더했다. '무빙'은 디즈니+를 통해 매주 수요일 오후 4시에 디즈니+를 통해 공개된다. / monamie@osen.co.kr
[사진] 디즈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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