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고려아연 지분경쟁 격화… “유증 소송 언급에 계열사 지분 이슈까지” 과열 양상
“연말까지 지분 확보 경쟁 지속” 전망
현대차그룹 유상증자 관련 법적대응 언급
고려아연, 법률자문 받아… “신규 사업 건으로 이상無”
고려아연 지분 1.8% 보유한 ‘영풍정밀’ 부각
최윤범 회장 취약한 영풍정밀 지배권 ‘초미의 관심’
전반적인 지분경쟁 흐름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가시화된 작년과 묘하게 닮았다. 지난해 8월 고려아연은 한화(한화임팩트 북미 자회사 한화H2에너지USA)를 대상으로 당시 지분 5%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올해는 동일한 방식으로 현대차(현대자동차그룹 북미 자회사 HMG글로벌)에 지분 5%를 넘겼다. 장형진 고문이 올해 유상증자를 의결하는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도 작년과 판박이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유상증자 이후 자사주를 활용해 LG화학, 한화, 트라피규라 등과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도 했다. 고려아연을 직접 경영하고 있는 최 회장 측은 주로 신사업 관련 투자 유치 및 파트너십 강화를 통해 우호 지분 확보를 병행한 셈이다. 장 고문 측의 경우 줄곧 개인회사(씨케이, 에이치씨 등) 등을 활용해 장내매수 방식으로 고려아연 지분을 늘려왔다.
12일 업계 관계자는 두 일가의 고려아연 지분 확보 경쟁이 작년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지만 전반적인 긴장감은 차원이 다르다고 평가했다. 장 고문과 최 회장 모두 내년 초 열릴 정기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이사회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사회에 재선임되기 위해서는 주총 당일 표결을 거쳐야 한다. 표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의결권을 확보해야 하는데 주식 1주가 의결권 1개이기 때문에 주주명부폐쇄일에 맞춰 지분율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주주명부폐쇄일은 보통 12월 말경이기 때문에 양측이 지분을 모을 수 있는 시간은 현재를 기준으로 4개월가량 남은 셈이다. 두 일가의 지분경쟁이 극단으로 치닫는 경우 내년 주총에서 장 고문이나 최 회장 중 한쪽이 이사회에서 물러나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 지분율 역전한 최씨 일가… “유상증자 가처분 등 소송 관련 법률자문 받아”
지분경쟁이 과열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작년과 달리 올해 유상증자에 대해서는 가처분신청 등 법적대응이 거론됐다고 한다. 유상증자로 지분율이 희석되면서 기존 주주가 손해를 보게 됐다는 논리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을 대상으로 단행한 올해 유상증자에 따라 최 회장 일가 지분(우호 지분 포함)이 장 고문 일가 지분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상증자 이전에는 장씨 일가 지분이 약 32%로 최씨 일가(약 28%)가 3~4%가량 열세였다. 하지만 유상증자 이후 장씨 일가가 약 31%, 최 회장 측이 약 27% 수준으로 지분율이 희석됐다. 여기에 현대차그룹 지분 약 5%를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으로 분류하면 최씨 일가 지분이 약 32% 수준으로 장씨 일가를 1%가량 넘어서게 되는 것이다.
○ 장씨 일가 올해 3월부터 지분 확보 총력전… ‘1000억 투입’ 20만주 매입
고려아연이 지난달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올해 지분 경쟁이 수면 위로 드러났지만 실제로 올해 주총을 앞두고 소강상태를 보인 1~2월을 제외하면 두 일가의 지분 매입은 꾸준히 이뤄졌다. 1월 초에도 최씨 일가가 계열사 등을 활용해 고려아연 지분을 소량 매입했다. 특히 장 고문 측은 올해 3월부터 전격적으로 고려아연 지분을 사들였다. 3월부터 8월까지 장 고문 일가 개인회사와 계열사 등 가용자산을 최대한 활용해 지분 매입에 총력전을 펼친 모습이다. 지분을 사들인 회사는 장씨 일가 개인회사 에이치씨와 씨케이를 비롯해 영풍그룹 반도체 계열사 시그네틱스와 영풍전자 등이다. 영풍그룹 3세 장세욱 시그네틱스 부회장도 고려아연 지분을 매입해 힘을 보탰다.
올해 3월부터 지난달까지 장 고문 측은 고려아연 주식 총 19만9959주(에이치씨 12만8890주, 씨케이 6만9981주, 장세욱 부회장 600주, 영풍전자 288주, 시그네틱스 200주 등)를 매입했다. 지분 확보를 위해 총 1000억 원가량을 투입한 셈이다. 이 기간 최 회장 일가가 사들인 지분은 최창근 고려아연 명예회장 2000주 등 총 5754주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최 회장 측이 신규 사업을 내세운 현대차그룹 유상증자를 통해 약 5272억 원 규모 우호 지분을 확보한 셈이다.
○ ‘지분 1% 싸움’ 속 영풍정밀 주목… “200억이 2400억이 되는 마법”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벌어지는 두 일가의 지분 공방은 최근까지도 진행됐고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 기준 두 일가 지분율 차이는 1~2%대로 ‘초박빙’ 대결 구도가 연출되는 모습이다. 국민연금과 외국인투자자, 소액주주 등이 보유한 지분이 변수가 될 수 있지만 두 일가만 보면 1% 지분 싸움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분 1%가 고려아연 최대주주를 결정짓는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번 현대차그룹 유상증자분을 합산한 고려아연 시가총액(신주 적용 전 약 10조6900억 원)은 약 11조1900억 원(신주 합산 추정치) 수준이다. 고려아연 지분 1% 매입에 필요한 금액이 약 1119억 원인 셈이다.
지분 1% 싸움에서는 고려아연 계열 산업용 기자재(펌프, 밸브 등) 제조업체 ‘영풍정밀’의 캐스팅보트 역할이 부각될 전망이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약 1.8%(신주 합산 추정치)를 보유하고 있다. 영풍정밀을 손에 넣으면 고려아연 지분 1.8%가량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영풍정밀은 현재 최씨 일가가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셋째 작은아버지인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이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최윤범 회장 모친인 유중근 경원문화재단 이사장(전 대한적십자사 총재)은 영풍정밀 지분 6.27%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장형진 고문은 지분 5.71%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지난 3월 주총에서는 장 고문이 영풍정밀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경영권 분쟁이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장씨와 최씨 일가 영풍정밀 지분율은 각각 21.25%, 30.89%로 최씨 일가가 9.64%가량 높다. 단순하게 장 고문 측이 영풍정밀 지분 약 10%를 매입하면 장씨 일가가 최대주주 입지를 점유할 수 있다. 영풍정밀 시가총액은 2131억 원(9월 11일 기준)으로 지분 10% 확보에 약 213억 원이 필요하다. 고려아연 지분 1% 확보에는 약 1119억 원이 필요한데 이보다 적은 200억 원대 투자로 영풍정밀을 차지하면 고려아연 지분 1.8%가량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영풍정밀은 ㈜영풍 지분 4.39%도 보유하고 있다. ㈜영풍 시가총액(약 9800억 원)을 감안하면 지분가치는 약 430억 원.
결과적으로 영풍정밀 지분 10%(200억 원대)는 고려아연 지분 1.8%에 해당하는 약 2014억 원과 ㈜영풍 지분 약 430억 원을 합친 약 2444억 원의 가치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최윤범 회장 등 최씨 일가도 이를 인지하고 작년부터 영풍정밀 지분을 꾸준히 매입해왔다.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에 대한 지분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영풍정밀 지분율이 최 회장 측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고 한다. 유동성을 확보한 장 고문 측이 고려아연 직접투자에 이어 영풍정밀 지분에도 개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대비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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