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철 KBS 사장 해임안 의결…김 사장 "당당히 맞설 것"

김달아 기자 2023. 9. 1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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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이사 6명 찬성, 야권 이사 5명 기권

KBS 이사회가 김의철 KBS 사장의 해임제청안을 의결했다.

KBS 이사회는 12일 오전 임시이사회를 열어 김 사장 해임제청안에 대해 최종 심의했다. 여권 우위 이사회는 지난달 30일 해당 안건을 상정했고, 이달 6일과 11일 찬반토론을 벌였다. 12일 비공개로 진행된 임시이사회에선 김 사장이 전날 서면으로 제출한 입장을 놓고 의결 여부를 논의했다.

김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 사유는 △무능 방만 경영으로 인한 심각한 경영 위기 초래 △불공정 편파방송으로 인한 대국민 신뢰 상실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직무유기와 리더십 상실 △편향된 인사로 인한 공적 책임 위반 △취임 당시 공약불이행으로 인한 대내외 신뢰 상실 △법률과 규정에 위반된 임명동의 대상 확대 및 고용안정위원회 설치 등 6가지다.

이사회는 여야 6대5 구도에서 여권이사 6명의 찬성과 야권이사 5명의 기권으로 김 사장 해임제청안을 의결했다. 지난 2021년 12월 취임한 김 사장의 임기는 내년까지 1년 3개월여 남아 있는 상태다. 이사회가 의결한 해임제청안을 윤석열 대통령이 재가하면 김 사장은 곧바로 해임된다.

KBS 이사회가 12일 오전 김의철 KBS 사장<사진>의 해임제청안을 의결했다. /뉴시스

김 사장은 해임제청안 의결 직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이미 해임 사유 가운데 어느 것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후 이사회의 소명 절차에 성실히 임했고 수십 쪽에 이르는 소명서를 제출한 지 24시간이 지나지 않아 해임제청안이 의결됐다”며 “소명을 듣고 충분히 검토한다기보다는 뭔가 쫓기듯 시간을 정해 놓고 형식적인 요식행위를 거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했다.

김 사장은 “그동안 KBS 사장에 대한 법률 다툼에서 사법부는 공영방송의 독립성, 공정성,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해임처분의 기준을 다른 공공기관보다 더 높게 해석했다”며 “과거에 그랬듯 이번에도 지루한 법정 공방이 계속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겪을 개인적, 사회적 고통은 엄청나겠지만 담담하고 당당하게, 담대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의철 KBS 사장 입장 전문.

해임 제청안 의결에 대한 사장 입장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KBS 임직원 여러분!

KBS 사장 김의철입니다.

오늘 KBS 이사회는 저에 대한 해임 제청안을 의결했습니다. 2021년 12월 10일부터 2024년 12월 9일까지 3년의 임기 가운데 1년 3개월 정도 남은 시점입니다.

저는 지난달 말 저의 해임 제청안이 상정됐을 때 “해임 사유 가운데 어느 것도 받아들이기 어렵고 해임 제청은 KBS와 대한민국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전면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라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습니다. 이후 추가된 해임 사유에 대한 소명 등 이사회의 소명 절차에 성실히 임했습니다. 그러나 수십 쪽에 이르는 소명서를 제출한 지 채 24시간이 지나지 않아 해임 제청안이 의결됐습니다. 소명을 듣고 충분히 검토한다기보다는 뭔가 쫓기듯 시간을 정해 놓고 형식적인 요식행위를 거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제가 재임한 1년 9개월 동안 KBS가 구성원들의 헌신적인 열정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운영되지 않는다는 이런저런 비판이 나왔습니다. 제가 부족함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국민 여러분과 KBS 구성원들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KBS 사장으로서 해임에 이를 만큼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KBS는 특정 단체와 특정 노조의 청구에 따라 감사원 감사를 8개월 받았습니다. 또 경찰과 검찰의 수사, 고용노동부의 조사, 국세청의 세무조사도 받았습니다. 모든 권력기관을 동원해 샅샅이 뒤졌지만 제가 책임져야 할 사안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KBS 사장에 대한 법률적인 다툼에서 사법부는 “KBS 사장의 임기 제도는 공영방송의 독립성, 공정성, 자율성을 보장하는 데 필요해 마련한 것이어서 그 해임 사유에 대한 해임 처분의 기준은 다른 공공기관 등과 비교해볼 때 더 높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라는 판결을 한 바 있습니다.

‘사필귀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또 지루한 법정 공방이 계속되겠지요. 그 과정에서 겪을 개인적, 사회적 고통은 또 엄청나겠지요. 그걸 피하지는 않겠습니다. 담담하고 당당하게 그리고 담대하게 대응해 나가겠습니다.

“권력과 차별에 맞서는 진실”

제가 지난 2021년 가을 KBS 사장에 지원하면서 사장 선임과정에 참여한 시민참여단 앞에서 맹세한 말입니다.

수십 년 동안 기자 생활의 제 좌우명이었고 사장으로서 수시로 제작자들에 강조한 말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 대표 공영미디어 KBS는 품격을 잃지 않고 어떤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신뢰를 드리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또 그것이 바로 KBS의 독립성, 신뢰성, 공공성을 지키는 길이라고도 생각했습니다. 공영방송 KBS의 독립성은 정치적 간섭이나 상업적 압력을 배제하기 위한 필수요소이자 공정성의 전제조건입니다.

그래서 KBS 사장의 가장 중요한 책임이자 의무 가운데 하나가 부당한 간섭을 배제하고 방송의 독립성을 지키는 것입니다. 저는 취임 당시 시청자들 앞에서 공영미디어 KBS의 독립 선언을 발표했고 재임 기간 내에 이런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이른바 진영의 이익에 반하는 뉴스를 가짜뉴스로 낙인찍는 정치 풍토 속에서 정파적 유불리를 공정성 이슈로 포장하는 내외부의 부당한 공격에 단호히 맞서왔습니다.

“공영방송과 언론을 향한 정치권력의 말이 점차 거칠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말 임기를 불과 두 달 남겨두고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해임됐습니다. 그 이후 합의제로 운영돼야 할 방통위는 2명의 빈자리를 채우지 않고 3인 체제하에서 공영방송 KBS를 유지하는 핵심 재원이자 국회 입법 사항인 수신료에 대해 대통령 시행령으로 분리 징수를 강행했습니다. 시행령 개정을 통한 수신료 분리 징수는 시민들을 불편하게 만들거나, 징수를 위한 추가 비용이 발생하거나 시민들을 체납자로 만드는 것뿐입니다. ‘납부 의무가 있고 내지 않으면 가산금이 붙는 특별 부담금을 내기 어렵게 만드는 제도’를 정부 스스로 만드는 나라가 세계에서 한 곳이라도 있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공영방송 이사진과 방송 통신 관련 기관장들도 잇따라 해임됐습니다.

어제(11일) 국회에서는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 정연주 전 방심위원장, 남영진 전 KBS 이사장, 권태선 전 방문진 이사장 등 최근 몇 달 사이에 해임된 방송 통신 관련 기관장들의 공동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최근 언론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고, 앞으로 언론계 역사에서 두고두고 기억될 비극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분들의 한마디 한마디 들으면서 정말 공영방송과 언론의 위기가 심각하다는 걸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최근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공영방송과 언론을 향한 정치권력의 말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습니다. 언론의 본분 중의 하나가 권력에 대한 견제, 감시, 비판 기능입니다. 이런 언론의 독립성을 보호해야 할 위치에 있고 언론의 견제 대상이 되어야 할 정치권력은 특정 언론의 편파성을 재단할 주체가 될 수 없습니다. 더구나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고 이를 모두 가짜뉴스로 규정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공영방송’, ‘사형’, ‘국가 반역죄’, ‘폐간’, ‘패가망신’, ‘원스트라이크 아웃’ 등 귀를 의심할 만한 말들이 매일 쏟아지고 있습니다.

국민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인 기본권을 침해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가 더욱더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공영방송 KBS와 언론이 무너지면 민주주의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KBS 구성원 여러분!

저는 기회 있을 때마다 “공영방송 KBS는 민주주의 사회의 핵심 공론장이자 대한민국 정체성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는 말을 강조해왔습니다.

공영방송은 주주의 이익과 기업의 시장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상업 미디어들과는 완전히 다른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공영미디어는 상업 미디어가 할 수 없는 보편성, 독립성, 다양성의 가치를 토대로 민주주의 사회 소통의 근간이 돼야 합니다.

공영방송이 무너지면 공공성과 다양성을 근간으로 하는 우리 사회 민주주의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입니다. 저널리즘의 실패는 곧 민주주의 위기를 만들어냅니다.

KBS는 올해 공사 출범 50년을 맞았습니다. 공과가 있겠지만 지난 50년 동안 공영방송 KBS는 대한민국 공공인프라이자 사회적 제도로 굳건하게 자리를 잡았고 앞으로 50년도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 할 일이 많다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영방송의 근간을 훼손하는 수신료 분리 징수 등 최대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KBS가 앞으로도 대한민국 대표 공영미디어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지원 부탁드립니다.

변화된 미디어 환경 속에서 KBS가 이른바 정치적 후견주의를 탈피할 수 있도록 거버넌스 체제를 정비하는 것은 물론 KBS가 해야 할 공적 책무, 서비스의 범위, 그리고 재원구조에 이르기까지 ‘지속가능한 공영방송 KBS’를 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저도 열과 성의를 다해서 대한민국 대표 공영미디어 KBS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대한민국의 평범한 국민부터 대통령까지 모든 국민이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대한민국 헌법 제 1조로 저의 글을 마치려 합니다.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2023.09.12.

KBS 사장 김의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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