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바 에세이] 화려했던 지난 시즌, 새로운 발걸음 옮긴 'SK 그리고 정관장'
이상백배와 프로팀 전지훈련으로 인해 매 년 한 차례 이상 방문했던 일본이지만, 지난 3년 동안 전 세계를 뒤엎었던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인해 이번 방문은 왠지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처음 방문을 결정하고 20일 정도의 시간이 지났고, 8일 오전 일본 행을 위해 인천 공항으로 들어섰을 때 비로소 '현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이번 일본 일정은 지바, 나고야, 오사카로 이어지며 10일 동안 여정이기 때문에 더욱 많은 생각이 머리 속을 스쳐갔다. 이 나이까지 한 번도 두 자리 수 날짜 동안 한국을 비워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9시 출발 예정이었던 비행기는 예정보다 20분 정도 늦은 이륙했다. 이후 간만에 듣는 굉음과 함께 내가 탑승한 비행기는 하늘로 날아올랐고, 약 2시간이 지난 11시 30분 즈음해 일본 나리타 공항에 착륙했다.
간만에 찾는 일본은 조금 무서웠다. 2년이 넘는 동안 코로나 19로 인해 찾지 못했던 일본은 그 어느 때보다 낯선 느낌이 들었던데다, 호우 주의보가 발효되었을 정도로 장대같은 비가 공항을 뒤덮고 있었기 때문.
이제 다음 숙제는 숙소를 찾아가는 일이었다. 사전에 알아보았던 리무진 버스 루트는 폭우로 인해 연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청천벽력이었다. 숙소를 다이렉트로 연결하는 공항 리무진 버스였는데, 폭우로 인해 언제 버스가 운행될지 모르는다는 내용은 안내 데스트 직원이 밝은(?) 얼굴로 안내했다.
이제 다른 루트를 찾아야 했다. 일본어에 어두운 나로서는 짧은 영어와 바디 랭귀지에 의지해야 했다. 일단 지도 앱으로 다양한 방법을 발견한 나는 전철로 한정된 루트 중 하나를 골랐고, 그 루트는 기존 방법의 50분이 아닌 1시간 40분 정도 걸리는 방법이었다.
나리타 공항 지하철로 내려가 10분을 넘게 기다렸을까? 전철이 들어왔다. 나리타 공항 전철에는 도착 안내 표지가 없다. 기존의 15분 정도 간격의 안내판은 있지만, 이날은 폭우로 인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윽고 전철을 타고 숙소가 있는 지바로 움직일 수 있던 순간이었다. 나리타 공항에 내린 후 약 약 2시간이 가까이 지나고 난 후였다.
전철은 두 정거장이 지난 후 지하에서 지상으로 나왔다. 나리타에서 지바로 이동하는 풍광은 한국 농촌 마을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고즈넉함이라는 단어로 둘러 싸여 있었다. 푸르름과 간간히 눈에 띄는 농가가 전부인 정도였다. 들판을 가득채운 벼들은 조금씩 익어가고 있었다.
나리타 역에 들어서자 잠시 시내가 보였다. 그 시내 역시 한국의 소도시 한 동네 정도인 느낌이었다.
그렇게 한 시간을 갔을까? 조금씩 시골 풍경은 도시 풍경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힐링과 업무의 마인드가 변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전철역 들은 한국의 1호선, 청량리에서 인천 혹은 수원으롤 향하는 그 느낌과 데칼코마니 같았다.
그렇게 두 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지나 숙소로 도착한 나는 잠시 휴식을 가진 후 SK 선수단과 합류, 프런트와 전희철 감독, 김기만 수석 코치 등과 인사를 나눈 후 비 시즌 첫 해외 전지 훈련에 나선 선수단의 연습을 참관했다.
그리고 잠시의 휴식 시간을 지나 선수단과 함께 익일 시합을 위한 전지훈련의 첫 번째 발자욱인 연습을 참관했다.
연습 장소는 지바 제츠의 연습 체육관. 체육관은 숙소에서 4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4시에 출발한 버스는 4시 40분이 조금 지나서 체육관에 다다랐고, 5시부터 본 운동을 시작했다. 일본과 미국을 걸친 2주 간의 전지 훈련 시작점이라는 분위기 탓인지 선수단 분위기는 다소 비장한 느낌이었다.
SK 관계자는 “아무래도 짧지 않은 전지 훈련의 시작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일본에서 두 경기는 대회 형식이다. 지바에서 대회로 만들었다. 상금도 있다. 일본 팀과 대결이기도 하다. 부담이 없지 않을 수 없는 경기.”라고 전했다.
이번 전훈에는 총 15명이 참가했다. 국가대표에 나가 있는 김선형과 부상으로 참가하지 못한 선상혁 그리고 아직 군인 신분인 안영준(11월 복귀 예정)이 빠졌다. 자밀 워니와 리온 윌리엄스는 함께하고 있다.
전희철 감독은 “워니가 몸 상태를 잘 유지하고 복귀했다. 평소 몸무게와 다르지 않다. 시작부터 훈련에 전념할 수 있을 정도다.”라며 워니의 비주얼에 만족한다는 이야기를 남겼다. 윌리엄스 역시 이전 시즌에 비해 전혀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꾸준함의 대명사인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는 듯 했다.
지난 시즌 이후 전격 합류한 ‘라이언 킹’ 오세근도 서서히 본 운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아직 아킬레스 건이 완전치 않지만, 트레이너와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근력은 70% 정도는 돌아왔다는 전언. 하지만 체력 운동을 하지 않을 탓에 그 부분을 끌어 올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10월 초에 있을 컵 대회를 타겟팅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상태에 따라 운동 강도를 높일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더해 주었다. 아직 런닝 훈련을 완벽히 소화하고 있지 못한 탓에 체력은 만들지 못했지만, 적지 않은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인해 미끈한 바디 라인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총 14명의 스텝이 함께한다. 코칭 스텝과 프런트가 2023-24시즌 성적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이번 전지훈련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가벼운 몸 풀기로 시작된 훈련은 공격 포메이션 훈련에 더해 트래지션 훈련으로 이어졌다.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뜻이 포함되어 있어 보였다.
1시간 정도 지났을까? 전 감독은 직접 훈련을 진두지휘하기 시작했고, 세트 오펜스 포메이션에서 선수들 움직임에 대해 자세히 지시했다. 특히, 새롭게 합류한 리아노에게 더욱 자세한 설명을 더했다.
주로 이번 대회에서 스타팅으로 나서게 될 오재현, 허일영, 드라이노, 월리엄스, 워니가 공격 조에 포함되었다.
계속 트랜지션에 더해진 공격 포메이션 훈련이 이어졌다. 마지막 훈련은 장포. 훈련이라기 보다는 이벤트였다. 즐거운 분위기 속에 전지훈련 첫날 일정을 마무리되었다.
그날 저녁, 숙소로 돌아와 SK와 함께 ‘호텔 플로라컵 2023 프리시즌’ 대회에 참가하는 안양 정관장 레드 부스터 코칭 스텝과 사무국도 만날 수 있었다. 정관장은 SK에 하루 앞서 이곳에 도착했다고 한다.
김상식 감독은 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나눈 뒤 “존스컵에서 10일 동안 8경기를 했다. 백업들 기량을 확인하고, 투입 시점을 체크할 수 있던 좋은 경험이 되었다. 이곳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재 정관장은 국내 선수들에게 기회의 땅이다. 무한 경쟁이라고 볼 수 있다. 모두 기회를 잡기 바란다.”라고 전했다.
그렇게 일본 입성 첫날의 일정은 모두 마무리되었다.
바다를 끼고 있는 곳으로 맑은 하늘, 쨍한 햇살, 풍성한 바다가 잘 어우려져 있었다. 좋은 기운과 함께 아침을 열었고, 조식을 챙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지바 제츠 홈 구장인 후나바시 아레나로 향했다. 정관장 선수단과 함께한 이동이었다.
편도 1차선 도로를 50분 가까이 달렸을까? 조금은 후미진 느낌의 위치에 지바의 홈 구장이 존재했다. 외관은 낙후된 느낌이었다. 안쪽은 달랐다. 시간의 흐름은 느낄 수 있었지만, 일본 특유의 정돈된 실내는 자그마한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그리고 드디어 시합이 시작되었다. 첫 경기는 정관장과 사가의 경기였다. 정관장이 대패를 경험해야 했다. 귀화 선수를 포함해 외국인 선수 4명이 뛰는 사가를 막아낼 재간은 없어 보였다. 지난 8월 중순, 존스컵에서 많은 체력을 소진하고 온 정관장이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는 더욱 커져갔다. 또, 일본 심판 특유의 콜이 더해지면서 점수 차는 늘어났다.
최종 점수는 62-95. 35점차였다. 박지훈과 대릴 먼로가 분전했지만, 오마리 스펠맨이 부진을 면치 못하며 대패를 내주고 말았다. 한국 선수들 컨디션과 집중력도 좋지 못했던 경기였다.
관중석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빈 자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말로만 듣던 일본 남자 농구 인기를 제대로 실감할 수 있던 순간이었다. 입석 포함 4,000석이 넘는 관중석은 ‘매진’이었다.
이중 토가시 팬이 절반이 넘는 수준이라고 한다. 지바 레플리카 판매 중 70% 정도가 토가시의 몫(?)이라고 한다. 그만큼 인기가 높다.
경기 과정과 결과도 관심을 모았다. SK가 승리했다. 자밀 워니와 리온 윌리엄스가 여전한 활약을 펼쳤고, 오재현이 김선형을 공백을 어느 정도 메꿔냈다. 허일영은 한국을 대표하는 슈터 중 한 명의 존재감을 발휘했다.
특히, 워니를 제어할 수 있는 지바 선수는 없었다. 워니는 자신을 둘러싼 세 명의 수비수까지 유려한 스텝을 통해 파쇄한 후 득점을 만들었다. 인상적인 오프닝이었다. 2023-24 시즌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최종 결과는 79-70. SK 승리였다. 마지막 지바의 추격전을 뿌리치고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그렇게 이틀 째 일정은 막을 내렸다. 이후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 교통 체증으로 인해 한 시간 정도 소요되었지만, SK 승리 기쁨을 함께할 수 있던 상쾌한 귀가길이었다.
지바 일정 마지막 날, 선수단 버스에 동승을 하지 않고 대중 교통을 선택했다. 버스와 전철 그리고 환승과 도보를 통해 약 2시간 정도 걸리는 경로를 택했다. 빠듯한 일정 속에 잠시나마 여행의 느낌을 주고 싶었기 때문.
일요일인 탓인지 후나바시 아레나로 가는 길은 매우 한적했다. 버스와 전철도 붐비지 않았고, 후나바시 역에 내려 체육관까지 가는 길에도 관중들을 제외하곤 매우 한가로운 분위기였다.
그렇게 두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일본을 느낀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12시 30분을 조금 넘어 체육관에 도착했다.
첫 번째 경기는 SK와 사가. 어제 나란히 승리를 거둔 팀으로 우승을 결정하는 경기였다. SK가 패했다. 경기 리뷰가 필요치 않았다.
과정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너무 많았다. 역시 심판 콜과 관련한 부분이었다. 홈 콜 수준을 넘어선 장면이 수차례 나왔다. 아쉬웠다. 통상 일본 전지훈련에서 심판 콜은 3.5 대 6.5 정도로 불리하다. 일본에 훈련을 다녀본 팀들은 이 부분을 감안한다. 그럼에도 이날 경기는 그 수준을 넘어섰다. SK는 3쿼터 어느 때 경기 포기를 생각해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전희철 감독은 “훈련 과정이다. 어쨌든 두 팀의 경기력이 매우 훌륭했다. 좋은 경험이 되었던 경기.”라는 이야기를 남겼을 뿐이었다.
잠시 휴식 시간이 지난 후 4시부터 정관장과 지바의 경기가 시작되었고, 정관장은 어제 경기와는 달리 초반에 강한 집중력과 승부욕을 갖고 경기에 임하는 듯 했다. 선수들 눈빛과 움직임이 달랐다.
대등했다. 박지훈, 배병준이 경기를 이끌었다. 먼로 역시 지난 경기에서 비해 높은 투지를 갖고 경기에 임한 듯 했다. 전반전은 대등하게 마무리되었고, 후반전이 시작되며 밀리기 시작했다. 역시 키워드는 체력이었다. 선수들은 끝까지 분전했지만, 77-91로 패했다. 선전에 만족해야 했던 경기였다.
김상식 감독은 “존스컵과 이번 대회를 통해 김경원과 고찬혁을 발견했다. 대단한 소득이다. 오마리 스펠맨은 컨디션을 끌어 올려야 한다. 체중을 줄여야 한다. 랜즈 아반도가 합류하면 다른 팀이 되어 있을 것이다.”라고 대회를 총평했다.
정관장은 오세근과 문성곤 이탈과 변준형 군입대 등으로 인해 지난 시즌에 비해 전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새판을 짜야하는 시즌이다. 김상식 감독 머리 속은 꽤나 복잡해 보였다.
정관장 선수단과 함께 숙소로 복귀했다. 일요일 오후 후바나시에서 마쿠하리혼고로 이동하는 경로는 다소 한적했다. 경기에 관한 이야기, 제츠에 관한 이야기, B리그 마케팅과 관련한 이야기 등 다채로운 주제 속에 지나친 40분이었다.
숙소에서 후나바시까지 경로는 왕복 2차선이다. 길도 한국에 비해 좁다. 맞은 편에서 버스나 트럭이 오게 되면 선수단 버스는 가끔 정지는 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다. 20km 남짓한 거리지만 평소에는 50분 이상 걸리는 이유다. 이날은 그나마 짧은 시간에 숙소로 복귀할 수 있었다.
많은 생각들도 머리 속에 복잡할 수 있는 밤이 찾아왔고, 양 팀의 일본 일정도 마무리되었다.
10일, 정관장은 나리타 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갔고, SK는 하네다 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전지훈련 장소를 옮겨갔다.
만남과 전화 혹은 SNS를 통해 양 팀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눈 후 서울 삼성이 전지훈련을 시작한 나고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진 = 김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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