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봇 기로에 선 美연준?…고금리 선호하더니 “경기 침체 야기 우려”

유병훈 기자 2023. 9. 1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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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D.C.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청사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위급 인사들은 40여 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한 이후, 금리를 아주 많이 올리는 것이 낫다는 점에 대해 의견 일치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가 발생하거나 새로운 금융 혼란이 이는 것을 우려하는 견해가 부상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10일(현지 시각) 보도에 따르면, 연준 인사 일부를 중심으로 금리 인상에 대한 변화가 진행 중이라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로 인해 연준 인사들이 이번 달에 금리를 동결한 뒤 추가 인상이 필요한지 더 면밀히 들여다볼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연준 내부에서 금리에 대한 입장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은 인플레이션 둔화와 함께 노동시장의 과열이 완화되고 있다는 지표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연준 인사의 입장이 변화하면서 오는 11월이나 12월에 기준 금리를 추가 인상할지 여부는 큰 논쟁거리다. 통화 긴축을 선호하는 연준 내 매파 그룹은 여전히 인플레이션을 우려한다. 이 때문에 올가을에 다시 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을 확실히 잡자는 입장이다. 이들은 긴축 캠페인을 종료할 경우 앞으로 몇 달 안에 긴축이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으로 우려한다.

하지만 통화완화를 선호하는 비둘기파 그룹은 금리 인상 캠페인의 일시 중지 쪽을 더 지지한다. 이들은 금리를 얼마나 더 높게 가져가야 하는 지, 이제는 현 수준을 얼마 동안 유지할지로 초점이 옮겨지기를 원한다.

미국 경제가 2분기에 연율 2.1%의 굳건한 성장을 하고 이번 분기에 3% 이상 성장할 가능성이 있지만, 중국과 유럽의 느린 성장이나 과거 사례로 보면 금리 인상 영향이 지연돼 나타난 점을 볼 때 성장이 지속될지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비둘기파는 또 추가 금리 인상이 불필요했던 것으로 나중에 판명될 경우 이를 되돌리는 데 매파 인사들이 현재 인식하는 것보다 더 혼란스럽고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고 우려한다.

연준 주요 인사들의 발언에서도 기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금리 인상 재개 가능성에 대해 “할 것(would)”이라는 강력한 표현 대신 “할 수 있다(could)”라는 단어를 두 번 사용했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도 최근 연준이 “신중하게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콜린스 총재의 발언이 파월 연준 의장의 금리 인상 ‘신중론’과 맞닿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연준의 행보에 미국 주요 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들도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고 내년에는 약 1%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했다.

1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은행연합회(ABA) 경제자문위원회는 이날 최신 전망을 통해 미국이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향후 몇분기 동안 인플레이션이 완화하는 대신 경제성장이 현저하게 둔화하고 실업률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ABA 자문위원회에는 JP모건체이스·모건스탠리·웰스파고 등의 이코노미스트 14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 위원회의 전망은 연준에 정기적으로 제공된다.

자문위원회 위원장이자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시모나 모쿠타는 “위원 대다수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현재까지 실증된, 그리고 향후 예측되는 진전을 감안할 때 연준의 긴축 기조가 마무리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연준의 금리 인상과 대출 조건 강화로 인해 향후 3개 분기 경제성장률이 연율로 1% 미만으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업률은 8월의 3.8%에서 내년 말 4.4%로 상승하고 소비자물가는 지난 7월 3.2%에서 2.2%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와 함께 내년에 경기침체가 발생할 확률은 50% 미만으로 예측됐다.

모쿠타 위원장은 “연착륙 가능성이 단기간 극적으로 개선됐다는 것이 위원회의 컨센서스”라며 “하지만 동시에 지금까지 보여준 이러한 놀라운 경제의 회복력이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에는 큰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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