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안지 파쇄' 산업인력공단, 과거 7차례 '누락 사고' 더 있었다
2020년 이후에도 7차례 답안지 인수인계 누락해
응시자 답안 6매 중 1매 분실…"총체적 관리 부실"
직원 22명 징계 조치…국가자격시험 전반 감사도
공단 "감사 결과 겸허히 수용"…이달 개선안 마련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국가기술자격시험 채점 전 '답안지 파쇄'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논란을 빚은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이전에도 최소 7차례의 '답안지 인수인계 누락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새롭게 확인됐다.
시험 전반에 대한 공단의 총체적 관리 부실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부는 12일 이 같은 내용의 '산업인력공단 국가자격시험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답안지 파쇄 등 국가자격시험을 주관하는 공단에서 최근 크고 작은 사고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지난 4월23일 서울 은평구의 한 중학교에서 치러진 '2023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 필답형 답안지 609장이 공단의 실수로 채점 전 파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 지역 시험장 중 한 곳인 이곳에서는 건설기계설비기사 등 61개 종목의 수험자 609명이 응시했다. 시험 종료 후 답안지는 포대에 담겨 공단 서울서부지사로 운반됐다.
이후 다음날 서부지사는 관할 16개 시험장의 총 18개 포대를 공단 본부 채점센터로 보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609명의 답안지가 담긴 포대 1개는 담당자 착오로 누락됐다는 게 공단 측 설명이다.
공단은 이 같은 사실을 시험을 치른 지 한 달 가까이 흐른 지난 5월20일에야 인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단 측은 "국가자격시험이 480개나 되기 때문에 일정에 따라 채점하는데, 채점센터에서 응시자 수와 답안지 수가 맞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면서 뒤늦게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답안지 누락 인지 후 곧바로 확인에 나섰을 때에는 이미 609명의 답안지가 파쇄된 뒤였다. 담당자가 해당 답안지를 남은 시험지로 착각해 문서 창고로 옮겼는데, 이후 다른 시험지 등과 함께 파쇄된 것이다.
이에 어수봉 당시 공단 이사장은 5월23일 긴급 브리핑을 갖고 이 같은 사실을 밝혔으며, 고용부는 즉각 감사에 착수했다.
그 결과 시험장→서울서부지사→채점센터 등 각 단계별 과정에서 답안지 수량 확인과 인수인계서 서명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남은 시험지와 답안지는 문서 창고에 1년간 보관해야 하는데, 이러한 보존기록물 포함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기존의 문서와 함께 파쇄했다고 고용부는 밝혔다. 이 과정에서 점검 직원도 상주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감사에선 지난 2020년 이후 최소 7차례의 답안지 인수인계 누락 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당시에도 채점센터에서 답안지 누락을 확인해 뒤늦게 문서 창고에서 찾았는데, 이번 사고와 달리 파쇄 전이어서 외부에 크게 알려지지 않고 답안지 확보 뒤 채점을 완료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번 사고의 '예견된 수순'이라는 지적이다.
김영헌 고용부 감사관은 기자단 설명회에서 "과거에 7차례나 이런 사건이 내부적으로 보고가 됐다면 각 단계별로 문제가 있는지 살펴봐야 하는데, 그냥 방치해 뒀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결국 이번 사고가 벌어진 것"이라고 했다.
또 이번 감사가 최근 3년치 시험만 집중적으로 살펴본 만큼 그 이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더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김 감사관은 설명했다.
고용부는 '2022년 기사 작업형 실기시험'에서 응시자 1명의 답안지 6매 중 1매가 분실된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김 감사관은 "물론 해당 응시자의 다른 시험 점수가 낮아서 실제로 합격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면서도 "응시자에게 분실 여부를 알려주고 정당한 보상을 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해당 응시자는 여전히 답안지 분실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용부는 감사가 모두 끝난 뒤 공단 측에 이러한 사실을 응시자에게 고지하도록 지시할 예정이다.
고용부는 답안지 파쇄와 관련한 감사 뿐만 아니라 국가자격시험 전반에 대한 운영실태 감사도 실시했다. 고용부가 출제, 시행, 채점, 조직·운영체계 등 국가자격시험 전반에 대해 특정감사를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결과 채점위원 후보자 선정 절차 미준수, 시험장의 수험자 현황 관리 미흡, 채점센터로 답안지 인수인계 시 보안 취약, 사고 보고 및 조사체계 미흡 등 곳곳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이 발견됐다.
아울러 비효율적인 조직 편제, 자체 시험장 부족, 업무량 대비 낮은 인력 충원율, 낮은 검정 수수료 등 열악한 인력과 예산도 재발 방지를 위해 개선해야 할 점으로 지적됐다.
고용부는 답안지 파쇄 사고에 책임 있는 직원 등 총 22명에 대해 비위 정도에 따라 징계 조치하도록 공단에 요구했다. 중징계 3명, 경징계 6명, 경고 2명, 주의 11명이다. 어 이사장은 사태에 책임을 지고 지난 6월 사퇴했다.
고용부는 아울러 시험과 관련해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공단에 기관경고 조치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공단은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다시는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뼈를 깎는 노력으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며 "고용부도 철저히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공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이번 감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국가자격시험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분골쇄신의 자세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공단은 제도개선 권고에 대해서는 '국가자격운영혁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이달 말까지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앞서 공단은 답안지 파쇄 피해 수험생 전원에 1인당 10만원씩 보상했다. 이 과정에서 추가로 4명의 답안지도 사라진 사실도 확인돼 피해 수험생은 총 613명이다. 이들에게는 재시험 기회가 부여됐다.
이 중 147명은 공단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집단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들은 1인당 500만원씩 총 7억3500만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은 기획재정부로부터 출제 및 채점 등에 관한 업무를 위탁받은 '2021년도 제58회 세무사 자격시험' 제2차 시험에서 세무공무원 출신 응시생에게 유리하도록 난이도를 높였다는 의혹이 제기돼 '공정성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지난해 4월16일에는 소방기술사 필기시험에서 2교시 시험지가 1교시에 배부돼 '문제 유출' 시비가 벌어지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kangzi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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