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단 얼굴로 본 김정은-푸틴 회담 의제는…무기거래·군사협력 포커스(종합)
경제부장·부총리 등도 수행단에…경협·건설 노동자 파견 논의도 주목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김지연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데려간 수행단에 군 서열 1∼2위인 리병철, 박정천을 비롯한 군 핵심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주목된다.
북러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등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법 무기거래와 군사협력이 주요 의제가 되리라는 관측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분석된다.
군 서열 1∼2위에 포탄생산 담당도 포함
북한 관영매체가 12일 공개한 김정은 평양 출발 사진을 보면 수행단의 중심이 군 인사라는 점이 확인된다.
김정은 위원장과 수행단은 평양에서 환송객과 일일이 악수하며 열차에 올랐는데, 김 위원장에 이어 최선희 외무상이 섰고 그 뒤로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정천 당 군정지도부장 등 군부 인사 3명이 줄줄이 자리했다.
3번째 인물은 사진에선 얼굴이 식별되지 않았지만, 강순남 국방상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김명식 해군사령관, 김광혁 공군사령관, 조춘룡 군수공업부 부장, 김정관 국방성 제1부상 등 군 수뇌부가 대거 포함됐다.
조춘룡은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할 수 있는 재래식 포탄 등의 생산을 책임지고 있다. 그는 김정은의 최근 군수공장 시찰 때 수행하기도 했다.
러시아로부터 받을 것도 챙기나…정찰위성·핵추진잠수함 담당도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를 위해 설치한 국가비상설우주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박태성 당 과학교육비서와 해군 수장인 김명식은 북한이 재래식 무기를 건네는 대가로 챙길 수 있는 위성과 핵추진잠수함 기술 확보의 핵심 관계자다.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연이어 실패한 뒤 오는 10월 3차 시도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상황으로 관련 기술 확보가 절실하다.
김정은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쪽으로 1천500㎞ 정도 떨어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시찰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 때문에 박태성을 데려갔을 수도 있다.
이곳은 러시아가 임대 중인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 의존도를 줄이려 건설한 첨단 우주기지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과학교육 담당 박태성 비서 동행으로 볼 때 과학 분야나 위성 등에서 논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명식 해군사령관은 핵추진 잠수함과 연결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최근 수중에서 '핵 공격'이 가능한 잠수함을 공개하며 핵추진 잠수함도 도입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또 러시아가 북한에 연합훈련을 제안한 가운데 성사시 해군이 중심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도 북러 간 무기거래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11일(현지시간)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과 관련한 연합뉴스 질의에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공개적으로 경고했듯이 김정은의 방러 기간에 북러간 무기 (거래) 논의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거나 판매하지 않겠다고 한 공개적인 약속을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경제협력과 북한 노동자 파견도 회담 테이블에 오를 듯
수행단에 오수용 경제부장과 건설 담당 박훈 내각 부총리 등이 포함되면서 정상회담 테이블 위에 경제협력과 식량 지원 문제도 의제로 올라갈 것으로 점쳐진다.
북한은 대북제재 장기화와 팬데믹에 따른 국경봉쇄로 식량난이 악화했고,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해외에 파견된 자국 노동자가 송환돼 외화벌이에 타격을 받을 처지가 됐다.
러시아에는 극동 지역을 중심으로 수천 명 규모의 북한 노동자가 여전히 머무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청년층이 많이 투입돼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북한 인력이 필요하다.
이처럼 양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이슈여서 유엔 대북제재 결의 위반 사항임에도 북러가 북한 노동자 파견 확대에 합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박훈 부총리가 건설 담당이라는 점을 들어 러시아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 송출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북한 수행단의 면면은 2019년 4월 북러 정상회담 수행단과 크게 비교된다. 당시는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제1부상 등 외교 라인을 중심으로 짜였다.
두 달 전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는 '하노이 노딜' 직후였던 터라 북한이 북미 교착국면에서 러시아라는 뒷배를 확보하려는 의도가 컸다는 분석이 많다.
kit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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