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할 아래 1등, 4할 위의 10등···19년만에 ‘항아리형 순위표’ 나올까

안승호 기자 2023. 9. 1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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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경엽 LG 감독. 연합뉴스



홍원기 키움 감독. 정지윤 선임기자



프로야구 정규시즌도 관계자들이 흔히 얘기하는 ‘이상형’이 있다 . 정규시즌 우승팀 승률이 6할을 밑돌고, 최하위팀 승률은 4할을 넘어서는 레이스가 이어지면 굉장히 흥미로운 전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최상위팀과 최하위팀이 가까워지면 그 사이 팀들도 대개는 촘촘히 붙게 된다. 이 경우, 팀 순위표는 가운데 중심으로 불룩한 ‘항아리’ 모양을 하게 된다. 보다 여럿이 희망을 키우는 ‘평준화’ 구조가 형성된다.

그러나 승률 5할대 정규시즌 우승팀과 승률 4할대 꼴찌 팀이 한 시즌에 함께 나오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KBO리그에서는 2004년 이후 한번도 그런 시즌이 없었다. 팀당 133경기·8구단 체제였던 2004년에는 현대가 승률 0.586으로 정규시즌 정상에 올랐고, 최하위 롯데는 승률 0.410을 기록했다. 그해 현대는 2위 삼성에 불과 0.5게임차만 앞서는 진땀 우승을 했다.

‘WBC 악재’의 위기 속에 시작한 올해 페넌트레이스가 800만 관중 시대를 다시 바라볼 만큼 끝까지 흥미로운 것은 시즌 막바지로 가면서 팀별 전력 평준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팀 순위표도 ‘항아리형’에 가까워지고 있다.

6할 초반대 승률을 유지하면 독주하던 LG가 지난 주말 광주 KIA전 3연패를 고비로 승률 6할 고지를 놓친 가운데 하위권 팀들도 예년과 비교하면 강한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다. 19년 만에 승률 6할 아래 우승팀과 4할 위의 최하위팀이 다시 나올 수 있는 조건이 보인다.

선두 LG는 12일 현재 승률 0.598(70승2무47패)를 기록하고 있다. 최하위 키움은 승률 0.398(51승1무77패)이다. 키움 또한 지난주만 해도 4할 초반대 승률로 하위 그룹에서 탈꼴찌 싸움을 이어갔는데 최근 7연패로 4할 문턱에서 미끄러지고 말았다. 그러나 키움은 잔여 13경기만을 남겨둔 채 경기별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장점도 있어 승률 4할 복귀가 어려운 과제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LG는 현재 승률만 유지해도 정규시즌 우승은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외국인투수 아담 플럿코와 우완 선발 최원태 등이 부상과 부진으로 전력에서 이탈해있는 상황으로 잔여 25경기에서 승률 6할 이상을 거두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재정비한 선발진 역량이 LG의 잔여 시즌 승률을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전체 구단의 전력 평준화 현상은 중상위권 그룹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11일 현재 2위 KT와 5위 SSG와 간격은 고작 2게임차. 6위 두산도 SSG와 3게임차로 여전히 가을야구 희망가를 부르고 있다.

최원호 한화 감독(왼쪽부터)과 김정민 벤치코치, 이대진 수석코치. 정지윤 선임기자



돌려보면 여러 팀이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시작한 시즌이었다. 10연승 전후의 파괴력을 보인 팀들이 이토록 여럿 나온 경우도 없었다. 두산이 올스타브레이크 전후로 구단 새 역사인 11연승을 기록했고, KIA도 최근 구단 이력 10년 만에 9연승을 달렸다. 또 중하위권의 롯데는 9연승, 한화는 8연승을 질주하면서 내재된 힘을 입증하는 등 절대 약체가 없는 시즌이 흐르고 있다. 이중 한화는 다시 6연승을 달리며 주중 시리즈를 맞았다.

올해 정규시즌 최종 순위표를 예단할 수는 없다. 다만 굉장히 순위싸움이 빡빡한 시즌으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또 시즌 막판, 그런 현상은 더욱더 짙어지고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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