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출신 A&R 전문가' 조미쉘 "K팝 플랫폼화, 당연한 수순"
한국콘텐츠진흥원 '뮤콘 2023' 참여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음악 프로듀싱 회사에서 레이블로 전환 중인 '씽잉 비틀(Singing Beetle)'을 이끌고 있는 조미쉘(36·미셸 조·조민경) CEO는 특별한 경력의 음악가다.
국제 교육정책가를 꿈 꾼 조 CEO는 고려대에서 국제학을 공부하고, 미국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교육정책학 석사를 받았다. 2013~2016년 SM엔터테인먼트에서 '아티스트 앤드 레퍼토리'(A&R)(아티스트와 콘텐츠 레퍼토리를 발굴하고 수집하는 걸 총칭한다) 업무를 맡아 주목 받았다. 해외 작곡가들과 작업하며 K팝에 세계적인 명민함을 부여하는데 도움을 준 숨은 주역이다. 그녀는 SM 퇴사 이후 '노래하는 베짱이'라는 뜻을 지닌 씽잉 비틀을 설립하고 국내외 음악 창작자, 제작자들과 본격적인 협업에 나섰다. 2020년엔 오바마재단 아시아태평양 차세대 리더스(지도자) 중 한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 조 CEO는 K팝과 협업이 활발한 북유럽 전문가이기도 하다. 지난 6월 '제1회 K-팝 노르딕 페스티벌'에도 참여한 그녀는 최근 아시아 최대 뮤직마켓인 뮤직·엔터테인먼트 페어 '뮤콘 2023'에 함께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연 이 페어의 둘째 날인 지난 6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마련된 특별 세션 '북유럽 제작자들이 바라보는 K팝 이야기'에서 통찰을 나눴다.
K팝이 북유럽과 협업을 시작한 때는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SM이 제작한 1세대 K팝 걸그룹 'S.E.S'가 당시 발매한 '드림스 컴 트루(Dreams Come True)'는 핀란드 작곡가인 리스토(Risto)가 만든 곡이다. 이후 북유럽과 K팝의 공존은 꾸준히 이뤄졌다. 최근엔 덴마크를 기반 삼아 활동하는 포르투갈 출신인 싱어송라이터 에리카 드 카시에르(Erika de Casier)가 신드롬 걸그룹 '뉴진스'의 '슈퍼 샤이' 등에 참여했다. 이번 세션 당일에 만난 조 CEO는 "K팝 업계와 북유럽은 통하는 지점이 많다"고 말했다. 다음은 그녀와 나눈 일문일답.
-K팝 업계와 북유럽 작곡가 간 소통이 잘 이뤄진다고 말씀 하셨는데 어떤 부분에서 그런가요?
"일단 북유럽 작곡가 분들의 마인드셋(mindset)이 K팝 작업을 하기에 너무 좋아요. 음악 만드시는 분들은 아티스트라 자기 음악에 대한 고집이 있기 마련인데, 상당히 열린 마음으로 이제 접근을 하시죠. 또 K팝은 되게 많은 장르와 스타일들이 혼합 됐는데, 수정 요청이나 디렉션을 드릴 때도 일단 받아주세요. 그러다 보니까 협업 자체가 되게 매끄럽게 이뤄질 수밖에 없죠. 아바(ABBA)를 비롯한 북유럽 특유의 멜로디컬한 음악을 만드는 감성이 또 한국과 되게 잘 맞는 것 같아요. 저희 취향에 맞는 것들을 잘 만들어주신다는 느낌이 있어요. 아울러 서로 듣고 자란 음악이 다 같지는 않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미묘한 차이도 있죠. 그렇다 보니까 북유럽 작곡가분들과 작업을 할 땐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거죠."
-K팝의 전 세계적인 활약과 더불어 A&R 대한 주목도도 커졌습니다.
"K팝에서 A&R의 강점은 음악 프로덕션 전반에 대한 책임을 지는 동시에 상당한 전문성을 가진 분들이 많다는 거예요. K팝 A&R은 제작 전반을 총괄을 하는 역할들을 많이 맡고 있기 때문에 개개인이 작은 프로듀서로서 모든 작업에 참여를 하면서,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질의 음악을 만드는 데 책임을 맡는 거죠. 해외 작가분들도 그런 점을 되게 높게 평가를 해주세요."
-A&R이 K팝에서 중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K팝 산업의 중심이 음악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제 좋은 아티스트들이 많고 회사에서도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하고 있죠.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도입하고, 뮤직비디오도 너무 잘 찍고요. 그런데 아티스트의 본질은 가수잖아요. 그리고 K팝 아티스트들은 정말 수준 높은 퍼포먼스를 선보이죠. 거기에 걸맞은 음악을 얼마나 잘 만들어줄 수 있느냐가 결국 K팝 팀들의 성공 요인이라고 전 생각을 해요. 그래서 지금 잘 되고 있는 회사들도 음악 프로듀서 출신 분들이 많죠. 하이브 방시혁 의장님, JYP 박진영 대표 프로듀서님이 그런 예죠. 음악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A&R과 긴밀하게 소통을 하면서 좋은 음악을 만드는 데 집중을 하다 보니까 K팝이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 되게 '좋은 음악'으로 인정을 받고 있고 있어요. 그러면서 음악 만드는 일 뒤에 누가 있는지에 대해 드디어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A&R의 존재를 깨달은 거죠. 이 분야의 일을 하고 싶어하는 어린 친구들도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음악 창작에도 재능을 갖고 계신데, 왜 A&R을 선택하셨나요?
"제가 아티스트를 하기엔 다른 분들 만큼 탤런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또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다른 요소들이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제가 음악을 좋아하고 악기를 배운 경험에 더해 분석하는 걸 좋아했거든요. 제가 좋아했던 '핑클' 같은 경우에도 '왜 이 노래를 타이틀곡으로 했지. 이게 꼭 좋아서일까. 지금 타이밍에 왜 이렇게 콘셉트를 바꿨을까' 같은 생각들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업계에서 제 장점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이 뭐가 있을까 리서치를 했고 A&R 파트를 알게 된 거죠. 시스템적으로 갖춰 있는 SM엔터테인먼트에서 A&R 공고가 나기를 기다렸다가 지원을 했고 입사를 하게 됐습니다."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 2 경연곡 '슈퍼 핫(Super hot)' 등을 작업한 작곡가이기도 합니다.
"작가분들의 마음과 접근 방식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된 부분이 있는 거 같아요. A&R은 어떻게 보면 바이어잖아요. 우리 회사에 잘 맞는 곡들을 주문을 하고 그 주문이 잘 들어갔는지를 확인을 하고 검수까지 하는 역할인데 제가 생산자의 입장에도 있다 보니까 양 쪽에 대한 이해, 공감과 함께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생겼죠."
-물론 '좋은 곡'의 기준은 주관적이지만 A&R로서 객관적인 기준은 갖고 계실 거 같아요. 대표님이 생각하실 때 대중음악적으로 좋은 노래는 어떤 곡입니까?
"음악은 물론 주관적인 취향을 타기는 하는데요. 분명히 그 안에 이론이 있고, 사운드의 질감 차이가 있기 때문에 퀄리티가 높은 곡과 그렇지 않은 곡의 차이는 분명 존재하는 거 같아요. 다만 재미있는 것이 다 들어갔다고 해서 그 곡이 특정 아티스트에게 맞는 곡이 아닐 수 있죠. 아티스트마다 좋은 곡에 대한 기준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에요. 모두가 동의를 할 수 있는 부분은 멜로디가 잘 기억에 남는 곡이죠. 그리고 익숙하지만, 새로운 것이 들어있는 곡들이죠. 물론 좋은 곡이 늘 잘 되지는 않아요. 하지만 좋은 곡을 가진 아티스트는 결국 나중에 잘 된다는 믿음으로 좋은 음악을 만들려고 노력을 하고 있죠."
-지금은 작곡가 매개 일 등을 하는 회사의 대표님인데 독립 이후에 어려움 등은 없나요?
"최근 뿌듯한 경험이 있었어요. 저희 회사에 소속된 한 친구가 이전에 음악을 만든 경험이 하나도 없었는데, 그의 첫 곡이 최근 트와이스 유닛 미사모 일본 프로젝트에 뽑혔어요. '마시멜로'라는 곡에 참여를 한 유혁 작곡가인데요. 단 한 번도 음악 교육을 전문적으로 받아본 적이 없는데 저희 네트워크를 통해서 다른 작곡가들과 협업했고 세션에 상당한 기여를 했죠. 입봉을 한다는 것이 작가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고, 더군다나 메이저 아티스트들과 하는 경우엔 네트워크가 있어야 피칭을 할 수가 있죠."
-대표님과 싱잉비틀은 작곡가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신인 작곡가들과 이미 데뷔한 분들을 연결해 드리려고 해요. 팬데믹이 그런 측면에선 저희에게 유리했던 부분이 있었어요. 해외 프로듀서 분들이나 작곡가 분들이 비용을 들여 한국에 오시면 시간이 제한적이다 보니까 이름이 알려진 분들을 만나보고 싶어하시거든요. 신인 친구들을 소개할 기회가 적은 거죠. 그런데 팬데믹 때문에 온라인으로 하다 보니까 좀 더 너그러워졌던 측면이 있었어요. 신인에 대해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보게 되는 거죠. 물론 팬데믹 기간에 어려움도 있었지만요. 늘 도전적인 건 좋은 작가를 찾는 거예요. 숨어 있는 분들을 잘 찾으러 다녀야 하고 잠재력을 계속해서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야 하니까요. 내부 인원을 통해 학교 등지에서 작곡가를 찾기도 하는데 소셜 미디어 다이렉트 메시지(DM)를 통해 작업물을 보내주시는 경우도 많아요. 모든 DM에 피드백은 드리지 못하지만 음악은 다 들어요. 어떤 분이 어떤 결과물을 보내주실지 모르니까요."
-작년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을 통해 태국 신예 걸그룹 '로즈베리(RoseBerry)' 곡 작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엔 하이브 '더 데뷔: 드림 아카데미', JYP엔터테인먼트 'A2K'처럼 K팝 시스템을 미국 팝시장에 이식하려는 움직임도 보이는데요.
"당연한 수순인 것 같아요. 우리 내부에서 프로듀싱한 아티스트가 글로벌 시장에서 통했으니, 외부에서도 이 시스템으로 같은 퀄리티를 뽑아낼 수 있을까 당연히 궁금하죠. 기획사 내부에서도 당연히 테스트를 통해 확장을 하고 싶어 할 거고요. 이미 아시아 내에선 테스트가 확인이 됐잖아요. JYP 일본 걸그룹 '니쥬'가 너무 잘하고 있죠. SM 같은 경우는 (무한 확장형 형태 그룹인) NCT 시스템으로 다른 테스트를 해보기도 했고요. 저도 K팝이 플랫폼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어요. 다만 시스템 안에서 좀 고쳐야 할 점들은 있다고 봐요. 최근엔 다양성 이슈가 많이 부각됐는데 아티스트뿐 아니라 내부 스태프 교육이 더 필요하죠.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이 시스템에 들어왔을 때 우리가 어떻게 절충하고 수용을 해야 할지 고민을 더 해야죠."
-그럼 향후 어떤 계획을 세워놓으셨나요?
"제가 일을 시작하고 초반에 해외 출장을 갔을 때 '곡 좀 주세요'라고 말씀 드리면 모든 분들이 호의적이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많은 K팝 아티스트들이 성공을 거둔 이후 '먼저 곡을 주고 싶다'며 찾아오시는 분들이 생겨서 너무 좋아요. 전 이 성공이 계속됐으면 좋겠고 K팝 신이 더 커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제가 어떻게 기여를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어요. 그래서 퍼블리싱 회사인 씽잉비틀을 레이블로 전환 하려고 해요. 내부 아티스트를 제작 하려고 하는데 다양한 팬덤들이 K팝을 좋아하잖아요.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의 정체성이 박스에 갇히는 게 아니라, 그걸 다 존중할 수 있는 팀을 만들려고 해요. 다양성을 추구하는 친구들이 모인 새로운 모양의 색다른 K팝 팀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저희 계획대로 된다면 내년 중반쯤에 좀 소개해 드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고려대에서 국제학을 전공하고 미국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교육정책학 석사를 받으셨는데요. 이런 이력이 다양성을 추구하는 부분과 맞닿는 지점이 있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K팝 시스템이 어떻게 보면 교육이에요. 제가 나름 교육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더 노력하는 부분은 친구들이 건강하게 아티스트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거예요. 최근 K팝 아티스트들의 정신 건강 문제도 대두가 되잖아요. 저희 친구들이 어떻게 하면 건강한 생각을 가지고 회사와 파트너 의식을 공유하면서 본인이 꿈꾸는 아티스트가 돼 갈 수 있을지 고민 중입니다. 그리고 아티스트들은 다 의견이 있잖아요. 자신의 예술성으로 대중들과 건강하게 소통하면서 본인도 행복할 수 있는 활동을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을지 생각 중이에요. 일방적인 소통보다는 쌍방향의 소통을 해나가면서 트레이닝 시스템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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