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정반대로 달린 北김정은 열차…북러 정상회담이 가져올 영향은 [북러 위험한 만남]
국제사회 고립된 두 지도자, 정치적 승부수 띄웠다
우크라이나戰 장기화 우려…안보리 무용론 가속화
‘외교 지렛대 잃은’ 中…韓, 연내 한중일 정상회의 속도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로 향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열차가 4년 반 만인 9월, 정반대인 러시아로 향한 것은 북한의 외교노선 변화와 한반도 신(新)냉전 구도 형성의 상징적인 모습이다. ‘하노이 노딜’ 두 달 후 러시아로 향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던 김 위원장의 열차가 다시 러시아로 향한 것이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전쟁과 핵미사일 위협으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는 두 권위주의 지도자가 정치적 승부수를 건 만남으로, 동북아뿐만 아니라 전세계 안보에 지정학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김 위원장 방러와 북러 정상회담 가능성을 첫 보도한 이후 미국은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북러 간 무기거래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북러 정상의 깜짝 이벤트로 가져올 정치적 효과를 최소화하는 미국 특유의 외교 방식이다.
미국의 우려대로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을 제공한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유럽의 안보 구도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비용을 지원한 것과 반대로 러시아는 지원을 받지 못는데, 북한의 무기지원으로 전쟁이 장기화되는 상황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몬 파체코 파르도 킹스칼리지 런던 국제관계학과 교수 겸 브뤼셀자유대학 KF 한국 석좌는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 강화는 미국, 유럽, 한국 및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다른 국가들에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이는 푸틴이 전쟁을 더 오래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북한과의 무기 거래는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이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제재의 주체인 러시아가 그동안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비호해 왔던 태도에 더해 제재 위반의 당사국이 될 경우 ‘안보리 무용론’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북한을 압박하는 사실상 유일한 외교적 수단인 안보리 제재가 무의미해진다면 국제 질서의 균열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대중 무역의존도가 96%를 넘어선 북한에 대한 대북제재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은 꾸준하게 나왔다.
미국이 유엔 회원국인 북한을 향한 정치적 압박을 계속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8일 북한 국방성은 “우리는 러시아와 ‘무기거래’를 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는 입장을 내놓았는데, 백악관은 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중 패권경쟁을 하고 있는 중국은 북러의 밀착 구도에 거리 두는 모양새가 역력하다. 북한의 이른바 7·27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체결일)과 9·9 정권수립 75주년에 파견한 중국 대표단은 이전에 비해 격을 낮췄다. 북중 관계를 관리하는 성의를 보이면서도 국제사회의 눈을 의식한 것이다.
특히 ‘한미 동맹’과 ‘북중 연대’로 힘의 균형을 이뤄왔던 동북아 외교 지형이 북러 간 밀착으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영향력을 러시아와 나눠야하는 형국이 중국에게 달가울 수는 없다.
더욱이 중국 경제가 악화되고 있다는 것도 난국이다. 외국인 투자 등 서방 국가와 교류가 절실한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G2’ 국가로 건설적 역할을 압박받는 상황에서 마냥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
그동안 ‘한미일 협력’을 공고히 다져온 윤석열 정부가 연일 중국에 손짓하고 있는 상황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윤 대통령은 아세안.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리창(李强) 중국 총리와 회담을 했고, 한중일 정상회의 성사를 위해 힘주고 있다.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 의장국이 한국이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11일 방송 인터뷰에서 “한중 간 회담이 분위기도 좋았고, 중국이 우리와의 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의사가 아주 분명했다”며 연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와 이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까지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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