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은 찍었다” vs “2차 하락 올 것”
저점 통과...지역별 차별화 심해질것
글로벌 경기·총선 개발공약이 변수
수도권 신축·재건축 아파트 관심을
요즘 주택시장을 판단하기 헷갈린다는 사람들이 많다. 5월 이후 집값이 바닥을 찍고 상승세가 본격화하는가 했는데 이상하게 시장에 매물은 계속 쌓인다. 집값이 오르는 지역이 늘어 상승분위기가 대세가 되나 싶더니 추가 매수세가 약해 오름폭은 준다. 매수심리가 다시 위축되는 지표가 나오는데, 새 아파트 청약시장은 과열 수준으로 뜨겁다. 주택 인허가, 착공 등이 급감해 주택 공급부족이 우려되는 데, 한쪽에선 공급과잉으로 인한 미분양 증가를 걱정한다. 상황이 이러니 전문가들마다 어떤 지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시장에 대한 해석이 제각각이다.
헤럴드경제가 전문가 8인을 대상으로 ‘주택시장 진단’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예상대로 “본격적인 상승기에 진입했다”는 시각도 있지만 “일시적 반등에 불과하고 곧 2차 하락시기가 온다”는 전문가도 있었다. 혼란스러운 주택시장을 어떻게 봐야할지, 내년 이후 주택시장은 어떻게 될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리했다.
▶“바닥은 찍었다”vs “2차 하락 올 것”=전문가들은 일단 모두 한 차례 저점은 지났다고 판단했다. 다만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 ‘다시 추가 하락할 것’이란 시각과 ‘상승세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으로 나뉘었다. 일단 바닥은 찍었지만 당분간 지리한 횡보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있었다.
각종 빅데이터를 활용해 주택시장을 분석하는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는 현 시장을 “‘데드캣 바운스’ 장세”라고 진단했다. ‘죽은 고양이도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잠깐 튀어 오른다’는 증시 격언에서 온 말로 현 주택시장이 대세하락기 일시적인 반등을 보이는 수준이라는 판단이다.
김 대표는 “‘주택구입부담지수’, ‘가구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 등 각종 지표를 보면 집을 사서 감당할 사람들이 크게 줄어든 상태”라면서 “추가 매수세가 따라올 수 없는 구조여서 주택 매물이 쌓이고 현 반등 장세가 지속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반대로 역시 빅데이터 전문가로 유명한 조영광 대우건설 빅데이터 연구원은 “확실히 바닥은 찍었고 서울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확산되고 있다”고 봤다. 그는 “집값 상승 지역 확산 추이, 청약 경쟁률, 지역별 각종 매수심리 움직임 등 모든 지표가 집값 상승 전망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최근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나 포털에서 ‘집값’, ‘분양’, ‘공사비’ 등 검색량이 급증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도 전형적으로 집값이 올라갈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지역별 차별화 심화할 것”=전문가들은 향후 지역별 차별화가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에서도 강남권 등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이어져도 외곽지역으로 확산되긴 어렵고, 지방에선 미분양 증가 지역이 늘어나는 등 지역별로 침체가 심화할 수 있다고 본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수도권 집값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긴 하지만 상승세는 몇 달 전에 비해 많이 약해졌고, 구축, 신축, 분양 등 주택시장별로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국 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주택시장이 바닥을 찍어도 가계대출 부담 증가 추이 등을 볼 때 매수세가 전반적으로 확산되기 어렵고, 지역별로 차별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올 초부터 강남3구와 용산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실거주의무’ 규제를 적용받지 않게 되면서 자금여력이 있는 수요자들의 상급지 ‘갈아타기’ 현상이 늘었다”며 “지방에선 수도권으로, 수도권에선 서울로, 서울에선 서울 인기지역으로 매수세가 움직이면서 오르는 지역은 더 오르고, 침체된 지역은 더 위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글로벌 경기’, ‘총선’이 최대 변수=주택시장이 혼란스러운 건 시장을 좌우할 변수도 한방향이 아니라는 점이다. 글로벌 경제 위기로 인한 국내 경기 위축으로 주택 매수세가 악화될 수 있고, 금리 인상 우려도 여전하다. 주택 매수세에 힘을 보탰던 ‘특례보금자리론’이 곧 소진되고, 가계부채가 다시 늘어나는 점 등은 집값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회에서 막혔던 각종 부동산 규제가 해소되면서 시장이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문제 심각성이 부각되고 있는 주택 공급부족 현상과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가로 인한 분양가 상승 등은 집값 상승 요인으로 여겨진다.
박덕배 금융의창 대표는 “중국 부동산 위기 등 글로벌 경기침체 향방, 미국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등에 따라 국내 주택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며 “다만 정부가 내년 4월 총선까진 주택시장 부양책을 쓰려고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시장은 소강상태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송인호 KDI 경제정보센터소장은 “미국 소비자 물가가 반등조짐을 보여 금리를 더 올릴 여지가 있다”면서 “미국과 우리 금리 격차가 더 커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도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했다. 그는 다만 “국회가 총선을 앞두고 계류 중인 각종 부동산 세금 규제 및 재건축 재개발 규제완화 법안을 통과시킬지 등이 향후 시장을 움직일 주요 변수”라고 설명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부가 이달 내놓을 예정인 ‘공급대책’도 주요 변수로 봤다. 그는 “인허가, 착공, 분양 등 주택 공급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기 때문에 3~4년후 입주량 감소에 따른 심각한 주택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당장 주택공급 위축 우려로 인한 불안 심리를 자극해 청약 등으로 주택 수요를 움직이게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새 아파트, 청약시장 유망”=전문가들은 대부분 현재 주택시장에서 가장 유망한 내 집 마련 전략으로 신축 아파트 분양 혹은 재건축 재개발 대상 주택을 꼽았다. 향후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나면 신축 아파트의 희소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규정 소장은 “최근 분양가가 많이 올랐다고 해도 여전히 대부분 지역에서 주변 구축 아파트에 비해 싸기 때문에 청약통장은 가능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수도권 유망지역 신축 중심으로 관심을 가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송인호 소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재건축 재개발 규제완화 이슈는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주택시장이 바닥을 다지는 올해 연말 재건축 아파트 중심으로 급매물을 잡는 게 유망하다”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영끌’을 하는 등 무리하게 집을 사는 건 자제해야 한다고 대부분 전문가는 조언한다. 오름세가 예상되는 지역도 상승폭이 크지 않고, 지역별 편차가 커서 투자 목적으로 함부로 접근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박원갑 소장은 “지금은 막연히 전체 시황에 따라 내 집 마련 계획을 정하는 시기는 아니다”면서 “관심 있는 지역에서 개별 주택별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개개인의 생애 주기와 자금 여력 등에 따라 집을 마련하거나 갈아타기를 할 적기는 제각각일 것”이라며 “이미 집값이 많이 조정(하락)된 상태여서 자신의 여건에 맞는 주택이라면 구축이든 새 아파트 분양이든 나쁘지 않다”고 조언했다.
당분간 내 집 마련 목표는 미루는 게 좋다고 조언하는 전문가도 있다.
박덕배 대표는 “더 이상 재테크 목적으로 빚으로 집을 사는 시기는 아니다”면서 “집을 산다면 실수요 차원에서만 접근하라고 했다. 김기원 대표는 ”집값 하락기가 향후 몇 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내 집 마련 시기를 몇 년 후로 미루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박일한 기자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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