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된 방송기관장들 "윤 정부 언론폭거는 쿠데타 수준"
"언론환경, 전두환 시대로 역행"
윤석열 정부에서 해임된 방송기관장들이 전면에 나서 현 정부의 언론관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이들은 “언론을 향한 윤 정부의 폭거는 쿠데타적 수준”이라며 언론환경 역시 전두환 시대로 역행했다고 우려했다. 정부의 ‘언론 쿠데타’를 저지하려면 언론계와 시민사회, 사법부, 정치가 퇴행적인 현실을 인지하고, 제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호소도 나왔다.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정연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남영진 전 KBS 이사장,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관리감독기구) 이사장은 11일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 자유와 방송 독립이라는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가 철저히 파괴되고 유린되는 참담한 현실에 직면해 이 자리에 섰다”며 “윤석열 정부의 전두환식 언론 쿠데타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네 사람은 지난 5월 한 전 위원장을 시작으로 최근 석 달 사이 줄줄이 해임됐다. 이들 가운데 권 이사장은 기자회견 당일 아침 법원에서 해임처분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져 이날부로 방문진 이사직에 복귀했다.
한 전 위원장 등 4인은 성명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그릇된 언론관과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이들이 제시한 대표 사례는 △정부·여당 추천 방통위원 2인만으로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 의결 △7월 중순부터 한 달간 방심위원장과 공영방송 이사 5명 무더기 해임 △현역 언론인 80% 이상과 야4당이 모두 반대하는데도 이명박 정부 당시 언론장악 주도자인 이동관씨를 방통위원장으로 임명 △뉴스타파의 ‘신학림-김만배 대화’ 보도 이후 권력기관이 총동원돼 비판언론을 수사하며 겁박 등이다.
해임 방송기관장 4인은 “윤석열 정권의 목표는 ‘보도지침’과 ‘언론통폐합’으로 상징되는 전두환 시대의 언론환경으로까지 퇴행하는 데 있는 것 같다. ‘쿠데타’적 상황에서 절차나 법 따위가 안중에 있었겠느냐”며 “실제로 네 사람을 포함한 모든 해임 과정은 절차적 정당성조차 확보하지 못한 위법으로 점철돼 있고, 방송의 자유와 독립성 보장을 목표로 삼는 방송법과 방통위법, 방문진법의 기본 원리와 존재 근거를 부정한 채 터무니없는 해임사유를 들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윤 정권의 실상을 낱낱이 알리고 국민의 지지를 구해야 한다”면서 언론계의 역할을 힘줘 말했다. 4인은 “현직 언론인을 포함한 언론계가 심각성을 인식하고 행동해줄 것을 촉구한다”며 “스스로 언론임을, 언론인임을 자임한다면 모두 정파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언론에 대한 무도한 조처에 맞서야 한다”고 했다.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은 기자회견 이후 언론계 원로들, 야당 국회의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너무나 당연한 결정(법원의 해임처분 집행정지 인용)을 축하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며 “지난 대통령 선거 이후 아주 짧은 시간에 언론의 역사는 퇴행했다. 우리 언론인들은 이 자리에서 언론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했는가, 사법부는 헌법적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정치인은 이 순간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철저하게 생각하고 행동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은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법이 정한 절차도 지키지 않고 방송기관장들을 해임했고 국가권력이 언론 보도 내용을 직접 거론하면서 문제 제기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이 보장하는 언론 자유는 그 형식조차 사라질 것”이라며 “그 이후에 마음 놓고 숨 쉴 수 있겠나. 여기 있는 모두가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깊은 고민과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계 원로인 이부영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은 야4당을 향해 쓴소리했다. 야당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가 상황이 악화했다는 지적이었다. 이 위원장은 “보도 한 번 잘못했다고 언론사를 퇴출시키고 문 닫게 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자들이 대한민국을 이끌고 있다는 것은 치욕적”이라며 “야4당이 177석인데, 야당의 의석수가 이렇게 많았던 적이 있나. 야당이 지금처럼 계속 흩어져 있다면 얼굴에 철판 깔고 해서는 안 될 짓하는 이들의 기술을 어떻게 막아내겠느냐”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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