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주1회 편성 드라마 등장, ‘드라마 천국’의 내리막길[스경연예연구소]
최근 TV 편성표를 보면 매주 월, 화요일 방송되는 드라마는 두 편이다. KBS2 ‘순정복서’, tvN ‘소용없어 거짓말’이다. 이외에 MBC나 SBS 등 지상파, JTBC를 포함한 종합편성채널에서는 월화극을 찾아볼 수 없다.
그 시간은 다른 시즌제 예능이나 단막극 등이 채우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최근 수목극으로 옮겨가고 있는데, 방송사들이 일주일에 수, 목요일 이틀 방송하는 미니시리즈 대신 주 1회 편성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방송 중인 주 1회 방송 드라마는 SBS ‘국민사형투표’가 있다. 박해진, 박성웅, 임지연 주연의 드라마는 매주 목요일 오후 9시, 일주일에 한 편만으로 방송한다. 원래 ‘국민사형투표’는 월화극 편성이 유력했지만, SBS가 ‘꽃선비 열애사’를 마지막으로 월화극의 편성을 잠정중단하면서 목요일로 옮겨졌다.
‘밀도있는 이야기 전개를 위한다’는 명분이 있지만 지난 7일 방송분이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시청률로 3.4%를 기록하면서 흐름을 타지 못하고 있다. 국민투표로 사형을 결정한다는 독특한 소재지만 아무래도 주 1회 방송은 한국의 사정에서 시청자들의 지속적인 몰입을 돕기엔 짧은 회차다.
하지만 주 1회 편성은 계속 시도되고 있다. 다음 달 11일 MBC에서 방송되는 차은우, 박규영, 이현우 주연의 드라마 ‘오늘도 사랑스럽개’는 수요극이다. 키스를 하면 개로 변하는 저주에 걸린 여자와 그 저주를 풀 수 있지만, 개를 무서워하는 남자의 로맨스를 다뤘다.
MBC 측은 “청량한 로맨틱코미디물로 평일 밤 시청자를 사로잡기에 적합한 이야기와 캐릭터의 매력을 갖춰 자신 있게 주 1회 편성을 결정했다”며 시청자의 콘텐츠 선택권 확대에 기여하겠다는 의도를 밝혔다.
지상파 드라마들이 주 1회 편성을 시도하는 것은 드라마 편성에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미 케이블채널을 비롯해 종합편성채널 그리고 최근에는 OTT 등 새로운 채널들에 계속 시청률의 지분을 빼앗기고 있다. 그 결과는 평일 미니시리즈 시청률의 급전직하로 이어졌다.
거기에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서 출연료나 제작비에 있어 가격 대 성능비가 나빠졌다는 것도 고민이다. 하지만 인기를 얻으면 그 어떤 IP(지식재산권)보다 효율이 높은 것이 드라마라 지상파들은 아예 드라마를 빼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월화극은 거의 자취를 감췄고, 수목극 역시 주 1회 축소 편성이 불가피한 편성에서 결국 지상파들의 경쟁은 금토극, 주말극 등 주말 시청자를 노리는 방식으로 좁혀졌다.
한때 70분을 넘는 드라마가 넘치고 일주일에 10편이 넘는 드라마를 편성하던 ‘드라마 천국’ 대한민국 지상파의 내리막이 시작된 것이다. 월화극 폐지 분위기에 이어 수목극 주 1회 편성은 그 명확한 전조증상이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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